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종석 케일럼 회장

케일럼 “국내 항공산업 미래 제시할 것”
윤종석 케일럼 회장



Photo : 월간항공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서 ‘신항공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윤종석 케일럼(Caelum) 회장. 지난 2021년 10월 항공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데 이어, 2022년 3월에는 기업설명회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신항공사업 비전을 공표하고, 사명도 기존 EWK에서 신항공사업에 대한 의지를 담은 ‘하늘’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인 케일럼으로 변경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새로운 비전을 공표한 윤 회장은 2022년 한 해를 눈코 뜰 사이 없이 보냈다. 1월과 12월, 두 번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신항공사업 추진을 위한 약 330억 원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을 비롯해 4월에는 항공기 엔진부품 전문기업인 하나ITM을 인수하고, 9월에는 세계적인 항공기 리스기업인 영국의 월드스타에비에이션(World Star Aviation, WSA)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와도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P2F(Passenger to Freighter)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12월 22일에는 국내에서 ATR 항공기를 운용하는 하이에어와 ‘ATR 항공기 조달 구매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신항공사업의 첫 단추를 끼울 준비를 마쳤다. 계획대로라면 케일럼이 국내에 들여와 개조한 ATR 72-500이 2023년 3월에는 하이에어를 통해 첫 운항에 나서게 된다. 윤 회장이 항공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지 약 1년 5개월 만에 신항공사업의 첫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Photo : 하이에어

새로운 개념의 ‘신항공사업’
윤 회장이 구상한 신항공사업은 새로운 분야라기보다 새로운 방식에 가깝다. 기존 항공산업에서 가려져 있던 부가적인 파생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신항공사업의 핵심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군수분야는 항공부품 및 운영 사업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파생 상품이 있는 분야”라면서 “케일럼이 항공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부가적인 파생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윤 회장은 “보통 아파트 시공사업 규모가 3천억 원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여객기 한 대 값이 3~5천억 원 이상”이라며 “이러한 여객기가 수십만 대나 되는 항공시장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이 제시하고 있는 신항공사업도 이러한 항공시장에서 항공·군수분야와 금융을 최적으로 융합해 더 크고 효과적인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케일럼의 항공사업구도를 보면 항공산업 기업 인수와 전략적 파트너십 등의 금융 솔루션을 통해 항공기 리스 및 유통, 민/군 항공기 MRO, 항공기 P2F 개조, 항공기 부품 개발 및 제작, 공급 등 다양한 분야의 항공사업을 추진한다는 개념이다.

금융 노하우를 항공사업에 적용
윤 회장이 이러한 신항공사업을 구상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그의 이력 덕분이다. 미국의 워싱턴대와 뉴욕대에서 회계학과와 MBA를 각각 전공한 뒤 푸르덴셜 시큐리티와 JP 모건 등에서 애널리스트와 기업자금 담당 업무를 해왔고,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증권 초대 PEF 대표와 블리스 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금융업계에 몸담아 온 소위 ‘금융맨’ 출신이다. 

항공분야의 비전문가로 보일 수도 있는 그의 이력은 오히려 그가 항공기 개조, 항공기 부품 제작, UAM/UTM 등 전통적인 항공사업과 금융 솔루션을 융합한 신항공사업을 구상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됐다. 특히 산업 특성상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는 항공분야는 자금조달이 핵심인 만큼 금융분야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항공분야의 새로운 사업 구상에 큰 밑거름이 됐다. 

실제로 윤 회장은 “(향후 자금조달을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과의 제휴는 물론 금융전문가들과의 협력, 그리고 해외 항공 관련 리스기업과 보험 및 펀드, 증권자산운영사 등과 자체적인 자산운영 리스사를 설립하고 제휴해 뒤처진 국내 항공금융시장을 정립시켜 자금조달과 협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케일럼을 이끄는 경영진에는 윤 회장을 비롯해 볼보자동차 코리아 및 대웅제약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문정엽 CFO 등 금융 및 경영 전문가뿐만 아니라 항공교통관제, 공항운용관리 솔루션 등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평가받는 사브 센시스의 한국사업총괄대표를 지낸 권 마이클 대표이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부사장을 지낸 박재점 사장 등 항공분야에 오래 몸담았던 항공전문가들도 포진하고 있어 신항공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Photo : 월간항공

신항공사업의 첫발, 화물기 개조 
이러한 신항공사업 계획을 기반으로 윤 회장은 신항공사업의 첫발로 MRO 파트너를 통한 P2F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자상거래가 크게 늘면서 화물기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향후에도 수요가 지속해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어버스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40년까지 화물기 개조 수요는 약 1,500여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윤 회장은 항공사업 진출을 공식화하기 수년 전부터 이미 MRO/P2F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5~6년 전부터 케일럼의 현 주주이자 사외이사인 WSA를 비롯해 에어버스와 싱가포르 ST 엔지니어링 간 합작법인인 독일의 EFW 등과 기술 및 라이센스 협력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 결과 지난 9월에 이들 기업과 협약 체결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 간 협약 체결로 MRO/P2F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윤 회장은 “향후 10년간 100대의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기 위해 현재 이들 기업과 계속 조율 중”이라며 “빠르면 2023년 중반에 A330, A321, A320 또는 B737 항공기를 개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WSA의 세계적 항공기 조달능력과 금융을 통해 한국에서 항공기를 개조하고 UPS, 페덱스 등 글로벌 항공특송기업이 도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케일럼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윤 회장은 MRO/P2F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 중 하나로 민간 주도의 MRO/P2F 사업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역대 정부가 예전부터 MRO 사업단지 구축과 사업을 추진하고자 노력했지만, 기술력과 라이센스라는 벽에 부딪혀 활성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케일럼이 민간 주도로 MRO/P2F 사업을 추진해 국부 유출을 막고, 일자리 창출과 기술이전 등의 많은 가치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Photo : ST Engineering

지속가능한 미래사업도 추진 
현재 항공기 개조사업이 우선 추진되고 있지만, 향후 사업으로 전용기를 공유하는 프라이빗 제트(Private jet) 사업과 부품제작사를 인수한 후 항공·군수용 부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앞서 케일럼은 가스터빈 엔진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인 하나ITM을 인수한 바 있다. 윤 회장은 “현재 3차 공급업체(Tier 3)이지만, 글로벌 엔진기업인 사프란과 직접계약을 통해 2차 공급업체로 끌어올려 추가 수주 및 차후 개발 엔진용 부품 공급계약 체결 등을 통해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심항공교통/무인기교통관리(UAM/UTM)는 윤 회장이 향후 전략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 2022년에 이미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예컨대 5월에 항공분야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의 반티크(Vantiq)와 ICT 사업 협력 협정(MOU)을 체결한 데 이어, 6월에도 UAM 유·무인 항공관제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프리퀀티스와 글로벌 드론 관제 및 3D 맵핑 솔루션 서비스기업인 클로버 스튜디오와도 사업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Photo : Embraer

윤 회장은 “프리퀀티스, 반티크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클로버 스튜디오 등 국내 기업과 제휴해 UAM/UTM 사업 중 관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건설사와도 제휴해 UAM 수직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건립할 계획”이라며 2025년에는 한국과 호주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군수분야와 관련해 보잉과 록히드마틴 등과도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큰 프로젝트를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해 지금은 작은 회사이지만 세계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발돋움하고 있고, 나아가 국내 항공산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 김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