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이 평가한 F-35A 전투기 성능은?


조종사들이 평가한  F-35A 전투기 성능은?

- 최근 F-35A 조종사 대상 설문조사 ⋯ F-15 ․ F-16 등과 비교 평가
- F-35A, 대부분 평가항목에서 우위 ⋯ 선호도 조사에서도 F-35A 선택   

현재 전투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종을 꼽는다면 단연 F-35 JSF. 개발기간이 길어지면서 극히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성능에 관한 여러 논란들이 수시로 불거지곤 했다. 그 중에서도 근접교전, 일명 ‘도그파이팅’ 성능은 실제로 비행을 하기 전에는 입증되기가 힘든 부분이기 때문에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러나 미 국방부 시계도 멈추지는 않았다. 미 해병대에 이어 최근 미 공군도 기본운용능력(IOC)을 선언하는 등 F-35 계열 기종의 전력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일선 대대들에서 이뤄지고 있는 훈련경험들도 알려지면서 F-35의 도그파이팅 능력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F-35A 조종사들이 직접 평가
그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학술연구재단인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이 미 공군 F-35A 조종사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주목을 끌었다. 설문내용은 이전에 조종하던 기종과 비교해 F-35A의 성능을 평가해 달라는 것. 물론 이번 설문조사 이전에도 F-35 조종사 개인차원의 경험담이 간혹 화제가 된 바 있었지만, 이번 헤리티지 재단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는 현역 F-35A 조종사 31명의 의견을 종합한 조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헤리티지 재단은 우선, 공개한 자료에서 레이더와 수동탐지시스템, 스텔스 기술, 센서융합 등 전투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항공전자장비의 우위를 설명하면서 F-35A가 그러한 부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것이므로 먼저 보고, 먼저 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31명의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헤리티지 재단은 F-15C, F-15E, F-16C, A-10을 조종했던 현역 F-35A 조종사 31명을 대상으로 2가지 설문을 진행했다. 그 중 하나는 기존에 조종했던 기체와 비교해 F-35A의 성능을 평가해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특정한 교전조건에서 기존에 조종했던 기체와 F-35A가 서로 교전한다고 가정할 때 어느 기체를 조종하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었다.

첫 번째 설문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항목별 성능비교를 요청한 것이라면, 두 번째 설문은 주관적인 선호도를 묻는 내용이었다. 특히 첫 번째 설문에서는 기체의 성능을 순간선회율을 비롯해 지속선회율, 저속반응, 시저스기동 성능, 속도회복 능력으로 세부적으로 구분했으며 그 결과는 <표 1>과 같이 나타났다.
 

※ 자료: 헤리티지 재단
 

<표 1>을 보면 기종별로 5개 항목의 성능비교가 되어 있고, 5점으로 갈수록 성능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맨 아래 ‘전체 항공기 대 F-35A’는 31명의 조종사가 평가한 종합점수다. 예를 들어 F-15C와 F-35A를 비교한 평가결과를 보면 순간선회율과 지속선회율, 속도회복 능력은 F-15C가 다소 앞선 대신, 스택/시저스 성능과 속도회복능력은 F-35A가 F-15C보다 상당히 앞선 것으로 조종사들은 평가했다. 설문조사에 언급된 비교항목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순간선회율
순간선회율(Instantaneous turn)은 항공기가 급격한 기동을 하는 가운데 속도를 잃는 것을 감수하면서 순간적으로 기수를 가장 빨리 돌릴 수 있는 최대선회율을 말한다. 이는 적기가 바로 앞에 있어서 기수를 조금 더 빨리 당겨 무기를 발사하고자 할 때 필요하다.
 
∎ 지속선회율
지속선회율(Sustained turn rate)은 속도를 잃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최고선회율을 말한다. 이는 적기와 계속적인 선회싸움을 할 때 필요하다.
 
∎ 저속 반응성
저속 반응성(Responsiveness at slow speeds)은 전투기가 급격한 기동을 하면서 교전을 하다보면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처럼 전투를 하면서 저속 상황이 되었을 때 기체 제어가 얼마나 잘 되는지를 말한다.
 
