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전한 항공여행, 옷을 잘 입어야 한다?!



항공승객, 옷차림 간소화 추세

여름 휴가기간이나, 명절, 공휴일과 주말이 이어지는 소위 황금연휴라고 말하는 시기가 되면 TV나 인터넷, 신문 등 수많은 보도매체에서는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공항 모습을 연일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주된 보도 내용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여행객 숫자와, 기상 또는 기타 문제로 인한 비행 취소와 연착에 관계된 것들이다. 그러나 승객들의 안전한 항공여행을 위한 정보를 다루는 기사는 거의 보기가 어렵다. 비행을 할 때마다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필자로서는 보도 매체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승객들의 안전한 항공 여행에 관한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특히 2013년 여름에 발생했던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나,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이 안전에 대해 민감해하고 있어 요즘에 잘 부합되는 이슈가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 1980년 중반 이전만 하더라도 각종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비행기를 탄다는 것 자체가 그야말로 대단한 이벤트로 여겨졌다. 해외여행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여행 특히 제주도로의 신혼여행도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를 회고해 보면 탑승객들 대부분은 무더운 한여름에도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고 간혹 캐주얼 복장 차림의 승객도 있긴 했지만 요즘 흔히 보는 반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샌들 차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이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탑승객이 정장차림을 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되어 그 승객에게 다시 한 번 눈길을 주게 된다. 여름철에는 더욱 시선이 집중된다. 휴가철이니만큼 최대한 자유스럽고 간편한 복장에 시원한 샌들을 신은 승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스스로 안전 지킬 수 있는 자세 필요

그러나 필자와 같은 항공업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항공여행 시 혹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불미스런 상황을 가정해 볼 때 과연 간편함과 편리함만을 추구한 차림새가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데 있어서 적절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도 많다. 물론 출발부터 목적지에 착륙해 주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운항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복장인들 상관없이 개인의 취향대로 입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객운송에 관련된 법령 또는 항공사 운송 약관 등 어디에도 승객의 복장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착륙 중에 발생하는 항공사고를 감안하면 승객들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어떤 복장을 해야 할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과거 통계를 보면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인명 사고를 동반한 치명적인 사고는 대부분 이착륙 도중에 발생하는데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게 되어 기체가 전체 파손 또는 부분 파손되는 절박한 순간에 이르면 승객들은 최종적으로 비상탈출이라는 과정을 따르게 되어 있다. 특히 대부분의 비행기사고는 비상탈출을 전후해 기체 화재를 동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 승객들이 어떠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는가에 따라 부상의 정도가 달라지고 더 나아가 생사가 갈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편의상 반바지 및 티셔츠 차림에 샌들을 신었을 경우 최악의 혼란 상황에서 각종 기체 잔해에 의해 피부에 찰과상을 입기 쉽고 또한 화재로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또 샌들은 어떠한가? 아비규환의 기내 상황을 가정하면 샌들은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렵고 쉽게 벗겨져 발목 부위에 부상을 입기 십상이다.

다행히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정상 작동되어 항공기 밖으로 탈출할 때도 반바지 차림이나 샌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통 단거리를 운항하는 소형기일 경우는 슬라이드 높이가 기껏해야 몇 미터이기 때문에 복장 문제가 크게 다른 안전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만약 비행기가 중형기 또는 747, A380과 같은 초대형기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메인 덱(Main Deck), 즉 1층만 해도 보통 아파트 2,3층 높이에 달하고, 2층은 더욱 높아 주기적으로 탈출 훈련을 하는 승무원들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더구나 비상탈출 시 펼쳐지는 슬라이드도 상당히 길어 만약 긴 바지를 입지 않고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슬라이드를 타고 하강할 경우 균형을 잃고 자세가 흐트러진다거나 또는 정상자세라도 하강속도에 따른 마찰열에 의해 상해를 입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볼 때 비행기를 탑승할 때에는 다소 귀찮고 패션에 뒤쳐지더라도 최소한 긴 바지 차림에 운동화 정도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운송 수단에 의한 사고도 사전에 경고를 주는 법은 없다. 그저 만약에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비해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전문가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이 안전한 여행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행기나 선박 등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해 생활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공기나 선박의 승무원들은 비상상황 발생 시 전체적인 큰 틀에서의 비상절차를 수립하고 이행해야하는 책임은 있으나 이용객 개개인의 소소한 안전까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언제나 비행기, 배, 지하철 등 각종 운송 수단을 이용할 경우 자신의 위치에서 비상사태 발생을 가정해 가장 가까운 탈출구를 확인해두는 습관도 매우 유익하고, 더 나아가 소화기나 비상 연락 장치들의 사용법을 주의 깊게 숙지해 놓는 것도 자신과 타인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에 관련한 사소한 정보습득과 준비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글/정문교(항공컨설턴트) cmk7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