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항공단 창설로 비상 준비



전통 지켜온 ‘해병대 항공’
‘항공단’ 창설로 비상 준비


- 해병항공대, 사령부 해체 후 해군에 통합 … 해병대 항공 역사 단절
- 2021년 해병대 항공단 설립 추진 … 독자적 항공전력 확보로 비상 준비



“해병대가 항공전력이 전무한 앉은뱅이 해병대로 전락해 있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크나큰 손실입니다”
 
몇 해 전, 6‧25 전쟁의 영웅이자 우리나라 해병대 역사의 산 증인인 공정식 전 해병대사령관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건넨 말이다. 특히 공 전 사령관은 독자적인 항공전력이 없는 해병대의 현실을 두고, 과거 6·25 전쟁이나 베트남전쟁 당시보다도 못한 상황이라고까지 토로했다. 한 마디로 항공전력 없는 해병대의 처지에 대한 자조 섞인 푸념이었다. 다행히 내년 해병대가 독자적으로 운용할 상륙기동헬기가 전력화되고, 오는 2021년에는 해병대 항공단도 창설된다. 해병대가 접었던 날개를 다시 펴게 된 것이다.

항공대 해체와 재창설
해병대 항공부대가 처음 창설된 때는 1958년 3월 1일. 경기도 파주군 금촌 비행장에서 U-6 다목적 항공기 2대와 O-1 정찰기 6대로 구성된 ‘제1상륙사단 항공관측대’가 창설된 것이 시초다. 
 

해병대 최초의 항공기

U-6
캐나다 드 하빌랜드 항공사가 1952년에 개발한 다목적 항공기로 L-20로도 알려져 있다. 1954년 캐나다로부터 도입해 지휘, 연락, 경화물 수송, 조명탄 투하 및 공정요원 낙하 등 다목적으로 운용했다. 최대이륙중량 2.3t, 최대속도 268km/h, 그리고 항속거리는 약 750km였다. (사진: 해병대)

 

O-1 
미국 세스나 항공사가 1950년 육군 연락기로 개발한 항공기. 6·25 전쟁 당시 전선정찰과 작전연락 임무에 운용했으며, 전후에는 조종사 양성을 위한 비행훈련용으로 운용했다. 최대속도 243km/h, 항속거리는 약 850km였다. (사진: 해병대)
 

항공관측대를 창설한 해병대는 항공인력을 본격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4년 후인 1962년에 항공병과를 신설한 것을 시작으로 1965년 제2여단 항공대, 1969년 헬기교육대 등을 차례로 창설하면서 독자적인 항공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병대로 점차 성장해 갔다.
 
특히 정부의 베트남전 파병 결정에 따라 1965년부터 1971년까지 베트남에 전개해 450여회를 출격하면서 1,537시간의 비행임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항공대는 당시 해병대의 주요 작전이었던 투이호아, 추라이, 다낭 작전 등에 투입돼 탐색 및 정찰, 공대지 공격, 심리전 작전 등의 실전임무를 수행하면서 해병항공대의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해병항공 최초의 조종사(위)와 O-1 항공기에 로켓포를 장착하는 청룡부대원(아래) (사진: 해병대)
 

베트남전에서 성공적인 항공작전을 수행하고 역량을 강화한 해병대는 1971년 7월 1일, 마침내 U-6 4대, OH-23 7대, O-1 12대로 구성된 해병대사령부 항공대를 창설하면서 독자적인 공지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병대로서 면모를 갖춰나갔다. 그러나 1973년 10월, 국군조직법 개정에 따라 해병대사령부가 전격적으로 해체되면서 해병대 소속이던 항공인력 125명과 항공기 23대가 해군항공단에 통합됐다. 그나마 사단 항공대는 해군으로부터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편성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국군 조직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해병대를 해군에 통합시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임무와 편성 등의 차이로 해군‧해병대간 통합 운영에 문제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통합된 지 14년 만인 1987년 11월 1일에 해병대사령부는 재창설됐다. 하지만 당초 해병대 소속이었던 항공기와 항공인력은 해군에 그대로 남겨지면서 통합되기 전 해병대의 면모로 복원되지는 못했다.

