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력 부족한 해병대, 입체적 작전수행에도 제한


사진: 국방부


공중전력 부족한 해병대,
입체적 작전수행에도 제한


해병대, 공중전력 확보 여전히 미진 … 입체적 고속상륙작전에 차질
상륙공격헬기 도입은 여전히 요원 … 향후 전장환경에 걸맞은 기종 도입 필요



1949년에 창설돼 60년이 넘게 국가 전략기동부대 역할을 맡아 온 해병대. 유사시 신속대응군으로서 입체적 고속상륙작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전력이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 공지기동능력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수. 그 가운데서도 입체적 고속상륙작전에 걸맞은 공중전력은 공지기동능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해병대 전력 가운데 전력화가 가장 더딘 부분이 바로 공중전력이다.

상륙기동헬기 도입 추진
해병대에 독자적인 공중기동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금까지 계속 있어 왔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독자적 공중기동전력 확보가 어려웠다. 이는 1973년, 국방부 훈령에 따라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고, 항공기와 인원들도 해군에 통합되면서 독자적인 공중전력 운용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중단상태는 1987년 해병대사령부가 재창설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이처럼 요원했던 독자적 공중전력 확보에 물꼬를 튼 것이 바로 상륙기동헬기사업이다. 소요가 제기된 지 12년 만인 2013년에 개발이 착수된 상륙기동헬기사업은 오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40여대의 상륙기동헬기를 전력화하는 게 목표다. 결국 이번 사업으로 해병대사령부 해체로 단절된 해병대의 독자적 공중기동전력 운용이 마침내 부활하게 된 셈. 특히 향후 도입될 상륙기동헬기는 먼 바다로부터 목표 지역까지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상작전에서도 유용하게 운용할 수 있어 향후 해병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공지기동부대’ 실현을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해병대가 운용할 상륙기동헬기 개발이 공식적으로 완료됐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  


현재 상륙기동헬기로 개발 중인 기체는 최초의 국산헬기인 수리온. 지난 1월 19일, 상륙기동형으로 개발된 시제기가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최근에는 해군의 대형수송함인 독도함에서 해상시험평가도 진행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새로 개발되는 상륙기동헬기에는 전술항법장비와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 해상불시착 시 승무원의 탈출시간과 기체를 보호할 수 있는 비상부주, 장거리 해상비행을 위한 보조연료탱크가 장착됐으며, 부식방지를 위한 기체방염과 함상에서의 운용이 용이하도록 주로터의 접이방식도 개선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상륙작전을 위해서는 중대형급 기동헬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상륙작전개념이 먼 바다에서 기습적으로 화력과 병력을 투입해 해안의 적을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최근 상륙작전용 항공기들도 항속거리를 비롯해 탑재능력, 기동성, 속도 등의 성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상륙작전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 해병대는 지난 2007년부터 기존 상륙기동헬기인 CH-46을 대신해 더 많은 병력을 이송할 수 있고, 기동성도 더욱 뛰어난 MV-22 오스프리를 도입하기 시작해 총 360대의 MV-22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형수송헬기인 CH-53의 성능을 대폭 개량한 신형 CH-53K 도입도 앞두고 있다. 특히 독도 소유권 분쟁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일본도 17대의 V-22를 최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상륙작전 시 지원전력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상륙공격헬기 도입은 요원
상륙작전 시 기동헬기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상륙공격헬기 역시 상륙작전의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중전력이다. 특히 상륙공격헬기는 대공화기 위협에 취약한 상륙기동헬기를 방어할 뿐만 아니라 상륙작전 초기에 적의 증원 차단과 지상전투부대에 화력을 지원할 수 있는 해병대 항공전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 확보는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황. 우여곡절 끝에 상륙기동헬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상륙기동헬기만으로는 완전한 항공작전 수행은 보장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륙공격헬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상륙작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강력한 화력으로 상륙기동헬기와 지상전투병력을 지켜줄 수 있는 상륙공격헬기는 오늘날 상륙작전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전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상륙기동헬기는 고정익 항공기와 비교해 속도도 느리고, 비행고도도 낮아 항상 피격 위험에 노출된다”면서 “기동헬기 운용에는 공격헬기 엄호가 필수”라고 그는 강조했다.



상륙공격헬기는 상륙기동헬기 방어와 상륙작전 초기에 적 증원차단과 지상부대에 화력을 지원하는 해병대 항공전력의 핵심이다. (사진: 미 해군) 


