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함을 잡아라! 해군 슈퍼링스




“Lower Body!”
“Lower Body!”

긴박감이 감도는 해군 슈퍼링스 헬기 조종석. 쉴 새 없이 교신이 오가는 가운데 조종을 맡은 해군 제6항공전단 제62해상작전헬기전대 소속 김정현 소령이 디핑소나(Dipping Sonar) 투하를 알린다. 그러자 수면 위 약 200ft(61m) 상공에서 제자리비행을 하던 슈퍼링스에서 80kg 무게의 디핑소나가 해면을 향해 투하된다. 가상 대잠전 상황을 두고 임무비행에 따라 나선 기자. 실제 슈퍼링스의 대잠임무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본다. 승무원은 총 3명. 2명의 조종사와 1명의 음탐사가 마치 잘 짜진 시나리오처럼 한 치의 틈도 없이 매끄럽게 상황을 이끌어 간다.


슈퍼링스에는 2명의 조종사와 1명의 음탐사 등 총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해 임무를 수행한다. 


대잠작전의 최일선, 슈퍼링스
링스 작전의 백미는 뭐니 해도 대잠전. 그 중에서도 핵심이 바로 디핑소나다. 디핑소나는 말 그대로 소나를 줄에 매달아 바다 속에 담글 수 있도록 한 것. 소위 ‘잠수함 사냥꾼’ 슈퍼링스의 감각기관이다. 현재까지 디핑소나는 잠수함 탐지에 탁월한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적 잠수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에 소나를 투하, 심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수중의 모든 소리를 잡아내기 때문. 특히 온도 변화가 심하거나 난류와 한류가 한 데 뒤섞이는 등 음파탐지 환경이 좋지 않은 수중환경에서는 그 위력이 빛을 발한다.

슈퍼링스가 디핑소나를 내릴 수 있는 수심은 약 300미터. 북한 잠수함을 비롯해 웬만한 잠수함은 탐지할 수 있는 수심이다. 예컨대 북한의 주력 잠수함 전력인 로미오급 잠수함의 경우 작전심도가 약 170m, 상어급이 약 100m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잠수함 승무원들이 디핑소나를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슈퍼링스가 활동하는 지역이라면 언제 어디서 자신의 위치가 노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디핑소나가 투하되면 음탐사와 조종사간의 대화가 주거니 받거니 빠르게 오간다. 이는 소나핑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과정. 즉 소나핑을 위해서는 기체를 최적의 탐지상태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나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이제 음탐사의 몫. 음탐사의 세밀하고 전문적인 분석이 시작된다. 특히 음탐사는 수중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 가운데서 적 잠수함만을 족집게처럼 골라내야 한다. 당연히 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듣기에는 다 같은 소리겠지만, 음탐사는 이를 구별해 내는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로 노하우다. 이런 노하우를 갖추려면 시간과 노력은 필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전문지식을 쌓아야 하는 것은 물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득음(?)을 해야 한다. 음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는 얘기다.

디핑소나 투하 후 수중소음에 집중하던 음탐사가 마침내 적 잠수함을 탐지했다는 사인을 보낸다. 이제 적 잠수함 탐지가 아닌 적 잠수함 무력화에 나설 차례다.

“Raise Body”
“Raise Body”

디핑소나의 인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슈퍼링스는 바다 속에 투하된 디핑소나를 걷어 올리고, 본격적인 공격준비에 들어간다. 물론 대잠수함 작전을 위한 무장은 이미 (가상으로) 장착된 상태다. 현재 슈퍼링스에는 대잠수함 작전을 위해 수중 미사일로 불리는 어뢰가 탑재된다. 장착되는 어뢰의 수는 총 2발. 대잠전용은 아니지만 대함공격용 시스쿠아(Sea Skua) 미사일까지 포함하면 슈퍼링스는 총 6발의 대잠 및 대함용 무장을 장착할 수 있다.