∎ 스택/시저스 성능
시저스(Scissors)는 낮은 속도에서 적기와 계속 마주보며 교차하면서 적기를 기수 앞으로 위치하도록 시도하는 기동. 시저스 성능은 이러한 시저스 기동에서 얼마나 더 유리한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시저스 기동이 우수하다는 것은 곧 저속에서 기동성이 좋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저속 반응성과도 연관이 되는 성능이다. 그리고 스택(Stack)은 시저스 기동을 상하 방향으로 하는 경우를 말한다.
 



※ 자료: 미 공군 F-16 교재 MCH11-F16 Vol5 1996년판
 
∎ 속도회복능력
전투기가 급격한 전투기동을 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떨어지면 기동성도 같이 떨어지는데, 속도회복능력(Ability to recover airspeed)은 이러한 상황에서 속도를 신속하게 다시 높여 기동성을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을 말한다.
 

조종사들의 F-35A 선호도는?
두 번째 설문에서는 가시거리 밖(BVR) 교전, 9,000피트 퍼치 셋업(9K' Perch setup), 버터플라이(Butterfly), 단거리(Short range), 수직전투(Tree/vertical fight) 등 5가지 조건을 상정해 자신의 예전 주기종과 F-35가 교전할 경우, 어떤 기종을 선택할 것인지를 조사했고, 결과는 <표 2>와 같이 나타났다.


※ 자료: 헤리티지재단


예컨대 F-15C의 BVR 항목이 100%라는 것은 이전에 F-15C를 조종했던 조종사에게 BVR 교전상황에서 F-15C와 F-35A 중 어떤 전투기를 타고 싶은지 물었을 때 전원이 F-35A를 타겠다고 대답했다는 의미다. 여기서 선택된 기종은 해당 교전상황에서 조종사들이 더 우수하다고 주관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체 결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5개 기종에 대한 5개 성능항목에서 F-15C를 더 선호한 9,000피트 퍼치 셋업 상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조종사들은 F-35A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9,000피트 퍼치 셋업과 버터플라이 셋업에 대해 설명하면, 우선 9,000피트 퍼치 셋업은 한 대의 전투기가 다른 전투기의 후방 5시 방향 9,000피트(2.7km) 거리에서부터 전투기동을 시작하는 훈련설정을 말한다. 이 셋업은 한 대는 공격, 한 대는 방어 상황을 의도적으로 부여한 상태에서 전투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셋업이다. 그리고 버터플라이 셋업이란 두 대의 전투기가 서로 마주보고 교차하는 상황을 설정해 서로 중립적인 상황에서 전투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훈련설정이다.
 
퍼치 셋업 및 버터플라이 셋업 방법

※ 자료 : 미 해군 T-45교재 Flight Training Instruction – BFM, 2016년판
 

미 해군에서 사용하는 퍼치 셋업과 버터플라이 셋업 방법의 도해 설명은 위와 같다. 횡렬대형에서 시작해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의도한 위치를 잡은 후, 화살표의 끝단에서부터 전투기동을 시작한다. 따옴표 친 문장들은 셋업을 만드는 과정에서 두 조종사가 서로 교신을 하면서 합을 맞추는 절차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퍼치 셋업은 한 전투기가 다른 전투기의 5시 정도 위치를 잡은 채 전투기동을 시작하고, 버터플라이 셋업은 서로 마주보고 지나치면서 전투기동을 시작한다.
 
조종사, F-35A 전투잠재력 높이 평가
<표 1>에서 F-15C와 F-16C 두 기종을 보면, 선회율 관련 성능은 F-15와 F-16이 우세한 반면, F-35는 저속 기동성 관련 항목이 우세하다. 이는 최근까지 F-35의 기동성이 뒤떨어진다는 비난들의 근거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도그파이팅이란 선회를 상대보다 빨리 하면 이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표 1>에도 성능항목이 5가지로 구분돼 있듯 선회율은 전투기에서 기동성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라 기동성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시대 전투기들은 상대적인 장단점들이 섞여 있으며, 조종사들은 공중전에서 자신의 전투기의 장점을 활용하고 단점을 숨기면서 싸우는 법을 익히고 연습하는 것이 일상생활이다.

