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기의 역사(9) 더글러스 DC-7(Douglas DC-7)

더글러스 DC-7(Douglas DC-7)
 
DC-1으로 시작된 더글러스 여객기 시리즈의 최종 주자인 DC-7은 프로펠러 여객기시대를 마감하는 최후의 기체이기도 하며 항공역사에 크게 기여한 걸작기이다. DC-4와 DC-6의 연이은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장거리 노선에서 두각을 나타낸 더글러스사는 한때 성공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경쟁사인 록히드사에서 장거리 고속비행이 가능한 신형 콘스텔레이션을 내놓으면서 선두의 자리를 빼앗기에 되었다. 이에 대응하고자 등장한 DC-7은 여러 차례의 개량을 거치면서 완전한 성능을 가진 프로펠러 여객기로 인정받으며, 미국대륙 횡단노선과 대서양 횡단노선에서 큰 활약을 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 이후 새로운 제트 여객기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프로펠러 여객기는 급속하게 자취를 감추게 되었으며 항공회사에서 사용중인 DC-7중 많은 기체는 화물기로 개조되어 오랜 기간동안 활약하였다.
 
제트여객기가 등장하기 이전이었던 2차대전후의 여객기 시장은 록히드사와 더글러스사 등 2개 여객기 제작회사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으며, 여객기의 속도 향상과 항속거리 연장의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DC-4와 DC-6의 판매 경쟁에서 밀리는 입장이었던 록히드사의 콘스텔레이션 여객기는 속도면에서 더글러스사의 경쟁 기종보다 앞서 있었으며, 더글러스사로서는 만회를 위하여 쫓아가는 입장에 있었다. 더글러스사는 DC-4의 성공에 이어 비행성능이 한단계 향상된 DC-6를 내놓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였으나, 1953년 10월에 다시 록히드사가 앞서 나가게 되었다. 장거리 성능을 다투는 미국대륙 횡단노선에 TWA는 신형 L.1049C 콘스텔레이션을 투입하여 로스엔젤레스~뉴욕간을 동해안행에 한정하여 8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무착륙비행의 앰배서더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뉴욕~로스엔젤레스 서해안행 노선은 편서풍을 맞으며 비행하는 관계로 동해안행보다 시간이 더 소요된다.)

대륙 횡단노선을 운항하는 경쟁사인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 항공은 DC-6B를 사용하여 운항할 경우 도중에 착륙하면서 10시간이 넘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시간이상의 차이가 있었으며, 2차대전후 TWA사의 콘스텔레이션이 C-54를 개조한 DC-4의 대륙횡단 성능에서도 비슷한 차이를 보이며 우세하였다. 이러한 비행 성능의 차이를 나타내는 비밀은 라이트사가 개발한 터보 콤파운드 엔진으로, 이 엔진은 엔진의 배기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배기터빈을 구동하여 이 동력을 프로펠러축에 전달하는 구조로 되어 여유출력을 얻을 수 있었다. 라이트사의 터보 콤파운드는 사이클론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종전의 2,500마력의 출력에서 20%나 증가한 3,250마력을 얻을 수 있었으며, 열에너지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순항비행 시 연비가 10%이상 절감되는 이점이 있었다. 록히드 L.1049는 콘스텔레이션 시리즈 중에서 최초로 이 엔진을 탑재하였으며, 엔진의 장점을 이용하여 연료탑재량을 증가하는 효과를 얻어 한정된 항속성능의 향상과 순항속도의 향상을 같이 실현하였다.

TWA가 신형엔진을 장착한 슈퍼 콘스텔레이션을 발주하여 제작하고 있음이 알려지자 DC-3이래 더글러스 에어라이너를 사용하고 있는 아메리칸 항공은 더글러스사에 대하여 신형엔진을 장책한 여객기를 제작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더글러스사는 이에 대하여 1952년 1월에 DC-6B에 신형엔진을 장착한 신형 여객기인 DC-7의 개발하게 되었고, 아메리칸 항공은 25대를 160만 달러에 발주하였다. 이렇게 하여 더글러스사는 DC-4이래 P&W사의 엔진을 사용하는 관계에서 마침내 결별하게 되었으며, 아메리칸 항공은 DST/DC-3이래 계속하여 DC-7 개발의 스폰서의 관계를 유지하였다.

DC-7은 기본적으로 DC-6B에 라이트 터보사이클론 에진을 부착한 형식으로 중량이 증가한 엔진과의 밸런스를 위하여 후방동체를 1.02m 연장하고, 고출력을 흡수할 수 있도록 프로펠러를 종전의 해밀톤 스탠더드사의 직경 4.1m 3엽 프로펠러 대신에 같은 메이커에서 새로 제작한 지름이 같은 4엽 프로펠러로 교체하였다. 또한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급속하게 하강하면서 메인 랜딩기어를 단독으로 내려 공기저항을 발생하게 함으로써 스피드 브레이크를 대신하게 하는 메커니즘을 채택하였고, 높아진 엔진온도에 대비하고자 티타늄을 엔진 나셀에 사용하여 내열성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개량작업으로 DC-7의 순항속도는 578km/h로 높아지고, 항속성능도 향상되었으며 탑승 여객수도 60~95명으로 증가하였다.

