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안전, 당신은 얼마나 아십니까?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비상용 장비와 비상구 이용 방법에 대해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항공 여행이 일상이 된 지금,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들어본 기내 안전에 대한 브리핑이다. 우리가 항공 사고 혹은 그에 준하는 사고를 당했을 경우, 생존에 필수적인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그 내용이 3~4분으로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승객이 이 중요한 기내 안전 브리핑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혹은, 각 항공기 좌석 앞주머니에 있는 승객 브리핑 카드를 꺼내 본 승객들이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혹은 다소 불편한 연구 결과가 있다. 처음 “기내 안전 정보 전달에 대한 승객 주의 환기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 관한 연구(Factors affecting passenger attention to safety information presentation, 1979)”가 시작되었을 당시만 해도 70%의 승객들이 안전 정보 전달에 주의를 기울였고, 30%의 승객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로 27년이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진행된 “승객 안전 인지도: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무지(Passenger Safety Awareness: Still Ignorant After All These Years)”라는 연구조사에서는 오히려 항공 여행객의 안전 인지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승객의 성향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주의를 기울이는 집단(Attenders)”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집단(Non-attenders)”에 비해 학력이 낮고, 연령대가 높으며, 대승객 안내에 포함된 정보를 알고 나면 비상상황 시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더 젊고, 학력이 높으며, 항공여행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집단은 대승객 기내안전 브리핑(비디오 상영물이건 브리핑 카드건 간에)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항공여행에 겁을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비디오 상영물과 승객 브리핑 카드로 구분지어 답변한 결과를 보면 승객들의 절반 이상이 비디오 상영물을 보지 않으며, 4분의 1정도만 본다고 답변한 결과를 합치면 안전 비디오 영상물을 보지 않는 승객은 약 75%나 된다. 또한 브리핑 카드의 경우 약 89%가 꺼내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시 대처법, 기내안전영상에 담겨있어
그렇다면 왜 항공 여행객들은 기내 안전 브리핑을 보지 않는 것일까?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약 45%의 승객은 “전에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55%의 승객은 독서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는 등,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스러운 점은 대승객 기내 안전 브리핑의 간단한 내용, 예컨대 기내에서 감압이 발생하면 유아 동반 승객은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본인의 마스크를 먼저 당겨쓰고 동반 유아를 씌워줘야 한다든지, 혹은 가장 가까운 비상 탈출구 등의 내용을 여전히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탑승한 항공기가 불행하게도 사고가 났다면, 당신은 당신의 좌석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인지하고 있는가? 혹은, 수면 위에 불시착 한다면 당신이 입어야 할 구명복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구명복 착용법과 부풀리는 시점은 알고 있는가?
항공기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두려움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무의식적으로 탑승을 했던 문으로 몸이 이동하게 된다. 자연히 탑승을 했던 문은 탈출하려는 승객들로 붐비고, 탈출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가까운 비상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경우 생존율은 당연히 떨어진다.

항공기가 수면 위에 불시착을 했다고 생각해보자. 거의 대부분의 경우 승객의 구명복은 개별 좌석 하단에 위치한다. 착용법과 부풀리는 법을 알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구명복은 항공기 탈출직전 비상구 앞에서 부풀리고 탈출해야 부풀어진 구명복으로 인해 비상구로의 접근이 지연되지 않고, 미처 탈출하기도 전에 항공기가 기울어진다거나 뒤집힐 경우 부풀려진 구명복은 당신이 탈출하는데 엄청난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런 모든 중요한 정보들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당신이 독서를 하고,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그냥 지나쳤던 기내 안전 비디오와 승객 브리핑 카드 안에 다 들어있다.
 
항공사, 효과적인 전달방법에 고심
항공기 이륙 전 실시되는 기내 안전 브리핑의 내용이 비상상황 시 승객 개개인의 생존에 직결된다는 중요성 때문에 그동안 항공사들은 승객 안전에 대한 효과적 정보 전달의 한 방편으로써 여러 가지 자구책들을 시도해왔다. 대승객 기내 안전브리핑을 랩으로 하는 항공사가 있는가 하면, 기내 안전 비디오를 승무원들이 직접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촬영을 하고 시연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기내 안전 비디오를 노래로 만들어 상당히 다듬어진 춤과 함께 상영하는 항공사도 등장했다.

승객 브리핑 카드의 경우도 브리핑 카드에 대한 승객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항공사들이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약 780여 명의 참가자들에 의해 이루어진 조사 “승객 안전을 위한 효과적인 브리핑 매체: 브리핑 카드의 그림과 그림문자 (Effective Presentation for Passenger Safety: Briefing Card Pictorials and Pictograms)”에 의하면 승객들이 판독하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내용의 그림으로 설명되어진 브리핑 카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 직원을 포함한 항공업계 종사자의 경우 대부분의 브리핑카드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나 일반인들의 경우 이해도가 미국의 기준치인 67%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전달해야 하는 내용은 많으나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 많은 정보를 집약하다보니 각 항공사별로 더 복잡하고 알기 어려운 그림문자들이 등장하지 않았나 사료된다. 해당 결과에 대해 미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의 연구기관인 민간항공의료센터(Civil Aeronautical Medical Institute)에서는 브리핑카드의 내용에 가급적 단순하고,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부호나 상징들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새로운 브리핑 카드 디자인에 대해 비항공업계 종사자의 검증을 받으라고 충고한다.
 
