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 포세이돈 제작 현장을 가다



취재/ 김재한


미 북서부 끝자락에 위치한 보잉 렌튼 공장. 전 세계 상용기 시장을 양분하는 보잉 상용기들이 제작되는 곳이다. 한 마디로 보잉 상용기 사업의 심장인 셈. 그런 이곳에 P-8 해상초계기의 조립라인이 들어서 있다. P-8이 군용기이지만 737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종이어서다. 현재 인도된 160여 대 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영국, 독일, 인도, 캐나다 등 9개 국가가 주문한 대수가 200여 대가 넘어서면서 이곳 조립시설에도 최종 조립이 진행 중인 P-8 기체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조립과 개조를 동시에
 
737NG 계열인 737-800 동체와 737-900 날개를 활용하는 P-8의 최종 조립은 이곳 렌튼 공장에 P-8의 몸통 격인 동체가 입고되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작 현장 안내를 맡은 마이클 마이어 P-8 프로그램 매니저에 따르면 주요 구성품인 동체를 제작하는 곳은 미 중부 위치타에 있는 스피릿 에어로시스템. 이곳에서 제작된 동체가 기차에 실려 이곳 렌튼 공장에 도착하면 컨베이어벨트처럼 천천히 이동하는 라인을 따라 날개를 비롯해 엔진, 착륙장치, 각종 배선과 주요 장비 등이 동체에 설치된다.
 
마이어 매니저는 “P-8의 최종 조립을 위해 세계 여러 곳에서 제작된 다양한 구조물이 이곳으로 모인다”면서 “그중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제작한 수평·수직 꼬리날개도 이곳으로 입고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P-8이 최종 조립되는 이곳을 엄밀히 얘기하면 737 조립시설 내에 마련된 P-8 전용 조립라인. 보잉이 업계 최초로 ‘인라인 생산 시스템(In-line production system)’을 적용한 조립라인이다. 기존 생산 시스템이 조립이 완료된 상용 기체를 별도의 개조 시설로 보내 군용기 사양으로 개조하는 방식이라면, 인라인 생산 시스템에서는 상용기 조립라인과 같은 툴링과 프로세스로 통합돼 조립 과정에서 개조가 함께 진행된다.

P-8은 737 조립시설 내에 마련된 P-8 전용 조립라인에서 제작된다.
 P-8은 737 조립시설 내에 마련된 P-8 전용 조립라인에서 제작된다. 


이는 보잉 상용기 사업부(BCS)와 방산 사업부(BDS)가 전례 없는 협력을 통해 만들어 낸 성과물이다. 보잉에 따르면 이러한 인라인 생산 시스템은 생산효율을 높여 제작 기간과 비용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품질과 정시 납품도 보장할 수 있다.
 
마이어 매니저는 “이곳 조립라인에서 제작되는 P-8은 조립 과정에서 개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완성된 상용기를 다시 분해해 개조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러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소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닌 만큼 향후 생산을 고려하면 더 효율적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향후 미 공군이 도입할 E-7도 같은 라인에서 제작될 것이라는 게 마이어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에서 P-8 한 대를 제작하는 데는 통상 59일이 걸린다. 약 두 달에 한 대꼴로 제작되는 셈이다. 대신 마이어 매니저는 “원래 조립을 시작해 비행하기 전까지 59일이 걸리지만, 현재는 공급망 문제로 75일가량 걸리는 실정”이라면서 “특히 공급망 문제는 현재 보잉뿐만 아니라 방산 부문 전반에 걸쳐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공급망 문제에 따른 납기 지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 제작 기간을 단축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보잉이 이처럼 혁신적인 인-라인 생산 시스템을 적용한 데는 미 해군의 따끔한(?) 지적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미 해군이 MMA(Multi-Mission Maritime Aircraft, 다목적 해상항공기) 사업을 추진할 당시 보잉의 사업 담당자에게 왜 좋은 항공기를 구매해 다시 분해하는지 문의하면서 뭔가 다른 것을 하지 않으면 계약을 따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상용기 대비 기골 등 보강
 