다행히 해병대의 독자적 항공작전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지난 2012년 6월, 해병대 항공부대 창설이 결정되고 상륙기동헬기사업도 착수됐다. 이어 2014년 9월에는 해병대 항공병과가 재창설되면서 항공부대 운용에 필요한 기틀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현재 해병대 항공인력도 조종사 40여명, 정비사 30여명으로 늘었고, 특히 지난 2008년에는 해병대 항공부대가 해군으로 통합된 지 35년 만에 해병대 제1호 조종사도 재탄생했다. 이를 발판으로 현재 해병대는 독자적 항공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병대 항공단을 오는 2021년에 창설한다는 목표로 힘을 쏟고 있다.
 

해병대 항공부대 연표
1945년 4월 15일 : 대한민국 해병대 창설
1954년 : 해병대 항공 전문 인력 양성(조종 4명, 정비 4명)
1958년 3월 1일 : 제1해병사단 항공관측대 창설(U-6 2대, O-1 6대)
1962년 : 해병대 항공병과 신설
1963년 3월 18일 : 제1임시여단 항공관측대 창설
1965년 9월 20일 : 제2여단 항공대 창설 / 베트남전 파병
1971년 7월 1일 : 해병대사령부 항공대 창설(U-6 4대, OH-23 7대, O-1 12대)
1973년 10월 10일 : 해병대사령부 해체. 해병대 항공부대 → 해군으로 통합
1978년 : 해병대 항공병과 해체. 항공병력 125명 해군으로 전환
1981년 : 제2해병사단 항공대 창설
1987년 11월 1일 : 해병대사령부 재창설(항공기 및 병과 정원 미 환원)
2008년 12월 28일 : 해병대 항공장교 재탄생
2014년 9월 12일 : 해병대 항공병과 재창설
 


무사고비행 40주년 기록
현재 해병대 항공단 설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최근 1사단 항공대가 의미 있는 기록을 수립했다. 해군에 통합된 이후에도 해병대 항공의 명맥을 유지해 온 1사단 항공대가 지난 3월 1일, 무사고비행 40주년을 수립한 것이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1사단은 1976년 3월 1일부터 40년간 한 건의 비행사고 없이 무사고 운용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 무사고비행 40주년은 해군‧해병대 항공부대 최초의 기록이다. 이번 기록은 지난 2001년 7월, 1만 5천 무사고비행 기록 수립을 시작으로 2011년 3월 무사고비행 35주년 달성, 그리고 지난해 6월, 2만 시간 무사고비행 기록 수립 후 지난 3월 1일을 기점으로 40주년을 달성하게 됐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26일,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진행된 무사고비행 40주년 기념식에서 최창룡 해병대 1사단장은 “40주년 무사고비행은 과거 선배 해병들의 DNA를 이어받은 지휘관, 조종사, 정비사 모두가 일치단결해 이룩해 낸 해병대 항공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일”이라며 “공지기동해병대의 비전이 현실이 되는 그날까지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재혁 해병대 1사단 항공대장도 “해군·해병대 항공대 최초의 무사고 40주년 비행은 해병대 항공병과 선배님들의 고귀한 희생과 노력으로 이룩된 것”이라며 “앞으로 해병대 항공단 창설의 모체부대이자 공지기동해병대의 초석으로서 무사고 안전비행 기록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 해병대 항공단 설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난 3월, 1사단 항공대가 무사고비행 40주년을 수립했다. (사진: 해병대)

 
항공단, 3개 헬기대대로 편성
이처럼 현재 해병대의 독자적 항공부대 운용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이 바로 항공단 창설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항공단 창설은 오는 2021년. 1973년 해군에 통합된 지 48년 만에 독자적인 항공작전이 가능한 항공부대가 부활되는 셈이다.

특히 항공단이 창설되면 해병대 조직도 재편될 전망이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항공단은 창설과 함께 해병대사령부 직속부대로 편성되며, 항공단 예하 부대는 2개의 기동헬기대대와 1개의 공격헬기대대로 구성된 3개 비행대대와 관제대, 정비대로 편성된다. 이 계획대로라면 항공단이 해병 1사단, 2사단 등과 함께 해병기동부대 중 하나로 해병대사령부 직속부대로 편성되는 것. 이는 독자적 항공작전을 수행하는 항공단의 역할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는 2021년 항공단 창설에 맞춰 항공기 도입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상륙기동헬기사업. 소요가 제기된 지 12년 만인 지난 2013년에 개발이 착수된 상륙기동헬기사업은 오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40여대의 상륙기동헬기를 전력화하는 게 목표다.
 
