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기의 역사(6) 더글러스 DC-3(Douglas DC-3)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인 1935년 12월 17일에 전설이 되어버린 한 여객기가 탄생했다. 이날은 더글러스 DC-3 여객기가 초도 비행을 한 날이기도 하며 라이트 형제가 인류최초의 동력비행을 한지 32주년이 되는 기념일이기도 하다. 더글러스 DC-3는 탄생하자마자 뛰어난 성능과 쾌적성으로 1930년대의 여객기시장을 석권했고, 2차 대전을 거치면서 C-47 군용 수송기로 대량 생산되어 민용, 군용 모두 공전의 베스트셀러 여객기가 됐으며 전후에도 상당기간 세계각국의 주력 민항기로 활약했다.

DC-3의 탄생까지

더글러스 DC-2를 운항하던 항공사중의 하나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미국대륙 운항노선은 경쟁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나 TWA의 노선보다 남쪽으로 치우쳐는 관계로 장거리 횡단 노선이 많아 커티스 콘도르II(최초로 침대를 장착한 여객기로 유명하다.)를 투입하여 취항하고 있었다. 이러한 침대서비스는 종전의 좌석에 앉은 상태로 여행하는 야간여객기편이나 야간열차와 비교할 때 승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으나, 장거리 고속비행이 가능한 DC-2가 등장하면서 급속하게 매력이 약해지고 말았다.

이러한 점을 재빨리 파악한 사람은 아메리칸 에어라인에 새로 임명된 C.R.스미스 사장이었다. 스미스 사장은 DC-2에 침대를 설치하여 개조하는 방안을 생각했고, 신속하게 더글러스사에 전화로 문의했다. 더글러스사는 DC-2의 제작 및 판매가 바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며,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20대의 항공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아메리칸 항공의 수석 엔지니어인 빌 리틀우드는 서쪽으로 날아가 더글러스사에 상주하면서 DC-2의 침대형인 DST(Douglas Sleeper Transport)의 설계에 협력했으며, 더글러스사에서도 400명의 기술자와 제도 기능공을 1934년 가을부터 이 계획에 투입하기 시작하여 300회 이상의 풍동테스트를 거듭하여 새로운 형태의 여객기를 개발했다. DST라고 불리는 신형 여객기는 DC-2와 비교할 때 침대를 부착하기 위하여 동체의 폭이 75cm 커졌으며 객실의 폭은 2.34m, 높이는 1.98m로 DC-2보다 여유가 있었다. 기체의 확대와 중량증가에 따라 엔진을 920마력의 라이트 사이클론 엔진으로 마력을 높였으며, 주익폭 연장/주익면적 증가, 꼬리동체의 대형화에 따라 외형상 DC-2가 매끈하고 가느다란 느낌을 주는 데에 비하여, DC-3는 좀더 불룩한 느낌을 주고 있다. DST는 대형화된 객실내부에 길이 1.96m, 폭 91cm (하단 침대, 상단 침대는 76cm)의 침대를 상하 2단으로 14~16개를 수용했으며, 침대를 접을 경우 폭 91cm의 좌석으로 바꿀 수 있어 최대28명까지 승객 탑승이 가능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이 항공기를 구입하고자 450만 달러의 정부융자를 받아 DST 8대와 21인승의 주간용 여객기 DC-3 12대를 발주했다. DST 1호기(NC14988)는 1935년 12월 17일에 롤아웃하여 초도 비행을 했으며, 다음해인 1936년 5월 21일에 형식승인을 받았다. 이 항공기는 같은 해 6월 8일부터 인도가 시작되어 6월 25일부터 뉴욕~시카고 노선에 DST를 주간기체로 취항을 했다. 기체의 대형화와 함께 항속성능도 향상되어, 종전의 DC-2가 서쪽으로 비행할 경우 중간기착을 하고, 동쪽으로 비행할 경우 논스톱으로 운항하던 것과는 달리 DST는 양방향 모두 무착륙 운항이 가능하여 운항개시이후 경쟁사의 기종을 압도했다. DC-3의 인도가 시작되면서 DC-3를 뉴욕~시카고/보스턴 노선에, DST를 본래의 목적인 대륙횡단노선에 취항하도록 하여 동해안 방향으로는 16시간, 서행안 방향으로는 17시간 45분으로 주파하는 아메리칸 머큐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DC-3는 DC-2와 비교할 때 같은 쌍발 기체이지만 기체의 크기와 중량이 모두 크고 항속성능이 향상되어 종전의 7석 2열 배치(합계 14석)가 일거에 7석 3열(합계 21석)으로 페이로드가 50%나 증가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따라서 비행거리 1마일당 운항비용이 DC-2보다 10~12%나 절감됐으며, 시트 마일당 운항비용은 포드 3발기의 절반, DC-2보다는 25%가 감소했으며, 경쟁 기종인 보잉 247보다는 40%나 감소하는 우수한 기종이었다.