P-8이 737을 기반으로 개발돼 겉보기에는 상용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적지 않은 부분이 개조된다. 상용기와 달리 저고도와 고고도를 수시로 오가는 기동과 난기류, 염분으로 가득한 해상이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비행 패턴만 비교해도 737 상용기는 이륙-상승-순항-하강-착륙을 반복하지만, P-8은 저고도 비행처럼 임무 수행 중 필요한 8개의 고유한 비행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어 그에 따른 개조는 필수다. 마이어 매니저에 따르면, 위치타에서 제작돼 렌턴 공장으로 입고되는 동체도 개조 작업이 완료된 상태로 입고된다. 마이어 매니저는 “(위치타에서) 개조된 동체는 상용기보다 두께도 더 두껍고 기골도 보강돼 무게가 737 MAX 동체보다 1만 파운드(약 4.5톤)가 더 무겁다”고 설명했다.
 
동체와 함께 동체 중앙 아래에 있는 윙 박스(Wing box)도 강화된다. 윙 박스는 한 마디로 날개와 동체를 연결하는 중앙 구조물. 좌우 주날개에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하중을 견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윙 박스를 두고 항공기의 ‘구조적 중심’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P-8의 윙 박스를 강화하는 이유도 P-8의 주날개가 받는 하중이 737 상용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P-8과 같은 동체를 가진 737-800 상용기와 비교하면, 주날개에 연료가 적재되고 같은 엔진이 탑재되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대신 P-8에는 737-800 주날개보다 더 큰 737-900 주날개가 장착되고, 날개 하부에도 4개의 무장장착대(Hard point)가 설치돼 AGM-84 하푼 및 SLAM-ER 대함미사일, LRASM(Long Range Anti-Ship Missile, 장거리 대함미사일) 등 무거운 무장까지 장착되면 주날개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욱 늘어난다.


P-8이 737을 기반으로 개발돼 겉보기에는 상용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적지 않은 부분이 개조된다.


P-8이 비행하는 데 필요한 추력과 기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전력의 원천인 엔진은 CFM 인터내셔널의 CFM56-7B27A 엔진이 탑재된다. 추력이 27,300lbf(파운드 포스)로 CFM-7B 계열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현재 미군이 수송 및 인원 이송용으로 운용하는 C-40 수송기와 E-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에도 같은 엔진이 탑재된다. 마이어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P-8과 E-7에 같은 엔진이 탑재되지만, 대신 P-8은 해상에서 저고도로도 비행하기 때문에 코팅이 추가되는 것이 E-7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엔진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발전기의 용량도 많이 늘렸다. 상용기에는 없는 다양한 임무 장비들이 탑재되면서 더욱 많은 전력이 필요해서다. 마이어 매니저에 따르면 P-8에 탑재되는 발전기는 총 3개. 각 엔진에 탑재되는 180kVA 용량의 발전기 2대와 후방동체에 탑재되는 90kVA 용량의 보조전원용 발전기 1대가 총 450kVA의 전력을 만들어 낸다.
 
이에 비해 737 상용기에는 모두 90kVA 용량의 발전기가 탑재돼 총 270kVA의 전력을 만들 수 있다. P-8보다 한참 모자란 60% 수준이다. 대신 발전기의 발전 용량은 크게 늘었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고 마이어 매니저는 말한다. 그는 “기존 90kVA 발전기를 180kVA 발전기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다”며 그 투입 규모가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3천억 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무장 운용을 설비 등은 새로 추가
 
무장 운용을 위한 설비 등 새로 추가되는 구조물도 있다. 기체 내부에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내부무장창(Weapon bay)이 그중 하나. 동체 아래 수하물칸으로 사용되는 공간에 새로 설치된다. 5개의 무장장착대가 설치되는 내부무장창에는 자유낙하 폭탄을 비롯해 바닷속의 미사일 격인 MK 54 어뢰(Torpido), 수중폭탄인 폭뢰(Depth charge) 등 대함 및 대잠수함용 무장과 탐색구조 장비 등이 탑재된다.
 
