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전투기 프로그램] 5세대를 향한 칼끝 경쟁 치열

[아시아 전투기 프로그램]
5세대를 향한 칼끝 경쟁 치열
 
아시아 전투기 프로그램의 판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기종 중 하나인 중국의 촁두 J-20
 

세계에서 군비경쟁이 가장 격화되어 있는 아시아에서 각국은 주변국보다 더욱 날카로운 창을 갖추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특히 창끝에 비유되는 전투기는 각국이 가장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 무기체계다. 기존 전력을 4.5세대급으로 개량하고 5세대 전투기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현황을 짚어봤다.
 
조문곤 기자(jomoongon@wasco.co.kr)
 

중국
중국의 전투기 프로그램은 마치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를 표방하는 촁두 J-20과 센양 J-31로 대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1개 기종을 개발하는 데에도 천문학적인 예산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를 2개 기종씩이나 동시에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관건은 기술이다. 실제로 많은 산업스파이나 해커들이 미국의 F-22나 F-35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건네려다가 검거된 사례가 적지 않을 만큼 중국은 자체 기술인프라와 훔친 기술들을 총동원해 J-20과 J-31을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스텔스 전투기 개발은 무작정 돈을 쏟아 붓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의 전폭적인 재정적·정책적 지원을 J-20 조차도 개발은 난망한 상태에 있다고 전해진다. 물론 가장 최근인 2014년 7월 전자광학 목표조준시스템(EOTS) 등 각종 장비를 갖추고 외형을 다듬은 J-20 2012번 기체를 통해 J-20 개발이 진척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으로 뒤쳐진 엔진기술은 큰 덩치를 가진 J-20에 요구되는 성능에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모양을 다듬어 가고 있는 J-20의 외형은 점점 F-22에 근접해져가고 있다.
 

아울러 무릇 5세대 전투기라면 기체형상이 아닌 저시인성(LO) 달성을 위한 작은 레이더반사면적(RCS)과 강력한 레이더 성능으로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F-35나 러시아의 PAK FA 수준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2007년 스텔스 전투기 개발경쟁에서 촁두에 패해 독자개발 노선을 걷고 있는 J-31은 더더욱 그렇다.
 
센양이 독자개발하고 있는 J-31은 J-20에 비해 개발속도는 훨씬 뒤쳐져 있다. 제대로된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J-20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J-20과 J-31의 실질적인 실용화 시점이 2020년 이후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전투기 프로그램의 중추는 수적으로나 전력으로 보나 J-11 계열과 J-10이다. 불법복제한 J-11B는 이미 5개 비행연대 120대 규모를 갖췄고 현재도 생산중이다. 이와 함께 랴오닝 항모에서 운용할 J-15와 대함공격 능력이 크게 향상된 Su-30MK2의 복제판 J-16 개발이 한창이다.
 
중국의 실질적인 주력기 J-11. 다양한 파생형으로 생산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중국 전투기 프로그램의 오늘을 상징하는 기체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14년 주하이 에어쇼를 전후로 7년여를 끌어왔던 러시아의 최신예 Su-35S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4대에서 48대가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Su-35S를 통해 4.5세대급 엔진 및 레이더 기술을 확보한 뒤 J-11/15/16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5년부터 실전배치된 자국산 J-10은 꾸준히 생산되면서 노후화로 대체가 시급한 J-7과 J-8 II를 대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ESA 레이더를 갖춘 J-10B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일본의 주력전투기는 F-15J와 F-2다. 2010년을 전후로 일본은 F-2를 추가생산할지, 더 많은 F-15를 추가개량 할 것인지를 저울질한 바 있다. 결국 F-15J를 추가개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98대(시제기 4대 포함)를 끝으로 2011년 F-2의 생산을 종료시킨 바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어난 쓰나미로 18대의 F-2를 상실했는데, 재생작업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일본은 이중 13대 수리에 성공해 일선에 복귀시켰다. 현재 60대의 F-2에 탑재된 J/APG-1 AESA 레이더를 성능이 대폭 향상된 J/APG-2로 개량해 AAM-4B와 JDAM 운용능력을 부여하고 헬멧시현시스템(HMD)을 장착하는 개량사업을 진행 중이다.
 
