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50 수출 확대, KF-21 전투기로 이어질 것…”



[인터뷰]

“FA-50 수출 확대, KF-21 전투기로 이어질 것…”


신동학 
KAI 고정익사업수출제안실장



인터뷰김재한


요즘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이 심상치 않다지난해 폴란드에 48대를 수출하기로 한 데 이어지난 3월에는 말레이시아에 18대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방산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지난해 방산수출 수주액이 역대 최고 수준인 170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22조 2천억 원을 달성했다. FA-50을 포함한 T-50 계열기가 우리나라 방산 수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또다시 증명해 낸 셈이다.
 

말레이시아 공군 요구도 유일하게 충족
사실 폴란드 수출이 성사된 지 5개월 만에 날아든 이번 말레이시아 수출 낭보에 갑작스러운 성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그러나 담당자에게는 한 마디로 기나긴 전투였다이번 말레이시아 수출을 진행해 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신동학 고정익사업수출제안실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실제로 이번 말레이시아 수출 성사를 두고 한 두 달 만에 나온 성과처럼 보시는 분이 많았습니다하지만 우리가 7년을 공들인 사업입니다그 사이 말레이시아 총리도 4번이나 바뀌었죠라며 외우기도 힘들어 보이는 4명의 총리 이름을 줄줄이 뀄다.

신 실장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지난 2021년 7입찰공고를 통해 제안요청서(RFP)가 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착수됐다입찰공고 당시 총 11개 업체가 관심을 가졌지만그중 5개 업체는 참여를 포기하고 KAI를 포함해 6개 업체가 제안한 FA-50, MiG-35(러시아), L-39(체코), JF-17(중국), 테자스(인도), 휴르제트(터키)가 경쟁에 참여했다.

사업에 6개 기종이 참여하면서 경쟁도 치열했다그러나 사업이 본격화된 지 1년여 후인 지난해 9말레이시아는 우선협상 대상기종으로 FA-50을 단독으로 선정했다신 실장은 통상 우선협상대상 기종을 2개 이상 선정해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게 하지만말레이시아는 단독으로 FA-50을 선정했습니다. FA-50이 말레이시아 공군의 요구도를 유일하게 만족하는 기종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중 하나로 신 실장은 말레이시아와의 깊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말레이시아 공군의 요구도를 꼼꼼하게 분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그는 오랜 기간 말레이시아에 제품 설명회를 진행했고주요 인사를 초청해 FA-50 시승은 물론 FA-50 생산시설과 실제로 우리 공군이 운용하는 현장을 소개하면서 FA-50에 부합하는 군 요구도를 미리 수립하게 된 것이 유효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고객과의 깊은 유대관계를 강조했다실제로 다툭 뮤에즈 말레이시아 국방사무차관도 지난 3월 FA-50 수출계약서 서명식에서 “FA-50은 다목적 성능을 갖춘 우수한 항공기라며 현장 실사에서 한국의 생산시설과 공군의 운용현황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2월 KAI는 말레이시아와 FA-50 18대 1조 2천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 KAI)


말레이시아 공군의 꿈을 한국 공군에서 확인했다
지난해 10말레이시아 실사단이 FA-50 평가비행을 위해 찾은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서 한 말이다신 실장은 실사단이 원주기지에 방문했을 때 쉴새 없이 비행에 나서는 FA-50을 보며 지금 스크램블(비상상황에 따른 긴급발진)이 걸린 거냐며 물을 정도로 놀란 모습이었습니다그래서 평상시 FA-50 운용상황을 설명했더니 FA-50의 높은 가동률에 실사단이 놀라워했습니다현재 말레이시아 공군의 훈련기 가동률이 40%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현장에서 본 FA-50이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또한 실사단은 방문 중 FA-50 운용되는 현장뿐만 아니라 정비시설 등 관련 시설들도 함께 둘러봤습니다그런 이후 실사단이 말레이시아 공군의 꿈을 한국 공군에서 확인했다며 극찬한 겁니다사실 이때 이번 사업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또한 FA-50이 멀티-롤 항공기(Multi-Role Aircraft)라는 점도 저예산 국가에 큰 이점이라고 강조했다그의 말에 따르면 FA-50은 같은 플랫폼으로 훈련과 전투가 가능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기종이다평상시 훈련기로 운용하다가 유사시에는 전투기로 즉시 전환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더구나 실제 운용을 통해 성능도 철저히 검증됐다현재 한국 공군에서 T-50 계열기 150여 대가 20년 가까이 운용되고 있고반군소탕 작전에 투입한 필리핀처럼 도입 국가들도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성능뿐만 아니라 KT-1, T-50, FA-50으로 이어지는 우리 공군의 운용체계가 타국 공군의 모범이 되고 있다.
 