버진아메리카항공의 기내안전비디오
http://www.youtube.com/watch?v=DtyfiPIHsIg


항공기 사고 시 충격방지자세
세상에 존재하는 교통수단 중 항공기가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수많은 승객을 운송하는 수단이라는 점과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불안함을 누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항공사고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Survival 즉 생존 가능한 사고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항공기 사고 시 대처법 및 빠른 항공기 이탈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기 사고가 날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항공기가 지면에 충돌 시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항공사들은 항공기 충돌 시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고 방지할 수 있는 “충격방지자세(Brace Position)”에 대한 안내를 기내 각 좌석에 비치된 브리핑카드를 통해 하고 있다. 1980년대 당시의 테스트에 의해 고안된 이 “충격방지자세”는 항공사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양팔을 교차하여 앞좌석 상단을 잡고 머리는 그 사이로 숙이거나 교차한 손등에 가져다 대는 자세가 된다. 좌석 간의 공간이 넓어 앞좌석 상단을 잡지 못하는 프리미엄 클래스 좌석의 경우에는 양 손이 전방으로 향하게 하여 발목 뒷부분을 잡고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가 된다. 이는 항공기 충돌 시 충격이 가해지는 방향으로 몸을 먼저 위치하게 하여 충격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최근 필자가 참여했던 미연방항공청의 민간항공의료센터 주최 객실 안전 워크숍(2014 FAA Cabin Safety Workshop)에서는 다소 새로운 충격방지자세가 제시되었다. 그 배경은 2009년 1월 미국에서 발생했던 US항공 1549편의 불시착 사고에서 비롯된다.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0분 뉴욕 외곽의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한 US항공 1549편 여객기가 이륙 후 2분이 지난 시점에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이륙한 항공기가 새 떼와의 조우로 인해 새 떼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엔진에 불이 나는 사고)로 인해 회항을 시도하다 결국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을 했다. 사고 당시 기적적으로 전원 생존했으나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두 명의 승객이 비슷한 어깨 부상을 당했고, 당시 같은 충격방지자세를 한 것으로 판명됐다.

해당 사고를 조사하던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에서 미연방항공청(FAA)에 해당 사고 관련 충격방지자세에 대한 연구를 요구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충격방지자세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시작됐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권고로 시작된 이 연구에 대한 전제는 “좌석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충격방지자세도 변화하였는가(To see if with changing seat technology the most beneficial brace position had changed)”였다. 기존에 제작된 항공기 좌석들의 경우 항공기가 충돌했을 시 “고정된 좌석 등받이(Locked-out Seatback)” 타입과 “완전히 접히는 좌석 등받이(Full Break-Over Seatback)”로 나뉘어져 적용되었다. 하지만 좌석 기술의 진보에 따라 “충격흡수 등받이(Energy-Absorbing Seatback)”가 등장했고, 최근에 제작되는 항공기의 대부분에 적용됐다.

현재 대부분의 항공사들에서 적용하고 있는 충격방지자세의 경우 기존의 “고정된 좌석 등받이”과 “완전히 접히는 좌석 등받이”의 좌석 구조에서는 두부손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충격흡수 등받이”가 적용된 항공기의 경우 좌석 상단을 잡는 이 방법은 오히려 좌석을 앞쪽으로 더 밀게 되어 머리와의 이격을 더 크게 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증명되었다.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미리 머리를 위치시키는 것은 동일하나 팔을 상체 위로 둘 경우 팔이 좌석을 밀거나 팔꿈치가 먼저 닿는다는 얘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양팔이 앞좌석을 밀지 않게 상체 아래로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연방항공청 민간항공의료센터(FAA CAMI)에서 새로이 추천하는 충격방지자세는 충격이 가해질 시 상체는 숙이고, 양팔은 종아리의 양 측면을 잡는 방법이다.


 미연방항공청 민간항공의료센터(FAA CAMI)가 새로이 추천하는 충격방지자세는 기존 방법(왼쪽) 대신 충격이 가해질 시 상체는 숙이고, 양팔은 종아리의 양 측면을 잡는 방법(오른쪽)이다.

이 자세는 상기에서 언급했던 세 종류의 좌석에서 모두 두부손상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증명됐다. 거의 모든 항공사가 생산 연도가 다른 여러 종류의 항공기를 운항함을 감안한다면 결론적으로 새로이 추천되는 충격 방지 자세는 어떤 항공기에 탑승하건 간에 승객의 두부손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단, 이 연구를 진행한 미연방항공청 민간항공의료센터(FAA CAMI)는 “이 연구가 충돌테스트용 인형을 이용한 연구로 바로 인간에게 적용하려면 좀 더 보완시킬 연구가 필요함을 전제로 이 충격방지자세를 권고한다”고 언급했다.


글 / 아시아나항공 캐빈서비스 훈련팀 안전전문교관 성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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