공군 전투기 사업, 현안과 향후 방향은?

항공기 획득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전투기 사업. 현재도 공군의 차기전투기를 도입하는 F-X 사업과 미디엄급 전투기를 연구개발하는 KF-X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숱한 논란 속에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현재 실정이다. 공군의 미래 전력을 결정짓는 전투기 사업, 현안과 향후 방향을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인터뷰 / 김재한(jhkim@wasco.co.kr)



Q. F-X 사업이 9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특히 숱한 논란도 많았던 가운데 이번 사업 추진과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추진과정을 돌아보면 뭔가 짜임새 있고 용의주도한 추진이라기보다는, 정해진 시기에 쫓겨서 진행하다가 여러 가지 허점이 드러나는 등 왠지 충분히 준비하고 계획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우리의 무기체계 획득 수준과 신뢰성에 의문이 생기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한마디로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Q. 이번 F-35A 결정에서 보듯 결국 정부는 스텔스 전투기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일단 미래의 안보환경에 대비할 수 있는 첨단기종이 선정된 것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개발 중인 전투기이고 개발과정에 많은 문제와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서 전력화 시기 충족과 목표 성능 충족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한 비용 측면의 예상도 쉽지 않아서 향후 전개 과정에 대비한 여러 가지 대책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Q. F-35A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엇보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비해 필요시 은밀한 선제공격 능력 구비로 전쟁 억제 전력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높아져 가는 주변 강대국들의 군비 증강과 긴장 속에서 우리도 강대국들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전략 무기를 가진다는 의미가 있다.

Q. 도입대수가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이는 당초 계획과 다른 것으로 이에 따른 향후 영향을 전망을 하면?
우선 당장 공군의 전력 공백이 심화되는 문제가 있다. 그간 공군의 F-X와 KF-X 사업의 장기 지연으로, 향후 이 사업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2020년대에 100여대의 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F-X가 예정 대수보다 20대 부족하다면 전력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록히드마틴

Q. 정부는 40대에 이어 20대를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도입 기종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만약 F-35의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돼 전력화가 순조롭다면 추가 20대도 F-35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개발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가격이 현재 예상대로 하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유로파이터 등 4.5세대 전투기의 도입이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Q. 최종 계약 이전까지 종합평가와 협상이 남아 있다. 협상과정에서 중요한 관건은?
절충교역에 포함될 기술이전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금년 착수 예정인 KF-X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우리의 부족기술에 대한 기술이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속군수지원과 관련해 창정비 등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비지원 방안에 대한 협상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Q. 특히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부분을 몇 가지 꼽는다면?
기술이전은 단순히 기술문서 몇 건을 넘겨준다거나 기술 인력을 보낸 준다는 등의 추상적인 방안은 매우 위험하다. 우리의 전문인력이 협상에 참여해 매우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기술이전 방안을 계약적으로 확실히 해야 한다. 특히, T-50의 경우처럼 해당사의 투자 참여를 전제로 기술이전을 유도한다면 보다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KF-X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단발, 쌍발 엔진을 놓고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엔진 수에 대한 논란은 사실 문제의 핵심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안타깝다. 선진국 어느 나라의 ROC를 보더라도 엔진 수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ROC는 말 그대로 성능 자체를 요구하는 성격이여야 하고 엔진 수는 요구된 성능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기 때문이다. 현재 ROC가 단발 또는 쌍발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보아도 개발과정에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현재의 엔진 수와 관련된 요구는 ROC로서의 의미가 없는 셈이다.




