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항기 조종사의 바람직한 인성에 대하여




조종사에 맞는 자질과 인성 필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민항기 조종사란 직업이 매우 큰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요즘처럼 직업 갖기가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취업에 성공해 전문인으로서 자기 발전만 계속하면 65세까지 직장인으로 근무가 보장되니 타 어느 직장보다 젊은이들에겐 도전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이기 때문 일 것이다.

지난 몇 십 년간 민항 기장으로 걸어온 필자의 발자취를 뒤돌아 봐도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을 둘러보면 조종사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국내 항공시장이 커짐에 따라 조종사의 희소성이 몇 십 년 전과 비교가 안 되게 떨어졌지만 지금도 민항기 조종사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알려두고자 한다. 또한 항공운항학과를 비롯한 많은 비행교육기관을 통해 부조종사를 지원하는 인원은 항공사가 필요로 하는 적정 인원을 훨씬 초과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무작정 꿈과 희망을 쫒아서는 안 될 것이다.

조종사가 되기 위한 각종 필수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경비도 문제지만 더불어 본인이 과연 훌륭한 민간조종사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해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어느 전문 직종을 선택하더라도 해당 직종에 대한 자질과 인성은 중요하다. 따라서 민항 조종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도 요구되는 특정 자질과 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딱히 어떤 이론이나 통계에 의해 민항조종사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자질 또는 인성이 정의되어진 바는 없지만 본인이 몇 십 년에 걸쳐 라인 기장과 교관 기장을 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비록 추상적이거나 하지만 몇몇 내용을 적어보고자 한다.
 

책임감과 리더십이 최우선되어야

우선, 민항 조종사가 되려는 사람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할 수 있고 또한 강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몇 백 명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배당된 임무를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록 사생활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과감히 절제하고 통제할 줄 아는 인성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쉬운 예로 아무리 중요한 모임이라 하더라도 비행 전에는 음주도 자제를 할 줄 알아야 하고 또한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본인 스스로 결정해 이행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관리 능력과 더불어 강조되는데 책임감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지난해 모두를 마음 아프게 했던 세월호 사건의 선장 행태를 보면 왜 책임감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아무리 급박한 순간 또는 위험한 순간에도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태를 해결 할 수 있어야 한다. 승객과 기타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위급 상황 발생 시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해하는 사람은 민항 조종사 세계에 필요 없는 존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인성으로는, 전문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끊임없이 자기개발에 힘쓰는 부지런함이다. 민항 조종사는 한 번 자격증을 취득하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문지식을 공부하여야만 항공사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 차세대 민항기가 지속적으로 항공시장에 출현함에 따른 첨단장비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배양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나날이 복잡해지는 항공교통 체계를 이해하기 위한 끊임없는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동일 업무를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이를 극복하고 참다운 전문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인성의 소유자여야 한다.

끝으로 리더십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성공을 보장하는 것 중의 하나로 훌륭한 리더십을 들 수 있는데 민항 조종사들에게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필수조건이다. 몇 백 억 아니 몇 천 억에 달하는 고가의 항공기에 수백 명의 승객을 싣고 적게는 몇 명, 많게는 20여 명의 승무원을 지휘 통솔하며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훌륭한 리더십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운항 승무원으로서 폭넓은 아량을 갖고 철저한 전문 지식과 우수한 비행 기량을 배경삼아 임무하는 동안 혼연 일체가 되어 안전 운항을 수행하려면 훌륭한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훌륭한 리더십이 있다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주어진 절차와 법에 의거해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항공법에 의해 부여된 기장의 권한과 책임을 숙지하고, 여기에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면 안전 운항은 이미 확보된 거나 다름없다고 본다.

이상으로 민항 조종사에게 요구되는 인성과 자질에 관해 생각해 보았는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함에는 차이가 없다. 최소한 위에서 언급한 인성과 자질을 소유한 사람만이 전문가로서 민항 조종사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본다.
 
글 정문교(항공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