DC-7의 초도기(N301AA)는 1953년 5월 18일에 초도 비행에 성공하고, 같은 해 11월에 형식승인을 취득하였다. 아메리칸 항공은 2대의 DC-7을 관숙용으로 우선 취득하였으며, TWA의 L.1049 앰배서더 서비스 개시보다 6개월 늦은 1953년 11월 29일에 DC-7을 사용하는 머큐리 서비스를 미국대륙 횡단노선에 등장시켰다. DC-7은 최초로 미국대륙 왕복노선에 모두 무착륙비행이 가능하였으며, 서해안행일 경우 8시간 35분, 동해안행은 7시간 40분으로 운항이 가능하여, 양방향 노선에서 모두 무착륙운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TWA사의 앰배서더 서비스와 차이를 보이며 성공하였다.





아메리칸 항공에 이어 내셔널항공사와 델타항공도 DC-7을 도입하였으며, 신형 엔진에 의구심이 많았던 유나이티드항공도 DC-7을 25대 발주하여 1954년 6월에 취항하였다.

DC-7의 직접운항비용은 DC-6B보다 높았으며, 1,000마력급의 DC-4의 나셀 간격에 3,000마력급의 엔진을 부착한 관계로 엔진의 간격이 충분하지 못하여 4엽 프로펠러를 사용하여 고출력을 흡수하여야 했기 때문에, 객실의 진동과 소음이 증가하여 탑승객이 느끼는 안락감은 DC-6보다 떨어졌다. 특히 엔진에 대하여 의구심이 가지고 있던 유나이티드항공은 고온으로 인한 터빈의 균열현상이 발생하자 종전에 사용하던 DC-6B의 P&W R-2800의 신뢰성보다 떨어진다고 불평하였으며, 영업면에서 DC-7의 도입을 검토하던 많은 항공사에게 영향을 주어 장거리 운항성능이 우수한 DC-7의 판매실적은 DC-6보다 오히려 낮은 편이었다.

한편 DC-7의 장거리형은 DC-7B로 불리며 DC-7B는 북대서양에서 TWA의 L.1049C의 뉴욕~런던, 파리간 무착륙운항에 대항하고자 팬아메리칸항공이 최초로 발주한 개량형으로 엔진 나셀을 연장하여 연료탑재량이 3,374ℓ로 증가하였고, 플랩의 형태를 변경하고 엔진을 강화한 결과 항속거리가 4,582km로 증가하였다. 팬암항공은 DC-7B가 북대서양노선에 적합한 충분한 항속성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장거리형인 DC-7C가 완성될 때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1955년 6월 13일에 보잉 스트라토크루저를 대체하여 뉴욕~런던노선에 무착륙운항을 시작하였다. 다만 쾌적성 면에서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종전에 사용하던 기종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미국의 국내선에서는 내셔널항공이 DC-7을 도입하였으며, 종전에 콘스텔레이션을 사용하던 이스턴항공이 처음으로 더글러스사의 DC-7B 50대를 대량 구입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DC-7B의 제작도중에 엔진 나셀의 후방에 연료탱크를 폐지한 DC-7B의 파생형이 제작되어 팬암항공과 남아프리카 에어라인에 인도되었다.

 
DC-7C 세븐 시리즈
DC-7의 항속성능을 한층 더 강화한 DC-7C는 DC-4 이래 주익 평면형에 작별을 고하고, 주익 중앙부에 새롭게 좌우 1.53m의 평행부를 부착하여 주익폭과 주익 면적이 대폭 증가한 개량형이다. 주익의 개량으로 어스펙트비가 약 10으로 증가하였으며 양항비가 향상되었고, 연료탑재량은 DC-7B보다 큰 4,313ℓ로 증가하였다. 또한 주익 중앙부의 폭을 넓혀 프로펠러와 동체의 간격을 충분히 떨어지게 함으로써 DC-7의 문제점이었던 소음문제를 방지하였다. 한편 엔진을 파워 업하고 동체도 주익의 앞쪽에서 1.02m 연장하고 수직미익도 0.6m 높아져 비행안정성이 향상되었다. DC-7C는 DC-7B가 개발된 후 약 1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개발되었으며, 1955년 12월 20일에 초도기(N70C)가 초도 비행을 하고, 다음해인 1956년 6월1 일에 최초의 발주자인 팬암항공에 인도되어 북대서양 노선에 취항하였다. DC-7C는 여유 있는 장거리항속성능이 가지고 있어 북대서양노선의 애로 사항인 강한 바람이 불 때를 제외하면 동쪽노선과 서쪽노선 모두 무착륙의 운항이 가능하였으며, 탑승객이 느끼는 쾌적성도 개선되어 호평을 받았다.