Q. 특히 공군은 쌍발엔진 전투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공군전투발전단장으로서 이에 대한 배경을 설명을 한다면?
공군이 쌍발엔진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정서적인 이유로 엔진 고장시 단발엔진보다는 쌍발엔진이 안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정서는 우리 공군뿐만 아니라 조종사라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KF-X가 미디엄급인데 현재 단발엔진 형상으로 제시된 사양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소요를 넘어 추가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미래의 전장환경에 맞게 성능개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선 기체 사이즈와 엔진 추력 면에서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Q. 사실 이번 논란은 성능과 경제성이라는 두 개념이 맞서고 있는 형상이다. T-50 개발에도 직접 참여한 입장으로서 견해를 말한다면?
항공기 개발에 있어서 성능과 경제성의 절충은 KF-X뿐만 아니라 모든 개발 프로그램에서 거쳐야할 과정이다. T-50 개발 사업의 경우에도 ROC 자체는 아음속급 훈련기였으나 시장 분석결과 훈련기 시장보다는 경전투기 시장이 크다는 경제성 판단에 의해 초음속급으로 결정됐다. 이 결정 과정에서 굳이 비싼 초음속기로 개발해야 하느냐는 반대 논리에 막혀 의사결정이 미루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현재 T-50보다는 FA-50이 시장 반응이 훨씬 좋기 때문에, 당시의 결정은 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KF-X의 경우도 일단 소요군의 ROC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성능과 경제성의 절충은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상황을 보면 상반된 의견을 가진 기관 간에 일부 감정적 대응이 개입되면서 좀처럼 건전한 의견 수렴의 모양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Q. 전투기 개발에서 엔진 수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엔진 수와 함께 중요하게 다뤄야 할 다른 부분이 있다면?
현재 쌍발 엔진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KF-X가 미래 전장환경에서 충분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와 필요에 따라 성능개량이 될 만한 여건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려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성능개량을 위한 여건은 엔진 수보다는 내장 컴퓨터의 여유 용량이 훨씬 중요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무장이나 장비를 장착하기 위한 성능개량을 할 경우에 컴퓨터 여유 용량이 부족하면 컴퓨터 자체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무장장착능력이나 내부 여유 공간 등이 중요 고려요소라고 생각한다.

Q. KF-X 사업이 지연되면서 전력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추진방향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공군의 전력공백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F-X가 전력화 될 때까지 우리 공군은 100여대의 전투기 전력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KF-X 개발방향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전력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는 방안도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생각한다.

Q. 현재 부진한 KF-X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한 관건은?
KF-X 개발에는 현재 세 가지 장애물이 놓여 있다. 첫째가 절충교역을 통해 부족한 기술을 확보하는 문제고, 둘째는 인도네시아 참여에 따른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 장애를 극복하는 문제다. 그리고 세 번째는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개발 형상의 결정 문제다. 이 세 가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KF-X 추진의 관건이 되고 있다.

Q. 특히 현 시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부분은?
우선 당장은 개발형상을 결정해 올해 내에 사업 착수가 되도록 서둘러야 하고, 역시 올해 후반기에 계약이 예상되는 F-X 사업의 절충교역 협상을 통해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일이다.

Q. KF-X 사업을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국익(기대효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KF-X는 당장 우리 공군의 전력증강을 위해 필요하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유지 발전 차원에서도 필수적인 사업이다. 그동안 KT-1, T-50, 수리온 개발이 이어지면서 세계 10대 항공우주산업국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KF-X 사업이 진행된다면 이러한 기술 인프라를 유지 발전시켜 향후 6세대 전투기와 미래 여객기 개발 능력을 갖춘 세계 7대 항공우주 산업국으로 발돋움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Q. F-X 사업과 KF-X 사업은 연계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F-35A 도입이 결정되면서 기술이전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로서는 협상의 카드가 별로 없기 때문에 협상 이전부터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치적으로 상당량의 기술문서와 기술인력을 제공하겠다는 식의 기술이전은 자칫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방위사업청이 록히드마틴에 투자 참여를 요구했다. 만약 투자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책임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KF-X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현안이 되고 있는 엔진 수와 관련된 개발형상 논란은 소요군을 비롯해 관련 기관의 의견을 참고하되 더 이상의 논란으로 방치하지 말고 방위사업청이 주도적으로 결정해 사업 지연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기술이전을 위한 F-X 절충교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미국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루트의 기술이전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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