진화하는 FA-50
이처럼 FA-50이 세계 방산시장에서 도입하고 싶은 매력적인 기종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꾸준한 성능개량도 큰 몫을 했다신 실장은 “FA-50은 항공기 발전 추세에 맞춰 항전무장계통 등에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이뤄진 결정체입니다특히 전투기(공격기)는 전투개념 발전과 무장 성능 강화 등으로 체계개발과 동시에 지속해 진화·발전하는 특성이 있습니다이러한 역동적인 발전 추세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성능개량을 선제적으로 하는 게 수출 경쟁력 확보의 핵심입니다라며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한 진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FA-50은 레이저유도폭탄타겟팅 포드공중급유 시스템 등을 적용해 작전수행능력을 강화해 왔고이미 수주된 사업의 요구도에 맞추기 위해 AESA(능동전자주사배열레이다와 AIM-9X와 같은 기축선을 크게 벗어나는 표적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High-off Boresight Missile)을 적용하는 무장성능 강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경전투기로서의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단좌기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신 실장은 단좌기 개발은 기존 FA-50의 또 다른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과 같습니다이는 F-5 교체시장에 주도적으로 진입해 수주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이를 위해 개발은 업체투자와 정부 사업화 방안으로 추진 중이며만약 성공적으로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면 또 다른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신 실장이 말하는 선순환 효과는 정부와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출이 확대되고수출로 확보된 성능개량 결과는 다시 정부와 공군에 최적의 조건으로 제공돼 더욱 강화된 공군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이는 곧 타국 공군에 모범사례로 영향을 주면서 다시 수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강력할수록 수출 확대 효과는 배가돼 향후 1,000대 이상의 수출도 가능하다는 게 신 실장의 설명이다.

특히 신 실장은 이러한 선순환 효과로 최근 수출 확대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정부와 공군에 고마움의 말도 잊지 않았다그는 레이저유도폭탄과 타겟팅 포드공중급유 기능 등을 체계통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이 필요해 업체로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다행히 정부가 여러 가지 과제화 사업을 통해 지원해 줘 수출용 기체에 적용할 수 있었고지금의 수출 확대라는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불확실하고 어려운 전투기 판매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지원하고입찰 과정에서도 평가비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정부와 공군에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FA-50은 항공기 발전 추세에 맞춰 항전, 무장계통 등에 지속적인 성능개량이 이뤄졌다.  (사진 : KAI)


미국·유럽 시장 확대 겨냥
KAI가 진화를 통해 수출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계획인 가운데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수출지역이 유럽과 미국이다이 중 유럽은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다신 실장은 “FA-50 사업 착수를 계기로 현재 MRO 허브로 발전하기 위한 세부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이는 폴란드의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협력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또한 인근 국가인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 등 F-16 전투기를 운용하는 국가들이 우리 공군의 FA-50 운용사례를 관심 있게 보고 있어 유럽 시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1~2년 이내에 획득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시장은 FA-50 수출 확대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신 실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미 국방부는 미 해군 전술입문기와 순수 고등훈련기미 공군 전술입문기 등 3개의 대형 획득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규모가 최대 500~600대에 이르는 만큼 이들 사업을 수주한다면 세계 고등훈련기·경공격기 시장에서 그야말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KAI는 보잉/사브팀의 T-7에 고배를 마시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신 실장도 당시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했다그는 당시 원가경쟁력이 부족했고보잉도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낮은 가격을 제시해 결국 수주를 놓쳤습니다그래서 이번 사업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아울러 한미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주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서 제안됐던 T-50A  (사진 : KAI) 