 F-2의 생산은 종료되었지만 현재까지 항공자위대의 유일한 AESA 레이더를 장비한 고성능 기체다.
최근에는 최신형 J/APG-2 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개량작업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현재 156대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F-15J의 경우 2002년부터 중기 개량프로그램을 통해 F-15MJ(F-15J改) 1형과 2형으로 나누어 개량을 진행 중이다. 특히 F-15MJ 2형은 적외선탐색추적장치(IRST)와 헬멧시현장치(HMD), 최신형 AAM-5 단거리 미사일 등을 탑재하는 최신 개량형으로 공대공 능력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수출없이 내수기반으로만 방대한 인프라를 유지해야 하는 군수산업구조로 인해 F-15MJ로의 개량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약 100대를 F-15MJ 1형 혹은 2형으로 개량하고 나머지 50여대는 F-35A로 대체할 계획이다.
 
 

한편 42대의 F-35 도입을 결정한 일본은 초도 도입분 4대를 직도입하고 나머지는 나고야에 공장을 새로 지어 38대를 면허생산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의 IHI사는 나고야에 F-35의 프랫 앤 휘트니 F135 생산공장을 건설해 면허생산하고 엔진 정비 및 유지관리까지 맡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12월 19일 미 국방부는 호주와 함께 일본을 아태지역 F-35 창정비 거점으로 선정했다(우리나라의 F-35는 국민정서와 군사적 관점 측면에서 거리가 훨씬 먼 호주에서 창정비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F-35 선정을 통해 F-35 생산라인과 F135 엔진 산라인, 아태지역 MRO 거점을 국내로 모조리 가져왔을뿐만 아니라 많은 자국 업체 참여를 통해 F-3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F-35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철저하게 거부해오던 미국의 태도를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F-35 기술이전 및 개방에 대해 미국의 상당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F-35의 생산·개발·MRO(유지보수·수리·정비)에 많은 자국업체들을 참여를 이루어냈다. 이와 같이 일본이 F-35 프로그램에 자국업체를 통해 깊이 관여하려 하는 것은 현재 개발 중인 F-3(ATD-X)의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2027년을 전후로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F-3는 현재 기술실증기가 제작을 마치고 2015년 초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아시아 국가 중 최신예 첨단 전투기 프로그램을 장기적이면서도 가장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본은 첨단 전투기 재무장 구상이 본격화되는 2020년대에 강력한 전력을 구축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일본이 양보다 질에 승부를 걸고 있다면 인도는 양과 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야심찬 전투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 세계 4위권의 공군력 규모를 갖추고 있는 인도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MiG-21 대체를 위해 다목적전투기(MMRCA)사업을 벌여 2012년 1월 라팔을 선정한 바 있다. 총 126대가 도입되는 라팔에 대해 초도기 18대를 직도입하고 나머지는 힌두스탄 유한항공사(HAL)이 면허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며 2015년 3월까지 구매 및 생산조건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현재 인도 전투기전력의 핵심은 2002년부터 도입한 200여대의 Su-30MKI이며 2018년까지 총 272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현재도 생산과 인수가 한창인 Su-30MKI는 이와는 별도로 러시아제 패저트런(Phazotron) Zhuk-AE AESA 레이더 장착을 핵심으로 하는 ‘슈퍼-30’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2012년 40대의 개량결정을 시작으로 향후 더 많은 Su-30MKI가 슈퍼-30 프로그램을 통해 개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Su-30MKI는 4.5세대에 준하는 고성능 전투기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슈퍼-30으로 대표되는 Su-30MKI 최신 개량형은 러시아의 PAK FA를 국산화한 PMF(Perspective Multi-Role Fighter)가 배치되기 전까지
라팔과 함께 인도 전투기전력을 이끌 전망이다.
 

한편 개발에 착수한지 무려 30여년 만인 2013년 12월 인도 공군에 인도된 테자스(Tejas) 경전투기 사업도 겨우 본궤도에 올랐다. 공군용 40대와 해군용 6대가 주문되었으며 약 200대가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군용 테자스는 현재 도입중인 항모탑재형 MiG-29K(45대 주문)와 함께 하이-로우 믹스로 운용될 것이다.
 
