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기의 역사(14) 록히드 L-100 허큘리스

록히드 L-100 허큘리스
(Lockheed L-100 Hercules)

 

대표적인 군용수송기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록히드사의 전술수송기 C-130 허큘리스는, 민간여객기와 화물기의 시장에서도 그 탑재량과 STOL성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하여 성공한 기종이다. 1955년 4월 7일에 최초의 양산형인 C-130A가 초도 비행에 성공한 록히드 허큘리스는 우수한 설계를 바탕으로 성능과 신뢰성면에서 다른 경쟁기종을 압도하고 있으며, 초도 비행에 성공한지 50주년이 되는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꾸준한 성능개량을 거쳐 지금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는 장수기종이기도 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록히드 C-130 허큘리스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기종이기도 하다.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전쟁에 참전하게 된 미국은 많은 병력과 전쟁물자를 태평양을 건너 한꺼번에 대량수송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전쟁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2차대전 중에 보유하였던 C-46, C-47, C-54, C-69와 같은 많은 수송기들은 전쟁의 종결과 함께 대부분이 민간항공사에 매각되었으며, 그나마 보유하고 있었던 수송기들은 노후된 기종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전쟁초기에 북한군의 신속한 남진에 적절하게 대처할 병력과 장비를 전선으로 긴급 수송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관계로 유엔군과 한국군은 초전에 많은 작전실패와 후퇴를 거듭하여야만 하였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의 MATS(Military Air Transport Service)는 1951년 2월 2일에 터보프롭엔진을 탑재하는 신형 중형수송기와 관련된 긴급 제안요구서(RFP)를 미국의 항공기 제작업체에 발송하였다. SS-400L이라고 불리는 제안요구서에 따르면 새로 개발하는 수송기의 기체는 병력 90명을 태우고 3,220km를 비행할 수 있어야 하며, 13,600kg의 화물을 싣고 단거리 활주로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성능이 요구하고 있었다. 게다가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단거리의 임시 활주로에서의 이착륙이 가능한 성능을 지닐 것을 요구하였고, 낙하산부대의 강하 및 강습착륙이 가능하도록 저속성능도 갖추어야 하였다. 이러한 요구성능은 당시 미 공군이 전술수송작전의 주력기종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더글러스 C-47 수송기와 비교할 때 병력의 탑승면에서는 약3배, 화물의 탑재량에서는 약4배 이상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었다.

제안요구서에 따라서 보잉, 더글러스, 페어차일드, 록히드 등 각 항공기 제작회사는 제안서를 제출하였으며, 7월 11일에 록히드사의 모델82 설계안을 C-130 허큘리스(Hercules)로 채택할 것을 정식으로 결정하였다. 한편 같은 시기에 심사한 대형수송기 개발 제안에는 더글러스의 설계안이 C-133 카고마스터(Cargomaster)로 채택되었다. 미 공군은 1953년 2월 10일에 최초의 기체를 7대 발주하였으며, 개발작업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록히드사의 유명한 설계팀인 ‘스컹크 웍스’에서 담당하였다. 2대의 YC-130 시제기중의 1대가 1954년 8월 23일에 초도 비행을 하였으며, 최초의 양산형 기체인 C-130A는 1955년 4월 7일에 초도 비행에 성공하였다. 미 공군에 대한 인도는 1956년 12월부터 시작되었으며, 계속하여 개량형과 파생형이 개발되었다. 록히드사는 군용수송기로 개발한 허큘리스의 민간 항공시장 진출 시도를 처음부터 고려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허큘리스가 군용기로서의 우수한 실력을 보여주자 민간 항공회사에서도 우수한 성능에 주목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민간기로 진출하게 되었다.

