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항모에 탑재될 국산 함재 전투기 KF-21

 

국산 항모에 탑재될  국산 함재 전투기 KF-21

 

최근 한국형 중형 항공모함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산 함재형 전투기 KF-21N(Navy)에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오는 2026년 공군형 KF-21이 개발이 완료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구상 중인 함재형 KF-21N의 주요 특징과 개발 가능성 등을 살펴본다.



글/ 김재한
 

국산 함재 전투기 개발이 본격적으로 쟁점화된 시기는 지난해 9월이다. 국방부가 바로 앞서 발표한 2023년도 국방예산안에 경항모 사업 예산이 빠진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함재 전투기 개발이 쟁점화됐다. 그것도 국방부에서 가장 책임 있는 위치인 국방부장관과 합동참모의장이 언급하면서 무게가 더욱 실렸다.

우선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경항모 탑재 전투기의 국내 개발 가능성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연구 결과에 따라 경항모 사업추진 방향 재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고, 이어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은 국회에 참석해 “현재 함재기 개발이 가능한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특히 중형항모 도입 가능성에 대해 “(함재기를 개발하면) 아무래도 전반적인 운영시스템 구조를 변경해야 하므로 그렇게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김 의장은 “중형항모로 갈 수 있다는 부분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서 절차를 거쳐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항모 사업 예산이 2023년도 정부예산안에서 빠지자 사업이 결국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추측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말경, 연구용역 결과로 국산 함재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형 함재기로 떠오른 KF-21N
한국형 함재기로 떠오른 KF-21N 국산 함재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KF-21N이 한국형 항모사업의 중심으로 불쑥 떠올랐다. KF-21N은 지난해 9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에서 처음 공개한 KF-21 기반의 함재 전투기다. 경항모 도입 논란 당시 높은 획득과 유지비용, 제한된 무장탑재량 등으로 논쟁이 이어졌던 F-35B를 대신할 기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또한 논쟁 당시에는 높은 사업비, 무장제한 등의 이유 외에도 수직이착륙 전투기가 우리 해군의 항모 운용개념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KF-X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 신보현 무기체계연구원장은 “함재 전투기의 임무는 제공작전을 통해 적의 공중 공격으로부터 우군(항모전단)을 보호하고, 적의 주요 표적을 타격하는 공군 전투기의 임무와 동일하다”면서 “하지만 수직이착륙 전투기는 기동성 저하와 무장탑재량 등이 제한돼 수직이착륙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상륙강습전력으로 제한해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F-21N, 한국판 F-35C
KF-21N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국판 F-35C’공군형 F-35A를 함재형으로 개발한 F-35C처럼 공군의 KF-21을 함재형으로 개발하는 기종이 KF-21N이기 때문이다기본적인 개발개념도 유사하다가장 큰 차이점으로 날개면적이 공군형보다 넓어지고항모 이착함에 견딜 수 있도록 착륙장치가 대폭 보강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가운데 날개면적은 공군형 KF-21과 비교해 약 20% 넓어질 전망이다현재 KF-21 날개면적이 약 500제곱피트인데 비해 KF-21N은 약 600제곱피트로 넓어진다이는 항모 운용환경에 맞추기 위한 것가령 항모 착함을 위해서는 저속으로 항모에 접근해야 하는데공군형 기체의 날개면적으로는 양력이 상실되는 실속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저속상태에서도 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날개면적을 넓혀야 한다또한 항모에서 사출기를 이용해 발진하더라도 중량 때문에 기체가 조금 하강해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도 날개면적을 넓혀야 한다.
 
이처럼 날개면적을 넓힐수록 저속 및 날개 특성은 좋아지지만무작정 날개면적을 넓힐 수는 없다전투기로서의 기동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항모에서의 운용성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KAI 관계자는 항모 운용환경과 기체 성능에 맞춰 최적의 면적으로 넓히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비율로 KF-21의 날개면적을 넓혀본 결과 20% 넓혔을 때 가장 최적의 특성이 나왔다고 설명했다이와 비교해 F-35C는 F-35A 대비 날개면적이 약 30% 더 넓게 설계됐다.
 
착륙장치도 대폭 보강된다통상적으로 함재기가 착함할 때는 공군형 기체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하중)을 받는다기체를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이 하중으로부터 기체를 보호하는 것이 착륙장치다그만큼 착륙장치 보강이 중요하다는 게 KAI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KF-21N의 외형을 보면 KF-21과 비교해 주착륙장치의 보강과 함께 위치가 주날개 아래로 변경됐고전방착륙장치도 보강은 물론 바퀴(Wheel) 수가 1개 더 추가돼 2개로 설계됐다. KAI 관계자는 “KF-21N 개발을 위해서는 고강도 착륙장치 개발과 함께 이를 통합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국내 전문업체들과 협력하고해외 함재기 착륙장치 전문업체와의 협업도 일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F-21N은 KF-21과 비교해 주착륙장치의 보강과 함께 위치가 주날개 아래로 변경됐고, 전방착륙장치도 보강은 물론 바퀴 수가 1개 더 추가돼 2개로 설계됐다.  (사진: 방위사업청)


아울러 그는 공군형 기체와는 달리 착륙장치의 내구성을 평가하기 위한 낙하시험도 추가로 필
요하다고 덧붙였다대신 기체 중량은 KF-21 대비 약 11% 늘어나고속도는 마하 1.83인 KF-21 대비 마하 1.6으로 낮아질 전망이다날개면적이 넓어지고착륙장치 등이 보강되는 만큼 중량 증가와 속도 감소는 항모 운용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이는 F/A-18 전투기도 마찬가지다육상 기반으로 운용되는 기체보다 함재형 기체가 더 무겁고 속도도 조금 느리다.
 