더글러스사는 DC-7C를 세븐 시리즈(Seven Series)라는 애칭을 붙였으며 제트 여객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까지 북대서양노선과 미국 서해안에서 극동아시아 유럽까지 북극을 횡단하는 장거리 노선에 활약하였다. DC-7C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록히드사의 콘스텔레이션은 주익을 새롭게 설계한 L.1049A 스타라이너(Starliner)가 등장하였으나 DC-7C보다 약 1년 이상 늦게 취항한 관계로 곧 이어 등장한 제트 여객기시대에 밀려 장거리노선에서 활약하는 기간이 짧았다.




성공작인 DC-7C의 개량형으로 출력 3142마력의 롤스로이스 타인 터보프롭엔진을 탑재한 DC-7D의 개발계획이 수립되었으나 보잉 707 및 더글러스 DC-8 제트 여객기의 등장으로 프로젝트 추진이 취소되었다.

한편 더글러스사와 록히드사의 프로펠러 여객기의 경쟁관계는 제트 여객기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끝을 맺게 되었고, 여객기로서 수명을 다한 DC-7 시리즈 중 일부 기체는 화물수송기인 DC-7F로 개조되었다.
 

화물기로 개조
DC-7은 여객기로 활약한 시기가 비교적 짧았으며 기체의 구조수명의 여유가 충분하였기 때문에 DC-6A를 대체하는 화물기로 가장 먼저 후보기종으로 선택되었다. 더글러스사는 1959년에 개조 라인을 설치하고 DC-7F 화물전용기 개조프로그램을 각 항공사에 제안하였다. 화물기로의 개조작업에는 약 3개월이 거리며 가격은 약 35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주요 개조내용은 동체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대형 화물 적재용 도어를 설치하고 바닥을 강화하며  화물취급시스템을 선택 옵션으로 제안하였다. 화물취급의 안전을 위하여 캐빈의 창문은 모두 폐지하나, 나중에 여객기로의 복구개조를 위하여 창문을 남겨둔 기체도 존재한다.

더글러스사는 유나이티드항공의 DC-7 6대, 아메리칸 항공의 DC-7B 10대, 파나그라의 DC-7B 1대, KLM, BOAC, 알리탈리아, 일본항공의 DC-7C 각각 2대씩 개조작업을 수주하였으며, 유나이티드항공의 DC-7은 개조와 동시에 DC-7B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아메리칸 항공은 나중에 4대의 DC-7B 화물기를 추가로 구입하였으며, KLM도 2대의 DC-7C 화물기를 구입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바닥의 강화 및 화물용 도어의 장착과 같은 기본 개조작업은 더글러스사에서 실시하였으나, 항공회사 중에는 자사의 기술진을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추가개조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필요에 따라서 신속하게 화물기에서 여객기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남겨놓기도 하였다.

한편 록히드 에어크래프트 서비시즈(LAS)사에서 개조한 10대의 DC-7C 화물기는 1960년 팬암항공에 인되되었으며, 다른 항공회사로부터 추가로 발주를 받아 DC-7의 개조작업을 실시하였다.

DC-7 화물기는 나중에 더글러스 DC-8F 및 보잉 707C와 교체되었으며, 화물기로서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덕분에 다수의 기체가 중고기 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
 
DC-7은 DC-1이 등장한 이후 더글러스 프로펠러 여객기 시리즈의 마지막에 등장한 기체로 제트 여객기 시대를 앞두고 터보 콤파운드를 채택한 왕복엔진을 사용한 최후의 프로펠러 여객기로서 존재가치가 높다. 그러나 운항성능에서 보다 빠른 비행속도와 긴 항속거리를 요구하는 항공사의 요구에 따라 제트 여객기가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우수한 성능에 비하여 단기간의 사용에 그친 아쉬운 기체이기도 하다.
 
 
[DC-7의 형식]
 
DC-7 : 라이트 터보 사이클론 엔진을 부착한 DC-6B의 발달형. 1953년 5월 18일 초도 비행. 최대이륙중량 55,479kg. 4엽 프로펠러 채택.
 
DC-7B : DC-7의 장거리 개량형. 연료탑재량 3,374ℓ증가. 1954년 10월 초도 비행. 1955년 5월 형식승인 취득.
 
DC-7C : 세븐 시리즈. 장거리 노선용으로 개발한 본격 개조형. 1955년 12월 20일 초도 비행. 1956년 5월 형식승인 취득.
 
DC-7F : DC-7 시리즈의 화물수송 개조형. 더글러스사에서 1959년~1960년 중에 23대를 개조하였으며 다른 회사에서 개조한 기체도 있음. DC-7F는 정식 명칭이 아님.
 
 
[제원]
 
더글러스 DC-7C
 
형식 : 여객수송기
승무원 : 3~5명
전폭 : 38.86m
전장 : 34.21m
전고 : 9.70m
주익 면적 : 152.08㎡
엔진 : 라이트 R-3350-18EA1 터보콤파운드 래디얼 피스톤 엔진(출력 3,400마력) ×4
공허중량 : 33,050 kg
자체중량 : 37,228kg
총중량 : 64,922kg
최대속도 : 653km/h(고도 6,614m)
순항속도 : 571km/h(최적고도)
실용상승한도 : 6,615m
항속거리 : 7,411km(최대탑재량)
페이로드 : 승객 60~100명

​글/ 이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