성능대비 투입된 천문학적 개발비와 30여년의 개발기간에 비추어 볼 때 테자스는 사실상 실패한 전투기다.
기술적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엔진과 같은 핵심기술까지 지나치게 국산화를 고집한 결과였다.
 
 
싱가포르
소수정예의 엘리트 공군을 지향하는 싱가포르 공군의 전투기전력은 F-15SG와 F-16C/D 블록52가 핵심을 이루며, 도입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F-35가 미래를 책임지는 구조다. 소규모의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방어전략을 취할 수 없는 싱가포르는 선제공격을 통해 적국으로 하여금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역습을 실시하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전쟁 수행의지 자체를 꺾거나, 적이 역습을 시도했더라도 최대한 정전을 빨리 이끌어내는 전략을 취한다. 당연히 공격의 선봉에 서는 전투기는 주변국들을 압도할 수 있는 치명성을 지녀야만 하므로 성능 또한 동급의 기종을 넘어서는 최고 수준을 추구한다.
특히 F-15SG는 세계에서 미 공군에 이어 두 번째, 해외 F-15 운용국으로는 세계 최초로 AESA 레이더인 APG-63(v)3를 장착했다. 2013년에는 최신예 암람(AMRAAM)인 AIM-120C7을 도입해 발톱을 더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성능적으로는 현재 아시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F-15SG. 
40대 체제를 갖추고 향후 도입될 F-35와 함께 싱가포르의 핵심전력의 지위를 굳건히 지킬 것이다.
 
 
싱가포르는 2005년 F-15SG 도입을 결정해 2009년부터 인수해 왔으며 총 24대를 전력화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2012년을 전후로 싱가포르가 비밀리에 F-15SG 14대를 추가로 도입한 것이 밝혀졌다. F-35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던 싱가포르가 F-35의 기술적 미성숙성과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해 도입을 미루고 F-15SG 추가획득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었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F-35 도입 유보 및 F-15SG 추가구매’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F-35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여러 나라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합의에 의해 비공개로 도입한 것이었다. 아무튼 싱가포르는 추가도입을 통해 F-15SG 40대 체제를 완성했다.
F-16의 경우 60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블록 52형의 최신형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싱가포르는 F-16에 AESA 레이더를 장착하는 개량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최근 사업이 중단된 우리나라의 KF-16 개량사업과 마찬가지로 BAE+레이시온 RACR과 록히드마틴+노스롭 그루만 AN/APG-83 SABR 레이더가 경쟁중이지만 사실상 AESA 레이더는 SABR, 체계통합업체는 록히드마틴 쪽으로 크게 기운 모양새다. F-16 개량사업이 끝나면 싱가포르 공군의 모든 전투기가 AESA 레이더를 갖추게 된다.
장차전 대비 관련해서는 싱가포르 국방부가 “싱가포르 공군 현대화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 F-35라고 공군과 의견일치를 봤다”고 입장을 표명하는 등 F-35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단지 도입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 그리고 F-35A냐 혹은 F-35B냐를 저울질 하고 있을 뿐이다. F-35A보다는 선제공격에 취약한 싱가포르 특성상 활주로가 파괴되어도 이륙이 가능한 F-35B 도입 쪽으로 무게가 더 실리고는 있다. 그러나 F-35B가 특히나 개발에 난항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당분간 F-35B의 개발추이를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관망적 자세를 취할 것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지역 주도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16대의 Su-27SK/SKM, Su-30MK/MK2 등 수호이 계열기를 핵심전력으로 F-16A/B 블록15, F-5E/F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2014년 2월까지 우리나라로부터 KAI의 T-50i 16대를 도입해 노후된 호크 훈련기 및 공격기를 대체를 완료했다.
 
우리나라 T-50의 첫 수출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8대를 곡예비행용으로, 8대는 고등훈련용으로 도입했다.
이들은 유사시 경공격기로 전환이 가능하다.
 
 
미국제와 러시아제 전투기를 동시에 운용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는 2013년 미국으로부터 퇴역한 F-16C/D 블록 25 30대(6대는 부품용)를 무상공여받기로 했다. 대신 이들을 블록 52급으로 개량키로 했으며 6억 7,000만 달러 규모의 개량비용은 인도네시아가 부담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7월 블록 52로 개량된 F-16C/D를 처음으로 인수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2015년 말까지 24대를 모두 인도받을 예정이다.
 