무장 운용은?
무엇보다 KF-21N이 개발되면 국산 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KF-21이 국산 무장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덕분이다. KAI에 따르면 KF-21에 탑재할 수 있는 무장은 공대공미사일공대지 폭탄공대지미사일 등 총 13종이다.
 
이 가운데 공대지미사일은 장거리공대지미사일(ALCM) 2차 사업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되며향후 국산 극초음속미사일도 개발되면 KF-21에 적용될 전망이다. KAI 관계자는 “KF-X가 국산 플랫폼으로 개발되면서 우리나라는 국산 항공기에 항공무장들을 체계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국내에서 개발된 항공 무장들은 모두 KF-21N에 체계통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KF-21 무장장착 개념도  (일러스트: KAI)



이착함 방식은?
KF-21N 개발이 확정되면 항모 이착함 방식도 변경된다. KF-21N이 F-35B처럼 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STOVL)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우선 착함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중대형 항모에서 사용되는 어레스팅 기어(Arresting gear) 방식이 사용된다갈고리 모양의 어레스팅 후크(Arresting hook)를 비행갑판 위에 가로놓인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에 걸어 착함하는 방식이다.
 
대신 발진은 2가지 방식이 고려된다사출기 발진(Catapult Assisted Take-Off But Arrested Recovery, CATOBAR)과 스키점프식 발진(Short Take-Off But Arrested Recovery, STOBAR)이다우선 사출기 발진은 말 그대로 사출기가 항공기를 급가속시켜 발진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사출기는 20여 톤의 항공기를 2초 만에 시속 약 270km까지 급가속할 수 있다그러나 추가 비용을 들여 사출기를 도입해야 하고항모설계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현재 미국과 프랑스 해군 등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스키점프식 발진은 비행갑판에 경사를 두어 항공기가 단거리로 발진하는 방식이다현대중공업이 경항모 모델로 이미 제안한 바 있다이 방식은 사출기가 별도로 필요 없어 항모 건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항공기가 자체 추력으로 발진해야 하므로 이륙중량을 줄이기 위해 무장 탑재가 제한되는 등의 단점이 있다. KF-21N은 이 두 방식 모두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지만최근 추세는 무장 탑재에 제한이 없고 향후 확장성무인기 운용 확대 등을 고려해 사출기 방식이 선호된다.
 

개발 가능 기간은?
관건 중 하나는 항모 전력화에 맞춰 함재형 개발이 가능한지다이에 대해 KAI는 6.5년이면 함재형 KF-21N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현재 개발기간은 6.5양산기간은 2.5년 정도로전체 사업기간으로 따지면 9.5~10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오는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하는 일정에 충분히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계자는 “KAI는 지금까지 다양한 항공기 개발을 통해 쌓은 개발 노하우와 시험평가운용유지 분야 등에 대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함재기 개발과 항모 건조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함정 건조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형항모 도입, 새로운 복병?
한편, 국산 함재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면서 항모 규모에 대한 재검토도 불가피해졌다. 함재기들이 뜨고 내리는 비행갑판 길이만 보더라도 수직이착륙 기능이 없는 함재 전투기를 운용하려면 약 265m의 길이를 가진 경항모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실 한국형 항모 규모는 앞서 진행된 몇 가지 연구에서 우리나라 안보환경과 국가 지위, 경제적 수준 등을 고려해 4만~6만 톤급이 제시됐다. 그중 하나로 한국해양전략연구소에서 발표된 <국가전력으로서의 항공모함 확보조건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모 확보조건 유형은 국가 지위와 경제 수준, (군사적) 위협 정도, 임무 소요 등이 균형을 이뤄 항모 운용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국가로 평가됐다. 

특히 항모 보유국 사례를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우리나라는 4만~6만 톤급 항모 2~3척이 유효한 전력으로 분석됐다. 대신 항모 건조 속도 조절과 시행착오 최소화, 그리고 상황에 따른 투입 전력을 차별화하기 위해 경항모 1척을 먼저 전력화한 후 중형항모 1척을 건조하는 2척 체제 전력 운용도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항모 (사진: 현대중공업)


또한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에서 내놓은 <국가 역량을 고려한 효율성 기반 한국형 항공모함 규모 최적화 연구>에서도 현 경항모 기준의 한국형 항모의 효율성 점수는 1.062로, 가장 효율적인 점수인 1.0보다 높아 비효율적이고, 규모가 작은 항모인 것으로 분석됐다. 에 따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 규모는 만재배수량 기준 58,308.1톤, 길이 279.4m, 폭 68.3m인 것으로 분석됐다.

항모 규모에 대한 검토 외에도 함재기 이착함 방식도 사출기(CATOBAR) 방식을 적용할 것인지, 스키점프(STOBAR)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특히 연구용역 결과에서 사출기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사출기 도입과 이에 따른 항모 건조 등 큰 규모의 비용 상승이 전망된다.

실제로 사출기의 경우, 최근 추세인 전자식 사출시스템(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 EMALS)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실제 항모에 2세트, 각종 시험 및 훈련용으로 육상에 1세트 등 총 3세트를 도입하는 비용이 약 1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함재 전투기 개발에 관한 쟁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중형항모 건조에 따른 사업비와 사업기간 증가, 기술적 문제 등 경항모 도입 논란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쟁점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과거 주요 획득사업 사례를 봤을 때 논란이 커질수록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사업추진에 대한 정부의 빠른 판단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아직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지난 2월 17일 열린 국회 임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사업 전반에 대해 다시 한번 용역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힌 데 이어 신범철 국방부차관은 “구체적인 방향성은 정하지 않고 있고, 1차 연구가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에 중점을 뒀다면, 2차 연구를 통해 어떤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한 번 더 검토해 보려고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