이 전문가에 따르면 상륙공격헬기는 기동헬기 엄호에만 긴요한 전력이 아니다. 상륙작전 특성상 제한된 물자로 전투를 수행해야 하는 전장상황에서도 긴요한 전력이다. 이에 대해 그는 “공격헬기와 포병전력이 잘 갖춰진 육군과 달리 해병대는 일부 공중전력과 함포 외에는 독자적인 화력지원 전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상륙작전 시 함포 및 일부 공중전력으로부터 화력지원을 받지만 충분한 지원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가령 해군 함포의 경우 화력은 강하지만 산악지형에 대해서는 정밀한 화력지원이 힘들다. 결국 적을 쥐 잡듯 찾아내서 타격할 수 있는 공중전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는 “제한된 화력으로 적 종심지역까지 밀고 올라가야 하는 해병대로서는 적시적소에 화력을 지원할 수 있는 상륙공격헬기는 믿음직한 방패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상륙공격헬기는 기동헬기와 지상전투병력에 대한 엄호 외에도 해안에 직접 접안하는 상륙함정에 대한 방어임무도 수행한다. 현재 전 세계 해군들이 도입을 늘리고 있는 상륙함정을 꼽는다면 공기부양정(LCAC)과 같은 고속상륙함. 특히 뛰어난 탑재능력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고속상륙함들은 먼 바다에 있는 모함으로부터 목표 해안까지 신속하게 병력과 물자를 투입할 수 있어 오늘날 상륙작전에서 널리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속상륙함들도 자기방어 능력이 취약해 해안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적 화력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그런 만큼 강력한 무장을 탑재한 상륙공격헬기가 고속상륙함들이 목표해안에 도착할 때까지 화력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상륙공격헬기의 역할에 대해 한 전문가는 “상륙기동헬기가 병력과 물자 수송 등 제한된 능력을 갖춘 초등학생이라면, 상륙공격헬기는 강력한 무장으로 독자적이고 다양한 능력을 갖춘 대학생 격”이라고 비유했다.

상륙공격헬기, 기동헬기보다 성능 앞서야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성능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기동력과 항속거리 측면에서 상륙기동헬기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상륙기동헬기에 대한 엄호를 위해서는 최소한 상륙기동헬기만큼의 기동성능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재 도입이 계획돼 있는 수리온 기반의 상륙기동헬기와 비교해 최소한 동등하거나 더 멀리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도 “상륙공격헬기는 단순히 화력이 전부가 아니다”며 “상륙기동헬기보다 기동성이 떨어지거나 비행거리가 짧다면 기본적인 엄호조차 못하게 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상륙기동헬기와 상륙공격헬기인 미 해병대의 UH-1Y와 AH-1Z를 보면 UH-1Y의 작전반경이 약 220km인 데 비해 AH-1Z의 작전반경은 243km로 항속거리가 UH-1Y를 앞선다.

물론 화력도 중요하다. 충분한 엄호와 적 제압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화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상륙작전 시 한 번 이륙으로 상륙기동헬기 엄호를 비롯해 착륙지역 일대의 적 위협 제압, 적 증원부대 차단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무장탑재능력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AH-1W 슈퍼 코브라의 경우 기수부분의 20밀리 기총을 비롯해 스터브 윙에 장착된 6개의 하드포인트에는 2.75인치 비유도 및 유도 로켓을 탑재할 수 있고, AIM-9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TOW 및 AGM-114 헬파이어 등 대전차 미사일같은 강력한 무장능력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미 해병대는 오는 2019년까지 AH-1W보다 타격능력이 더욱 강화된 AH-1Z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AH-1S 코브라 헬기 도입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AH-1S는 1980년대 말에 도입돼 노후한 데다 일반적으로 쌍발엔진을 채용하고 있는 상륙공격헬기와 달리 엔진도 단발이어서 상륙공격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특히 일반 환경에서 운용하던 기체를 해상에서 운용하려면 까다로운 해상화 작업은 필수다. 실제로 현재 개발되고 있는 수리온 기반 상륙기동헬기의 경우도 해상화 작업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체계 또한 향후 상륙작전에서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AH-1S가 운용할 수 있는 무장은 20밀리 기총과 2.75인치 비유도 로켓, 그리고 유선으로 유도하는 TOW 대전차 미사일이 유일하다. 이는 최근 운용되고 있는 공격헬기와 비교하면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가운데 TOW 미사일의 경우 제자리비행을 유지한 채 미사일이 표적을 타격할 때까지 유도해야 하는 방식. 긴박하게 변하는 상륙작전 상황에서 헬기가 일정시간 정지상태에 있다는 것은 결국 생존성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결국 육군의 AH-1S를 상륙공격헬기로 운용하는 방안은 노후한 기체와 까다로운 해상화 작업, 그리고 낙후한 무기체계 등을 감안하더라도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은 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 해병대는 상륙기동헬기와 상륙공격헬기를 2.4대 1 비율로 운용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상륙공격헬기, 기동헬기 2~3대 당 1대 필요
상륙공격헬기가 상륙작전에 핵심적인 전력이지만, 뛰어난 성능과 무기체계 등으로 군용헬기 중에서도 고가장비로 통한다. 이는 곧 제한된 예산으로는 도입이 부담스러운 전력이라는 얘기다. 결국 작전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최소 수량을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국내 전장환경에서는 상륙기동헬기 2~3대당 1대의 상륙공격헬기가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해병대의 경우 2.4대 1 비율로 상륙공격헬기를 운용하고 있지만, 한국 해병대는 2:1 비율로 더 많은 상륙공격헬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 해병대와 한국 해병대의 공중전력 차이. 특히 미 해병대는 많은 병력을 헬기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MV-22 오스프리를 운용하기 때문에 상륙공격헬기 소요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신 그는 “현재 한반도 전장환경에서는 2:1 비율이 이상적이지만, 예산이 제한되더라도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최소한 3:1 비율로 상륙공격헬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 김재한(jhkim@was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