마침 헤리티지 재단의 이번 설문조사가 그러한 맥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F-16 출신 조종사들은 F-35A가 F-16과 순간선회율은 비슷하고 지속선회율은 F-16보다 떨어진다고 평가를 하면서도, 근접교전 조건에서 어느 전투기를 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다수가 F-35A를 선택했다. 또한 F-35A에 비해 기동성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영역이 가장 많은 F-15C조차도 순간선회율, 지속선회율, 가속력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9,000피트 퍼치 셋업에서만 F-15C를 선호했고, 중립적인 상황 설정인 버터플라이 셋업에서 F-35 선호도가 높았다는 부분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는 결국 설문에 응한 조종사들이 F-35가 참여하는 근접공중전에서 선회율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F-35가 가진 저속 성능의 활용성을 더 높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F-15C 및 F-16을 조종했던 조종사들이 모두 버터플라이 셋업에서는 F-35A를 더 선호했고 9,000피트 퍼치 셋업에서는 버터플라이 셋업에 비해 F-35A를 선택한 비율이 낮았다. 이는 9,000피트 퍼치 셋업은 어느 한 전투기가 다른 전투기의 꼬리를 물고 기동을 시작하는 셋업인 만큼 선회전으로 전투가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선회율 성능을 상대적으로 중요시 여겼다. 반면 버터플라이 셋업은 서로 정면으로 교차하면서 전투를 하는 설정이므로 서로가 각자에게 유리한 영역을 활용하는 게임플랜을 가지고 들어갈 기회가 더 많다고 여겨서 이런 추세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면교차 상황에서 기체 성능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플랜의 단적인 예로서는 원서클 턴(1 circle turn)과 투서클 턴(2 circle turn)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위 그림은 원서클 턴 상황이다. 원서클이란 서로 높은 각도로 교차한 전투기가 기수를 맞대고 선회하는 것을 말한다. 그림에서처럼 원서클 턴에서는 선회반경이 더 좁은 전투기가 상대 전투기의 선회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어 더 유리하다.
 


 
반면 위 그림은 투서클 턴 상황이다. 투서클 턴은 서로가 꼬리를 물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상황에서는 더 빨리 선회를 하는 전투기가 상대를 더 먼저 공격할 수 있으므로 선회율이 높은 쪽이 유리하다. F-16C와 F-35A의 성능 특성을 이 상황에 대입한다면, F-16C는 지속선회율이 높아 가급적 투서클 턴 상황을 만드는 게 유리할 것이고, 저속 기동성이 좋은 F-35A는 선회반경을 좁게 돌 수 있는 만큼 원서클 턴 상황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 물론 이는 단적인 비교를 위한 사례로 실제로는 적과 정면교차할 때 수직 기동, 증속 이탈 등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맥락 때문에 조종사들은 F-35A의 선회율 성능이 F-15C나 F-16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종합적인 전투잠재력을 볼 때 F-35A가 탁월하다고 판단해 BVR 교전뿐만 아니라 근접전투 조건에서도 대부분 F-35A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F-35A를 직접 조종하고 있는 조종사들이 거의 모든 경우에서 4세대 전투기보다 F-35A를 타기를 선택했다는 것만큼 F-35A의 종합적인 실전 잠재력을 보여주는 근거는 아마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러한 조종사들의 평가는 F-35A의 기동제한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인 만큼, 기동제한이 완화된다면 이번 설문결과보다 더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넘을 수 없는 전투기 세대 격차
F-35의 근접전 성능에 대한 문제제기가 될 때마다 군 당국이나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F-35가 도그파이팅을 위해 개발된 전투기가 아니라 BVR에서 적을 압도하도록 만든 전투기라는 해명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러한 표현도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런 해명은 마치 F-35가 도그파이팅에서는 다른 전투기들에 밀린다는 것을 시인하는 뉘앙스로 오해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헤리티지 재단의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BVR은 아예 논외로 하고 도그파이팅만을 놓고 봐도 F-35가 4세대 전투기들에 밀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헤리티지 재단의 설문조사결과는 3세대 및 4세대 전투기 간 종합적인 전투력 차이가 너무나 명백해 그 둘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4세대와 5세대라는 세대 구분도 괜히 생긴 것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글/ 김진용
 
※ 헤리티지재단의 기사 원문은 홈페이지(http://www.heritag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