록히드사는 1964년 4월 21일에 민간형으로 자체 제작한 모델 382 데몬스트레이터로 25시간 연속비행을 비행하는 놀라운 기록의 초도 비행을 실시하였다. 군용기와는 달리 신중하게 초도 비행을 실시하는 민간항공기의 관례에 비추어볼 때, 이미 군용수송기로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 허큘리스는 민간형의 데뷔에서도 특출한 등장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1965년 2월 16일에는 민간형 허큘리스 L-100에 대하여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내구감항증명을 교부 받았다. 민간용 L-100은 군용형 C-130E와 같은 기체이며 군용형과의 차이점은 주익 아래에 있는 증가연료탱크를 제거하였다. 같은 해 9월 30일에는 콘티넨털 에어 서비시즈사(Continental Air Services)가 최초의 L-100을 인수하였고, 이어서 알라스카항공(Alaska International Air)이 록히드사로부터 전시용 기체(N1130E)를 임대하여 1966년 3월 8일에 상업운항을 시작하였다. 잠비아 에어 카고즈(Zambia Air Cargo’s)도 같은 해에 L-100을 인수하였으며, 1967년까지 21대의 L-100(모델 382B)이 생산되어, 에어리프트 인터내셔널(Airlift International), 델타항공, 인테리어항공, 퍼시픽 웨스턴 항공(Pacific Western Airlines), 파키스탄 항공 등에 인도되었다. 민간형 L-100 허큘리즈의 성공을 확인한 록히드사는 즉시 파생형의 개발에 착수하였다.
 

L-100-20과 L-100-30형의 개발
록히드사는 운항경제성의 향상에 목표를 두고 L-100의 발달형으로 기존에 탑재한 앨리슨501-D22 터보프롭엔진(출력 4,050마력)을 대체하여 출력 4,508마력의 D22A엔진을 탑재한 강력한 성능의 L-100-10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의외로 L-100-10은 민간 항공회사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발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록히드사는 엔진의 교체이외에도 L-100-10에 대하여 여러 가지 많은 개량작업을 추가로 실시하였으며, 이렇게 하여 탄생한 L-100-20은 주익의 앞쪽에 1.52m, 주익의 뒤쪽에 1.02m의 플러그를 끼워넣어 동체를 2.54m 연장하였으며, 동체의 연장에 따라 기내의 용적이 150.26㎥으로 종전 모델보다 22.9㎥ 증가하였다. 최대이륙중량은 70,308kg으로 증가하였으며, 엔진은 항공회사의 요구에 따라 D22와 D22A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신형 동체에 신형 앨리슨501-D22A엔진을 장착한 형이 모델382E이며, 신형 동체에 종전의 앨리슨501-D22엔진을 장착한 형이 모델382F이다. 최초의 비행 전시용 L-100-20기체는 제작 직후인 1968년 4월 19일에 개조 후 초도 비행을 실시하였으며, 10월 3일에 FAA의 형식증명을 취득하였다. 또한 1주일 후에는 인테리어항공이 북극권이 석유채굴지원을 위한 운항기로 L-100-20 신형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L-100-20은 모두 25대가 신규 제작되었으며, L-100의 최초 생산분 중에서 8대가 L-100-20으로 개조되었다. 신규 제작기체 중에서 D22엔진을 장착한 기체는 2대에 불과하며, 다른 고객들은 출력 증가형인 D22A 엔진을 선택하였다.



L-100-20 중에서 7대는 나중에 동체를 연장한 L-100-30(모델382G)으로 개조되었다. L-100-30형이 탄생하게 된 것은 보다 큰 화물실을 가진 대형 기체를 필요로 하는 새턴 항공(Saturn Airways)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새턴 항공은 록히드 트라이스타 와이드바디 여객기에 탑재하는 롤스로이스 RB.211 제트엔진을 영국으로부터 조립라인이 있는 캘리포니아까지 왕복할 수 있는 운반용 기체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록히드사는 L-100-20의 동체를 2.03m 연장하여 기내용적을 171.5㎡ 증가하는 한편, L-100-30은 종전의 기체와는 달리 JATO(제트보조이륙장치) 및 낙하산 강하용 도어, 후방화물창을 철거하여 군용기의 특성을 배제한 순수한 민간수송기로 변모하였다. L-100-30은 초기의 L-100과 비교할 때 동체가 무려 4.57m나 연장된 대형 수송기이다.

L-100-30(모델382G)은 1970년 8월 14일에 초도 비행을 하였으며, 10월 7일에는 FAA의 형식증명을 취득하고, 12월에는 새턴 항공에 인도되어 상업운항을 시작하였다. 록히드사는 앞에서 언급한 7대의 개조기체를 포함하여 65대의 L-100-30을 제작하였으며, 앞서 제작한 L-100 초기형과 비교할 때 성공적인 기체라고 평가할 수 있다. L-100-30의 제작 수량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인도한 완전한 의료지원장비를 갖춘 이동병원 사양의 기체인 L-100-30HS 5대가  포함되어있다.
 