이 중 MK 54 어뢰는 P-8이 고고도에서도 투하할 수 있도록 GPS 유도 낙하산 키트가 장착되는 무장이다. 특히 P-8에는 이러한 무장을 탑재할 수 있는 무장장착대가 내부무장창에 5개, 주날개에 4개, 그리고 동체에 2개 등 총 11개의 무장장착대가 설치돼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기내에는 소노부이 발사대(sonobuoy launcher)도 설치된다. 소노부이는 소나와 부이(부표)의 합성어로 잠수함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에 투하해 잠수함의 위치나 이동 경로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장치다. P-8에는 이러한 소노부이를 투하하는 발사대가 회전식(rotary) 3개와 단발식(single) 3개 등 총 6개가 설치돼 총 120여 발의 소노부이가 탑재된다. 이는 P-3C보다 50%가량 더 많은 수량이다. 탑재 수량이 P-3C보다 많아진 데 대해 마이어 매니저는 “6개 발사대 중 하나는 러시아 잠수함에 달걀을 투척하기 위한 용도”라며 농담을 건넸다.
 
이 외에도 P-8에는 항속거리를 늘려주는 추가 연료탱크와 공중급유장치, 저고도 비행 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수평꼬리날개와 동체의 접합력을 강화해 주는 4개의 러그(Lug) 등이 추가된다. 마이어 매니저는 “그중 737 상용기에는 없는 추가 연료탱크를 포함하면 P-8은 총 14시간까지 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조립 과정에서 내부무장창(위), 소노부이 발사대 등 무장 운용을 위한 설비 등이 새로 추가된다. (사진: 미 해군) 



군사 장비는 별도 조립
 
이곳에서 사실상 최종 조립을 마친 기체는 외부 도색만 끝내면 비행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대신 남은 것이 군사용 장비. 마이어 매니저는 “군사용 장비는 보안 유지가 필요해 렌튼 인근 투퀼라에 위치한 별도 보안 시설로 옮겨져 설치된다”며 “이때 P-8은 자력으로 비행해 개조 시설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군사용 장비에는 탐색 레이다를 비롯해 전자전, 정보·감시·정찰(ISR), 임무용 콘솔, 그리고 각종 안테나 등이 포함된다. 그중 잘 알려진 AN/APY-10 다중모드 레이다는 P-8의 핵심 센서로 해상, 연안, 지상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 레이다. 기존 P-3C에 탑재된 AN/APS-137 레이다보다 성능이 더 강력하지만 무게, 크기, 전력(SWaP)은 모두 줄었다.
 
또한 전자전지원책(ESM)은 EA-18G 전자공격기 시스템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였고, 전자광학/적외선(EO/IR) 시스템은 더욱 넓은 범위에서 표적을 탐지‧식별하도록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P-8의 개방형 임무시스템 구조(Open Mission System Architecture)에는 6개소의 운용 요원 콘솔에 각각 2개의 61cm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각 운용 요원은 자신의 콘솔에서 각 센서를 제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조립이 완료된 후 군사용 장비는 보안 유지가 필요해 별도 보안 시설로 옮겨져 설치된다. (사진: 보잉) 



P-8 도입국 증가 전망
 
한편,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제작된 P-8은 전 세계 구매국으로 납품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인 분쟁이 확대되는 가운데 P-8이 가장 뛰어난 해상초계기라는 평가와 함께 해상작전과 정보·감시·정찰(ISR)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항공기로 주목받으면서 향후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P-8 구매를 결정한 국가도 미국을 비롯해 한국, 호주, 인도, 영국, 노르웨이, 뉴질랜드, 독일, 캐나다 등 이미 9개국에 이르고, 이들 국가가 주문한 수량도 미국이 주문한 128대를 포함해 200여 대에 달한다. 아울러 이들 국가 외에도 나토(NATO), 브라질, 덴마크,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도 향후 도입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미 해군이 대량으로 P-8A를 도입한 것이 향후 판매에 유리한 요소로 보인다. 보잉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는 737 상용기를 P-8 사양으로 개발하는 데 70억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 돈으로 약 9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보잉 측은 “P-8을 구매하는 것은 곧 미국과 호주가 P-8 개발에 투자한 70억 달러 규모의 개발비를 활용하는 기회”라면서 “P-8을 구매하는 국가들이 개발비를 부담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737NG 상용기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개조되지만, 전체 구성품 중 86%를 737 상용기와 공유할 정도의 높은 공통성도 운용 시 이점으로 보인다. 현재 4천 대 이상의 737NG가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만큼 후속군수지원 부문에서 예비 부품 확보, 유지보수, 정비 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국이 최근까지 주문한 대수가 186대로 많아 이러한 대규모 유지보수 수요는 운용유지비를 낮춰 구매를 고려하는 국가로서는 주목할 만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