블록 52로 개량된 인도네시아의 첫 F-16C
 

한편 노후화된 F-5와 기존의 F-16은 우리나라가 추진 중인 KF-X 50대, 3개 대대 규모로 대체하여 미래 전장에 대비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10월 우리나라 방위사업청과 총개발비의 20%를 투자하여 50대를 획득하는 KF-X 공동체계개발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맺고 2015년 회계연도에 한화 1,100억여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제와 미국제 전투기를 함께 운용 중이다. 18대의 Su-30MKM을 주력으로 8대의 F/A-18D 호넷과 10대의 MiG-29N이 전투기전력의 핵심이다. 항공력 규모 자체는 너무나 작기 때문에 영해권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전력 면에서는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미약한 수준이다. 그나마 규모 면에서는 같은 말레이계 맞수인 인도네시아와는 붙어볼만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현용 전투기전력 중 노후화로 도태가 시급한 MiG-29N을 대체하기 위해 말레이시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다목적 전투기(MRCA; Multi-Role Combat Aircraft) 도입사업이다.
 
말레이시아 공군의 주력 Su-30MKM. 러시아의 수호이는 이번 MRCA 사업에 Su-30MKM으로 재도전하고 있다.

 
1라운드 격이었던 2000년 초 Su-30MKM으로 결정된 18대 규모의 1차 MRCA 사업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2차 MRCA 사업은 1차 사업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다. 1차 사업 참여기종이었던 Su-30MKM, F/A-18F 슈퍼 호넷이 재격돌한 가운데 프랑스의 라팔, 유로파이터, 스웨덴의 그리펜 NG까지 가세해 총 5개 기종이 경합하고 있다. 불과 18대를 도입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범세계적인 국방예산 감축과 각국의 전투기 도입대수 감소 등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승리를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였다. 그러나 한껏 경쟁열기를 지폈던 말레이시아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MRCA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에 전투기 임대로 재미를 보고 있는 사브 주도로 MRCA를 임대 쪽으로 선회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만
대만은 중국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국가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있으면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미국으로 하여금 대만에 선뜻 고성능의 전투기를 내주지 못하게 만든다. 사실상 주력이라 할 수 있는 144대의 F-16은 다름 아닌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F-16A 블록 20이다. 대만은 1992년 AIM-120 암람 미사일 운용이 가능했던 F-16C/D를 요구했지만 중국을 의식한 미국이 블록 20을 타협안으로 내민 것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제한적인 성능만을 갖춘 미국제 항공기 도입에 피로감을 느끼던 대만은 1992년 고성능 중거리 미사일인 미카(MICA)를 운용할 수 있는 미라지 2000-5Ei/Di 60대 도입을 결정했고, 현재 56대를 운용 중에 있다. 또한 미국의 첨단무기 공급 거부에 견디다 못해 자체개발한 F-CK-1 경국호를 130대를 생산해 현재 127대를 운용 중에 있다. 전투기 보유대수만 따지면 상당한 숫자라고 할 수 있지만 F-16 블록 20과 경국호는 성능적으로 주변국의 주력전투기에 상당히 뒤쳐진다. 그나마 성능이 준수한 미라지 2000마저 최근 3년 간 연이은 추락과 가동률 저하, 바가지에 가까운 부품값으로 인한 운용비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래 25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던 F-CK-1는 대만 정부가 냉전 종식 후 미국의 F-16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F-16 150대를 대차게 지르면서 생산대수를 무려 120대나 삭감했고 130대를 끝으로 생산을 서둘러 종료해버렸다.
 