다양한 용도와 높은 활용성
L-100 허큘리스는 세계각지에 취역 중이며, 실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있다. 원래의 사용 용도는 에너지산업에 사용하는 무거운 건설자재의 수송이며, 놀라운 STOL 성능으로 아프리카 및 남아메리카에서 짧은 임시 활주로에서 원격지에 대한 화물을 수송하는 이상적인 기체로 인기가 높다. 또한 태풍이나 수해 및 화재와 같은 재해지역에 대한 긴급구호물자의 투하와 같은 특수비행 분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높은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가장 많은 수량의 L-100을 운항하고 있는 미국의 새턴 에어 트랜스포트(Saturn Air Transport)는 18의 L-100을 운항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의 사페어 에어(Safair Freighter)가 16대를 운항하고 있다. 새턴 에어의 가장 특별한 임무비행 중에는 공중살포업무가 있으며, 세계각국의 석유유전 유출사고 및 아프리카의 해충제거에 새턴 에어의L-100이 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페리타 에어 서비시즈는 원유제거지원업무이외에 국가프로젝트인 각 섬의 거주인구의 이동프로그램에 L-100 허큘리스를 사용하여 1회 비행에 128명씩, 모두 50만 명을 수송하기도 하였다.

1980년대에 록히드사는 대체할 수 없는 우수한 성능을 가진 허큘리즈를 민간항공기 시장에 확대 판매하기 위하여, 동체를 6.1m연장한 화물전용기인 L-100-50, 100석급의 여객기형인 L-100-30PX, 팔레트식 좌석과 후방 화물실을 가진 화객 신속전환형인 L-100-30QC, 콤비형인 L-100-30C 등 여러 가지 파생형을 각 항공회사에 제안하였으나 생산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한편 L-100의 주익의 폭을 줄이고 4,585마력급의 D22D 터보프롭엔진을 쌍발로 장착한 단축형인 L-400도 유력한 모델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고객의 확보에는 실패하였다.



군용기로서의 허큘리스의 생산은 21세기에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으며, 민간형의 생산은 1980년대 말까지 합계 113대로 종료되었다. 현재 AE2100 신형 터보프롭 엔진을 탑재한 허큘리스의 최신 발달형인 C-130J가 생산되고 있는 관계로, 록히드사는 발달형인 L-100J 민간형 허큘리스 시리즈의 판촉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록히드사는 표준형 동체를 갖춘 L-100J와 동체 연장형인 L-100J-30을 각 민간항공회사에 제안중이다.  현재 약 40대에 가까운 L-100이 군용기의 임무를 불하 받아 민간용도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대의 운항회사는 현재까지도 9대를 보유하고 있는 사페어 항공이며, 산트메 크린시페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트랜스 아프리크 국제항공은 7대의 허큘리스를 화물수송 및 긴급환자수송에 사용하고 있다.

록히드 허큘리스 시리즈는 서방국가에서 가장 성공한 수송기로서 폭 넓게 사용되고 있는 전술수송기로서 사상 최장기간동안 생산이 계속되고 있는 항공기이다. 현재에도 세계 각국에서는 많은 기체가 사용 중이며 사용국가는 60여 개국 이상이다. 한편 초기형의 허큘리스를 사용하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는 신형기로의 교체가 시급하기 때문에 대체할만한 경쟁기종이 없는 상황에서 허큘리스는 21세기에도 계속 생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군용 수송기의 시장전망에 따라 민간용 허큘리스도 앞으로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예상되고 있으며, 현재 확정발주는 없는 상황이지만 록히드사는 민간항공회사를 대상으로 꾸준한 판촉활동을 계속 실시하고있다.
 
 
 
[제원 : 록히드 L-100-20 허큘리스]
 
형식 : 중/장거리 4발 수송기
전폭 : 40.41m
전장 : 32.33m
전고 : 11.66m
주익 면적 : 162.11㎡
엔진 : 앨리슨 501D-22A 터보프롭 엔진(정규출력 4,508마력) ×4
공허중량 : 32,934kg
최대이륙중량 : 70,307kg
최대순항속도 : 581km/h(고도 6,100m)
항속거리 : 7,871km(최대탑재, 45분 여유연료)

​글/ 이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