세계로 비상하는 DC-3

신형 여객기 DC-3가 가진 매력에 다른 경쟁 항공사들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특히 대륙횡단노선을 운항하고있던 TWA와 유나이티드항공은 모두 DST와 DC-3를 발주하여 보잉 247을 교체하고자 했다. 보잉 247의 대체기종으로 유나이티드항공은 DC-3를 선택했고, TWA는 1937년 6월에, 유나이티드항공은 다음해 7월에 DST를 대륙횡단노선에 취항 시켰다. 특히 유나이티드항공은 경쟁사를 제압하고자 뉴욕~시카고노선에 14석의 회전의자를 장착한 딜럭스 스카이라운지를 1937년 2월부터 운항하기 시작했으나 2.05달러의 추가요금 때문에 승객들이 외면하자 원래대로의 21석 여객기로 복원하기도 했다.

주간형의 DC-3는 미국의 항공사들로부터 폭 넓은 환영을 받았으며, 1938년에는 미국 내 민간항공수송의 95%를 DC-3가 담당했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던 시점에는 미국 국내노선의 80%를 DC-3가 차지할 만큼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여객기 제작사로서 더글러스사는 DC-3의 히트로 부동의 위치를 확립했다.

더글러스사는 이 여객기의 개발에 DC-2의 2배인 30만 달러가 필요하고, 손익분기점은 50대 판매라고 예상했으나 예상을 빗나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면서 DC-1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수익을 올리게 됐다. 당시 DC-3의 가격은 당초 9만 달러였으며, 1939년에는 11만 5천 달러까지 상승했다.

한편 미국의 항공사이외에도 외국의 항공사도 이 신형여객기를 주목했으며 포커사는 DC-2에 이어 DC-3의 제작 및 판매권을 구입하여 유럽에서 63대의 DC-3를 판매했다. 1939년 6월 1일까지 200대가 세계각국의 항공사에 인도됐으며, 일본과 소련에도 라이센스를 판매하여 이들 국가는 군용, 민간용으로 양산을 했다. 2차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더글러스사는 소수의 수출고객을 포함하여 합계 430대의 DC-3 시리즈를 판매하여 미국 국내항공회사의 지배적인 메이커가 됐으며, 경쟁사인 보잉사는 보잉707 제트여객기를 내놓을 때까지 프로펠러 여객기시장에서 더글러스사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또한 이러한 더글러스사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DC-3 한 기종으로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놀랍기도 하다. 1936년~1941년 중에 미국의 국내 여객수송마일은 약 600%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놀라운 성장은 DC-3의 우수한 성능과 뛰어난 안전성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할 수 있다. 민간형 DC-3 시리즈는 DST를 포함하여 5가지 기종이 제작됐으며, 표준형 파워플랜트로는 최대이륙중량에 적합하도록 라이트제 SGR-1820 사이클론 엔진이나 프래트 & 휘트니제 트윈 와스프 엔진 등 1,000마력급과 1,200마력급 엔진 중에서 선택하여 장착하도록 했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DC-3는 군용화물기로 채택됐고 C-47, C-53, R4D, 다코타(Dakota)라는 명칭으로 대량생산에 착수하여 미국에서만 합계 10,655대가 생산되어 수송기로는 유일하게 1만대 생산을 돌파한 기종이 됐다. 전쟁 중에 DC-3가 많은 활약을 하게 된 것은 노스롭의 3구획 구조로서 지나친 과잉설계라는 말을 들을 만큼 견고한 기체구조가 역으로 우수한 효과를 발휘하여 노르망디 상륙작전, 마켓가든작전과 같은 수많은 전설적인 활약을 보여주면서 전쟁기간 중 큰 임무를 맡았고, 전쟁 후에는 약 4천대의 여유기체가 1대당 1,200달러~2만 달러의 낮은 가격에 민간에 불하되어 많은 정기, 부정기항공사의 창립에 공헌했다.

전쟁 후에 낮은 가격으로 방출한 DC-3의 영향으로 DC-3의 후계기종의 출현은 사실상 어려웠으며, 더글러스사가 1949년에 발표한 DC-3의 현대화 개조형인 슈퍼 DC-3도 개조비용이 25만 달러 이상이어서 아무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항공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았다.

DC-3의 놀라운 활약은 전쟁 후에 미국의 항공사에서 대량으로 사용된 것 이외에도 상당기간 계속하여 세계각국의 항공사에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일부 항공기의 경우 1990년대까지 운항을 계속할 정도로 DC-3는 걸작 여객기였으며, 첫 선을 보인 이후 미국의 항공회사에서 인기를 모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기종이다.

이처럼 DC-3는 아메리칸 항공의 C.R.스미스사장의 말처럼 항공회사를 정부의 항공우편물 운반보조금 의존에서 벗어나 단순하게 여객을 운송하여 돈을 벌게 하여준 최초의 항공기라는 것을 실제로 증명했으며, 이러한 업적은 DC-3를 현대적인 여객기로서 이름을 남기게 했다.
 
 

[제원]

승무원 : 2명
전폭 : 28.96m
전장 19.65m
전고 : 5.16m
주익 면적 : 91.69㎡
엔진 : 프랫 & 휘트니 R-1830-S1C3G 트윈 와스프 래디얼 피스톤 엔진 ×2대
최대이륙중량 : 11,431kg
승객 수 : 최대 28명(밀폐식 객실에 수용)
최대속도 : 370km/h(고도 2,591m)
순항속도 : 307km/h(최적고도)
항속거리 : 3,420km

글/ 이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