결국 대만이 띄운 승부수는 F-16의 개량이었다. 대만의 F-16 개량계획은 AESA 레이더 장착을 핵심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 공군이 국방비 삭감여파로 F-16 개량사업을 유보하면서 F-16 개량사업으로는 세계 최초가 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즉, AESA 레이더 개발 및 통합기술 개발비를 부담해야 했던 것인데, 이는 대만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대만은 장고 끝에 개량을 전격 결정하고 2014년 11월 록히드마틴과 2억 7,100만 달러 규모로 142대의 F-16A 블록 20을 개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개량은 2022년 5월 31일까지 대만 자국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이어 2014년 12월에는 3억 800만 달러 규모로 146대의 노스롭 그루만의 AN/APG-83 SABR AESA 레이더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베트남은 Su-30MK/MK2V 24대, Su-27SK/UBK 12대, Su-22M/M4 38대, MiG-21 144대를 보유하고 있다. 성능적으로 베트남의 주력은 Su-30계열 중에서 최신형에 속하는 Su-30MK2V 20대다. Su-30MK2V는 통신장비를 개량하고 사출좌석의 사출능력을 강화해 기본기를 높이고 전자장비 및 레이더 성능을 끌어올려 대함미사일 운용능력이 추가됐다. 또한 SAPSAN-E 레이저 조준포드를 탑재하여 레이저 유도폭탄의 운용도 가능하며, 쿠폴(Kupol) M400 정찰포드를 장착하여 정찰기로도 활용 가능한 고성능 다목적 전투기다.
Su-30MK2V는 이러한 다목적성을 살려 노후화와 낙후된 성능으로 대체가 시급한 MiG-21과 Su-22를 한꺼번에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3년 8월 베트남은 러시아와 12대의 Su-30MK2V를 추가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14년 12월 18일 첫 2대가 베트남에 인도되었고 2대가 추가로 연내에 인도될 예정이며 나머지 8대는 2015년까지 인도를 마치게 된다. Su-30MK2V가 추가로 도입 되는대로 MiG-21과 Su-22는 점진적으로 일선에서 빠르게 도태될 것이다.
 
2015년까지 총 32대를 도입하게 되는 Su-30MK2V. MiG-21과 Su-22가 낙후된 성능으로 많은 수가 남아있는 상태인데, 
이들 몫까지 챙겨야 하는 소수의 Su-30MK2V의 어깨가 실로 무겁다.
 

그러나 여전히 대체해야할 MiG-21과 Su-22가 150여 대에 이르고 있어 Su-30MK2V의 추가도입이 절실하지만 빠듯한 베트남의 국방예산으로는 역부족이다. 150대가 넘는 이들을 충분한 수의 Su-30MK2V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운용한계에 다다르는 2020년을 전후로 MiG-21과 Su-22는 많은 수가 대체기 없이 불가피하게 도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
1912년에 창설되어 아시아 유일의 100년 역사의 전통을 자랑하는 태국 공군의 최신예 주력기는 그리펜 C/D 12대다. 이 밖에 수적 주력인 F-16A/B 블록 15를 54대, 그리고 F-5B/E/F 29대를 운용 중에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그리펜을 운용하고 있는 태국은 장기적으로 그리펜의 보유 숫자를 40대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F-5를 모두 그리펜으로 대체하고 F-16은 성능개량을 통해 장기간 운용하고자 하는 구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중립적 대외정책을 표방하는 태국이 유럽의 중립국인 스웨덴제 그리펜을 구매한 것이 흥미롭다.
 

F-16의 성능개량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거창한 AESA 레이더 개량에는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2년 6대의 F-16A를 대상으로 F-16C에 장착되는 노스롭 그루만 AN/APG-68(v)9 레이더를 처음으로 개량하기 시작했다. 2013년 6월에는 5,140만 달러 규모로 16대의 F-16A에 대해 AN/APG-68(v)9 레이더로 개량을 결정했다. 이 16대의 F-16A는 2017년 12월까지 개량을 마칠 계획이며, 개량된 F-16A는 2028년 전후까지 운용될 예정이다.
한편 태국은 그리펜 훈련용으로 4대의 복좌형 그리펜 D를 운용 중이지만 향후 성능개량될 F-16A의 훈련소요까지 판단하면 구식일대로 구식인 F-5나 L-39로는 한계가 많다. 이에 최근 태국 정부에서 KAI의 FA-50을 고등훈련기 및 경공격기로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필리핀은 2014년 3월 4억 2,000만 달러 규모로 KAI의 FA-50(T-50PH) 12대 도입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제트전투기 하나 없는 나라였던 필리핀은 2017년까지 12대의 FA-50 도입을 통해 제트전투기에 대한 설움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