사실 지난해 국산 군용기로는 최대 규모로 수출이 성사된 폴란드도 이전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던 국가다. 지난 2018년 16대의 신형 고등훈련기를 도입하는 사업에서 이탈리아 레오나르도의 M-346에 수주를 내줬기 때문이다신 실장은 당시 유럽연합(EU) 회장국이 폴란드이기도 했고유럽연합 소속 국가가 유럽 외 지역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게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했습니다이후 폴란드가 경전투기로는 M-346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결국 FA-50에 러브콜을 한 거죠꾸준히 성능개량을 하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 온 FA-50에 수출 기회가 온 것입니다라며 실패 이후 수출 기회를 잡은 폴란드 얘기를 전했다.

또한 이번 사업에서는 기체 요구조건도 이전 사업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신 실장은 지난 미 공군 훈련기 사업과는 달리 항전시스템이나 비행제어시스템 등 최신화된 시스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T-50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특히 이전 사업을 수주한 보잉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어 현재 긴장을 절대로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며 달라질 기체와 보잉과의 박빙을 예고했다.

이러한 유럽과 미국 외에도 현재 획득 절차가 진행 중인 이집트에서는 이탈리아의 M-346과 중국의 L-15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FA-50의 강점을 활용한다면 승산이 크다는 게 신 실장의 평가다이 외에 이미 운용 중인 아시아 국가의 추가 수주와 성능개량 사업이 본격 추진 중이고, FA-50 18대를 도입하기로 한 말레이시아는 지난 1차에서 선정된 기종과 동일한 기종을 2차에 획득할 가능성이 커 추가 18대분에 대한 협의를 내년부터 착수할 예정이다아울러 필리핀도 추가 구매를 계획하는 중이다.
 

수출 확대정부의 전방위 지원이 절실
이처럼 수주 기회가 많아지면서 정부 지원도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신 실장의 말에 따르면 우선 수출 확대를 위한 정부의 협력 창구즉 수출추진 T/F 구성 등이 필요해 보인다수출 확대를 위해 업체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수출승인(E/L)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특히 미 정부가 항공기에 탑재된 미국산 핵심 장비에 대해 수출승인을 하지 않으면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그렇다고 수출승인 문제를 업체 차원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수출승인 문제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기술료 부담을 면제하거나 줄이는 획기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특히 원가경쟁력은 곧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원가를 높이는 정부기술료에 대한 부담을 면제하거나 줄여주면 수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A-50 수출 확대, KF-21 수출 마중물
한편, FA-50 수출 확대는 향후 KF-21 수출의 마중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수출이 늘수록 도입국들은 물론세계 군용기 시장에서도 국산 군용기에 대한 신뢰가 깊어져 향후 전투기 수출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투기 수출은 제품은 물론 국가적 차원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세계 군용기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들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오랜 수출을 통해 신뢰가 그만큼 쌓였기 때문이다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해외경제연구소)이 발표한 <방위산업의 특성 및 수출전략>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무기 수출의 47%가 항공기가 차지하고 있으며항공기 시장도 미국(50.9%), 러시아(18.8%), 프랑스(12.7%) 3개국이 82.5%를 점유하고 있다뛰어난 기술과 신뢰 등이 군용기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FA-50 수출 확대가 향후 국산 전투기 수출에 중요한 이유다.



 
FA-50 수출 확대는 향후 KF-21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진 : 방위사업청)


신 실장은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KF-21의 수출 가능성도 벌써 진행 중입니다이미 사업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에 더해 사업참여와 구매를 원하는 국가가 생기고 있고이는 자연스럽게 수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이는 그동안 한국 공군이 국산기를 활용해 훈련전투임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운용을 해왔고향후 전투임무에 KF-21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한국 공군을 모범으로 따르고 싶어 하는 여러 동남아 국가를 시작으로 수주가 가시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이런 만큼 KF-21은 또 다른 코리아 스탠다드(Korea Standard)를 4.5세대 전투기에서도 획득할 수 있는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