현재 상륙기동헬기 개발은 이미 완료된 상태. 지난해 12월 29일, 수리온 기반의 상륙기동헬기를 성공적으로 개발을 완료했다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밝혔다. KAI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월 1일부터 체계개발을 착수해 지난해 1월 19일 첫 비행에 성공한 후 8개월간의 비행시험을 거쳐 함상 및 해상 환경에서의 운용적합성을 정부로부터 인증 받았다.

특히 개발이 완료된 상륙기동헬기는 해병대의 다양한 임무수행을 위해 첨단장비가 추가되거나 개조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조연료탱크를 추가해 항속거리를 늘인 것. KAI에 따르면 상륙기동헬기에는 육군형 수리온과 달리 2개의 연료탱크가 추가돼 총 6개의 연료탱크가 장착됐으며, 지난해 9월 포항에서 독도까지 왕복 3시간에 걸쳐 총 524km의 비행을 성공한 바 있다. 또한 주로터 블레이드는 함정 적재가 가능하도록 접이장치가 추가됐고, 해상에서 비상착륙 시 조종사와 승무원 탈출시간 확보를 위한 비상부주장치도 추가됐다. 이를 기반으로 해풍, 파고 등 다양한 해상환경 하에 한 달 간 독도함과 향로봉함에서 함상 및 해상 운용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제기는 지난해 1월 19일 첫 비행에 성공한 후 8개월간의 비행시험을 거쳐 함상 및 해상 환경에서의 운용적합성을 정부로부터 인증 받았다. (사진: KAI)
 

상륙기동헬기와 함께 상륙공격헬기 도입도 추진 중이다. 상륙공격헬기는 대공화기 위협에 취약한 상륙기동헬기를 방어할 뿐만 아니라 상륙작전 초기에 적의 증원 차단과 지상전투부대에 화력을 지원할 수 있는 해병대 항공전력의 핵심이다. 특히 제한된 화력으로 적 종심지역까지 밀고 올라가야 하는 해병대로서는 적시적소에 화력을 지원할 수 있는 상륙공격헬기는 믿음직한 방패나 다름없다. 아울러 상륙함들이 목표해안에 도착할 때까지 강력한 무장으로 화력지원도 할 수 있는 전력이 상륙공격헬기다. 해병대는 이러한 상륙공격헬기 도입을 위해 지난 2014년 장기소요에 반영한 데 이어 현재 중기소요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내년 상륙기동헬기 전력화를 시작으로 상륙공격헬기 등이 전력화되면 먼 바다로부터 목표 지역까지 신속하게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지상작전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현재 해병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공지기동해병대’ 실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항공단 창설로 공지기동해병대로 거듭
해병대의 염원만큼이나 항공단의 전평시 임무도 다양하다. 우선 항공단은 전시작전으로 공세적인 공지/공해 전투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항공단은 전시에 크게 4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먼저 공세적 항공지원으로 헬기에 장착된 무장을 이용해 근접항공지원과 항공차단 임무 등을 수행한다. 또한 표적 획득/지시, 공중 전방항공통제, 공중 지휘‧통제, 탐색구조 등의 항공정찰 임무와 항공지시, 공역 관리/통제 등의 항공기 통제 임무, 그리고 공중돌격과 항공의무후송, 공중군수지원, 전장 조명 등의 돌격지원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내년 상륙기동헬기 전력화를 시작으로 상륙공격헬기 등이 전력화되면 현재 해병대가 목표로 하고 있는 ‘공지기동해병대’ 실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물론 항공단은 평시에도 군사적/비군사적 위협과 국제적 안보위협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서북도서를 포함한 국지도발과 북한의 급변사태, 테러 위협 등에 대비한다. 또한 비군사적 위협 대응으로 재해/재난 구호 지원과 밀입국/마약밀매 대비, 그리고 환경오염/전염병 예방을 지원하게 된다. 아울러 국제적 안보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PKO 활동 지원과 국제 테러/해적에 대한 대응, 국민/자산보호, 초국가적 재난/조난 사태에 대한 지원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전‧평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등 공지기동해병대 구축에 핵심인 항공단. 이에 대해 해병대사령부는 “항공전력을 보유한 한국형 공지기동해병대는 군사적/비군사적으로 보다 결정적인 임무에 다양하게 운용될 것”이라며 “국가‧군사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해병대 핵심전력으로 해병대만의 특화된 항공단을 만들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글 : 김재한(jhkim@was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