디핑소나를 인양 중인 슈퍼링스. 어뢰 발사는 디핑소나를 걷어 올린 후 기동상태에서 실시된다.


물론 적 잠수함을 탐지했다고 해서 바로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 잠수함의 잠항심도에 맞춰 어뢰의 탐색 심도를 맞춰야 한다. 가령 적 잠수함의 예상 잠항심도가 100m라면 어뢰의 탐색 심도를 50~150m로 설정, 어뢰가 이 심도 내에 탐색되는 잠수함을 공격하도록 한다.

일단 슈퍼링스로부터 발사된 어뢰는 내장된 소나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한다. 탐지에서 공격까지 걸리는 시간은 6분 이내. 약 60km/h에 가까운 속도로 잠수함을 추적하는 만큼 어뢰에 탐지되면 적 잠수함은 사실상 회피할 시간도 거의 없다. 실제로 로미오급 잠수함의 잠항 시 속도는 약 31km/h, 상어급은 17km/h로 알려져 있어 이들 잠수함이 어뢰에 탐지된 이상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슈퍼링스, 대함작전도 치명적
대함공격에서도 슈퍼링스는 강력한 전력이다. 대잠용 무장 외에도 대함 공격용 미사일인 시스쿠아 미사일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쿠아 대함 미사일은 비행 중 자체적으로 평균 해수면을 계산, 해수면으로부터 약 2.5m 상공 위를 유지하며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시스쿠아 미사일 공격을 받는 함정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시스쿠아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약 16km. 16km 이내에 있는 표적이라면 발사 후 약 75초 이내에 적 함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위력이다. 시스쿠아 미사일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가 바로 포클랜드 전쟁이다. 1982년 발발한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 해군 소속의 링스 헬기가 2대가 아르헨티나 정찰함정인 알페레즈 소브랄(Alferez Sobral)에 4발의 시 스쿠아 대함미사일을 발사,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시스쿠아의 위력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슈퍼링스에 시스쿠아 미사일을 장착 중인 무장요원들. 슈퍼링스에는 대잠용 무장인 어뢰를 비롯해 대함용 시스쿠아 미사일, 그리고 K-6 중기관총 등이 장착된다.


전후방이 따로 없는 슈퍼링스
언제 어디서든 신속한 탐색이 가능한 디핑소나와 강력한 어뢰 및 시스쿠아 미사일 등을 갖춘 든든한 슈퍼링스지만, 해상에서의 긴장상태는 여전하다. 다름 아닌 북한의 잠수함 전력 때문이다. 당연히 부대 내 긴장도 늘 팽팽하다. 특히 대잠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슈퍼링스의 신속한 출동은 작전 성패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를 위해 제62전대는 30분 출동대기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즉 비상출격지시가 내려지면 30분 이내로 임무에 따른 무장을 갖추고 이륙해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것을 감안하면 슈퍼링스같은 대잠전력은 곧 전후방 개념이 없이 늘 전시상태에 있다는 얘기다.


삼면이 바다인 것을 감안하면 슈퍼링스같은 대잠전력은 곧 전후방 개념이 없이 늘 전시상태에 있다. 


완벽한 팀워크, 완벽한 임무수행
잠수함 탐지에서 어뢰 발사, 그리고 시스쿠아 미사일 발사까지 긴장감과 함께 일사천리로 진행된 슈퍼링스 작전. 기자의 눈에는 모든 게 생소했지만, 무엇보다 승무원들의 팀워크는 분명 돋보인다. 이에 대해 이날 조종을 맡은 김정현 소령은 ‘링스 패밀리’를 강조한다. 즉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조종사, 조작사, 정비사 등 3개 직별의 담당자들이 마치 한 가족처럼 빈틈없는 팀워크를 맞춘다는 것. 한 마디로 팀워크가 곧 완벽한 임무수행의 핵심이다.


글/ 김재한(jhkim@wasco.co.kr)

※ 위 기사 중 일부 내용은 현재 시점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