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종사 정신건강, 수면 위로 올랐다




아! 어떤 단어로 이 문장을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이젠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 앞에 승무원 제복을 입고 나타나는 것조차 한 없이 창피하고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그간 비행기라 불리는 물체가 인류 공익을 위해 발명된 이래 무수한 인명 사고가 있어왔지만, 99%의 사고는 소위 인적과실 또는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였고, 나머지 극소수의 사고는 원인불명으로 남아왔었다. 그 중 몇 건의 경우에는 의심은 갔지만 물증은 없었던 정황상 운항승무원들에 의한 고의적 사고가 아닐까 하는 정도로 추측된 채 사고원인 불명으로 묻혔다.

전적으로 필자 개인적 추측이지만 작년에 인도양에서 의문에 쌓인 채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의 777 사고도 그렇고, 이 보다 한참 오래 전 뉴욕발 이집트 카이로행 이집트항공 추락 건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의 자살비행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너무 민감한 이슈여서 최종 사고조사 결과는 애매모호한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이 외에도 고의적 사고로 여겨질 만한 항공기 사고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단지 이번 건처럼 CVR(Cockpit Voice Recorder: 조종석음성기록장치)가 온전하게 또 신속히 수거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고 전말을 밝혀줄 과학적인 단서가 없었을 따름이다.
 

염려가 현실로

일반적으로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전문가라면 어떤 사건이 발생됐을 시 공식적인 사고원인 발표 이전이라도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여 대충 이 번 사고는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고 또 결론 역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저먼윙스 사고는 만약 CVR이 조기에 수거되지 않았다면 아마 수많은 억측 속에 사건의 진실이 그대로 묻혔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멀쩡히 고고도에서 순항 중인 여객기가 갑자기 강하를 시작해 알프스에 처박은 것도 수상하지만, 더욱 괴이한 것은 당연히 비상주파수를 이용하여 추락 전 8분여 동안 수없는 비상 호출을 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추락한 점이다.

사고 발생 초기 일부 언론은 항공기 기체 이상을 포함한 급격기압 강하(Rapid Depressurization)를 의심하여 보도했으나, 그 경우도 비상호출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민항 조종사들은 이러한 모의 급격강하훈련을 수없이 반복훈련하기 때문에 물론 엄중한 상황이지만 추락까지 연결된 사건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필자 역시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소위 의도적인 충돌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질 않았고, 다만 기계결함에 따른 조종계통 이상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뒤이어 아무런 비상호출이 없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혼란에 빠졌다.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를 보면 이번 사고는 젊은 부조종사의 정신 질환에 따른 자살비행으로 밝혀졌다. 조종석 음성기록장치 분석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본다. 또한 해당 부조종사에 대한 각종 자료 분석 결과, 그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사실 9·11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 이후 강화된 조종석 출입절차로 인하여 더 이상 하이재킹이 발붙일 수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엉뚱하게도 조종석 보안시스템을 가장 잘 아는 내부 범죄자에게 구멍이 뚫렸다고 생각하니 더욱 황망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 이번 사건 여파가 매우 크리라 짐작이 된다.

조종석 출입문은 방탄 기능이 있음은 물론 웬만한 위력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을 만큼 견고하게 설계되어 있고, 내부에서 인위적으로 잠금장치를 작동시켜 놓으면 항공기 운항 중 개방은 사실상 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이번 경우처럼 부조종사가 내부에서 잠그면 더 이상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단, 예외적으로 조종석 내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실수로 문이 잠기면 비상코드를 활용하여 문을 열 수 있다.
 

정신건강에 더 많은 관심 필요

하여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또 어떤 종류의 보완대책이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계적인 보완장치야 개발될 수도 있다지만, 첨단 항공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들의 정신적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여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정말 가장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운항승무원으로 부적합한 인성 또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조종사를 단순한 인성검사 또는 의학적 검사로 완벽하게 구별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된다. 다만, 현재는 운항승무원들의 업무 적합 여부를 주로 신체검사라는 물리적 분석에 비중을 두어 수행했다면, 이제부터는 정신적 건강 측면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울러 각 항공사에서도 운항승무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여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글/ 정문교(항공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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