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사거리 500km 타우러스 전력화



“사거리 500km 타우러스 전력화”
공군, 종심 타격능력 대폭 강화

 
사거리가 500km에 달하는 타우러스 KEPD 350K 미사일이 전력화됐다. 공군은 지난 12월 22일, 타우러스 전력화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앞서 공군은 2015년 대구기지에서 F-15K 전투기 장착을 위한 비행안정성 시험을 실시한 데 이어 2016년 6월, 군용 GPS 수신기 장착에 대한 미 정부의 승인과 최종검사를 거쳐 12월 초 초도물량 10여발을 도입했다. 특히 타우러스는 국방부가 구축 중인 킬체인의 핵심전력 중 하나로 북한의 종심 전략표적에 대한 공군의 타격능력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글/ 김재한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있는 활주로. 긴장감이 뒤섞인 어둠 속에서 굉음과 함께 세찬 화염 여러 개가 하늘로 솟구쳤다. 급격한 상승을 그리던 화염은 곧바로 어둠에 묻혔지만, 29,000파운드 추력의 엔진이 토해내는 굉음은 마치 천둥소리처럼 어두운 하늘로 계속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암흑의 한 가운데로 날아 들어간 것은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 슬램 이글. 최근 북한이 미사일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이 실제 공격징후를 포착하면서 비상출격에 대비해 왔고, 마침내 출격명령이 떨어졌다.




기지를 떠나 온 F-15K의 주날개 아래에는 사거리 500km인 미사일 2발이 어둠 속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면 수백 km를 날아가 지상은 물론 지하에 숨은 표적까지 무력화할 것이다. 타격할 표적은 함경북도 무수단리에 위치한 무수단 미사일기지. 북한의 주요 미사일기지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최근까지 북한은 이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발사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롯해 미 정부에도 위협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전 기지를 이륙한 F-15K 승무원도 이 같은 긴박한 상황을 다시 새기며 시선을 발사버튼으로 옮겼다.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를 이제 풀어줄 시간이 된 것이다. 그 사이 어둠을 가르는 기체는 여전히 우리 영공에서 머물렀다. 표적이 500km 이내에 있어 우리 영공에서 발사해도 사거리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승무원이 마침내 발사버튼을 누르자, F-15K로부터 분리된 약 5m 길이의 타우러스 미사일이 표적을 찾아 깊은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사거리 확대로 작전효율성‧생존성 향상
위 내용은 타우러스 도입 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상으로 꾸민 것이다. 상황설정이 실제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대신 장거리 정밀타격이 필요한 상황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타우러스 도입으로 타격 가능거리가 500km 이상까지 확대돼 공군은 여러 부분에서 작전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작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타우러스로 타격임무를 수행할 경우, 대전에서도 북한의 주요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휴전선 상공이나 동서해 영공에서는 북한 전역에 있는 위협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이는 곧 전투기의 출격 횟수와 작전범위를 최소화시켜 작전효율성을 크게 증가시켜 준다. 아울러 임무소요가 줄어든 만큼 다른 임무에 전투기를 투입할 수 있게 돼 전투기 전력이 부족한 공군으로서는 추가로 전투기를 보유하게 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타격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와 승무원의 생존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알려진 것처럼 공대지 임무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표적이 적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것. 이는 곧 위협요소가 늘 존재한다는 얘기다. 특히 방공망이 활동 중인 지역이라면 타격임무 중 전투기와 승무원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위협요소가 없는 안전한 지역에서 공격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말 그대로 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공격하는 것과 위협요소가 없는 안전한 지역에서 공격하는 것은 생존성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GPS 재밍 하에서도 타격
장거리타격에서 사거리도 중요하지만 정밀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이는 멀리 갈 수 있는 것과 함께 정확하게 표적을 타격해야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도입된 타우러스는 이러한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트라이-테크(Tri-Tec)”라고 불리는 3중 항법시스템을 사용한다. 즉 영상데이터와 적외선탐색기를 이용하는 영상기반항법(Image Based Navigation, IBN)과 지형대조를 이용하는 지형참조항법(Terrain Referenced Navigation, TRN), 그리고 군사용 GPS(MIL-GPS)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정밀도를 높였다.






이러한 3중 항법시스템 덕분에 타우러스는 잘못된 항로를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들 항법시스템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시스템에 재밍이 발생하거나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더라도 나머지 시스템을 사용해 표적을 찾아갈 수 있다. 아울러 정밀함을 이용한 저공비행 능력과 스텔스 기능도 갖춰 발사 후에는 비행경로가 쉽게 탐지되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적 입장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높은 관통력으로 지하시설 타격에 효과
타우러스의 관통력도 군사적 가치를 높인다. 제작사인 타우러스 시스템스에 따르면 타우러스의 관통력은 현존하는 공대지 순항미사일과 비교해 2배 이상. 지하의 견고한 표적이나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 등 모든 종류의 지하 군사시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공군이 도입한 타우러스는 3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를 뚫고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관통타격용으로, 성형작약탄두(pre-charge)와 관통탄두(Penetrator)로 구성된 2중 탄두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성형작약탄두는 관통할 지점에 최대한 접근했을 때 폭발하는 탄두로, 관통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수직에 가깝게 표적으로 돌진한다. 이후 지하시설 내부로 파고 들어간 관통탄두는 바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한 지점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폭발함으로써 타격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목표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스스로 빈 공간을 인지해 폭발을 지연시키는 공간인지 퓨즈가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하시설만 타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타우러스 시스템스에 따르면 타우러스는 해군 및 공군 기지처럼 지상 표적에 대해서는 표적 근처에서 폭발하는 산탄탄두를 이용해 함정과 항공기들을 파괴할 수 있다. 아울러 발사 플랫폼도 전투기는 물론 이동 중 발사가 가능한 전용 트레일러, 낙하산을 이용해 투하할 수 있는 수송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국산 장거리 공대지유도탄 개발도 추진
한편,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정밀타격 전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당초 도입예정인 170여발 외에 90여발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하고, 오는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2018년부터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도 착수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2월 14일, 한민구 국방부장관 주재로 제98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타우러스급 수준의 무기체계를 2020년 이후 획득하는 “장거리공대지유도탄 2차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획득방법은 정부투자 국내 연구개발로 추진되며, 국내 기술수준 및 개발가능성 등을 고려해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