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H/LAH 사업, 어떻게 추진되나?



1만 파운드급 소형 민수헬기(LCH)와 무장헬기(LAH)를 개발하는 LCH/LAH 사업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월 16일, 공동개발에 참여할 해외체계업체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를 선정하고, 현재 정부와의 협약계약 체결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방위사업청-KAI, 기술협상 타결
방위사업청과 KAI가 진행해 왔던 기술협상도 지난 4월 15일 타결됐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조건 및 가격협상을 마무리하고 5월 중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방사청은 지난해 7월 22일, KAI를 민군 겸용 소형헬기 개발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하고 12월경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8월 이후 국산화율 등 몇 가지 요구사항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방위사업청은 사업 착수시기를 4월로 연기했고 최근까지 23차례에 걸쳐 기술 및 조건협상을 벌여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협상타결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 업체인 KAI와 20여 회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조건 및 기술 관련 사항을 관철했다”며 “앞으로 KAI 측과 추가 협상을 통해 LAH 양산 국산화율 59% 달성과 민군 겸용 구성부품에 대한 정부인증 획득 등의 조건을 체계개발 실행계획에 구체적으로 담아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형헬기 개발은 새로운 도전
현재 KAI-정부간 계약체결을 앞둔 가운데 LCH/LAH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민수헬기와 군수헬기를 연계해 개발하는 것 자체가 국내에서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도 “LCH/LAH 사업은 국가차원에서 항공산업이 신성장동력산업에서 주력산업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만큼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범정부 차원으로 추진된다. 개발예산으로 약 1조 6,3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가운데 우선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국내외 업체 예산을 포함한 9,50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LCH를 개발한다. 이후 LCH를 기반으로 방위사업청이 6,926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2년까지 LAH를 개발한다는 일정이다. 이 가운데 LCH는 국내에서 운용 중인 외국산 헬기를 대체해 응급의료, 해상감시, 승객운송용 등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며, 국내 개발 중인 공대지유도탄과 기총 등이 탑재되는 LAH는 기존 500MD 공격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LCH/LAH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민수헬기와 군수헬기를 연계해 개발하게 된다. 일러스트 / KAI


업체 차원에서도 LCH/LAH 사업은 새로운 도전이다. 이미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개발한 바 있지만, 소형 헬기개발은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다. KAI 관계자는 “LCH/LAH 사업은 기업차원에서도 중형급 기동헬기 수리온에 이어 소형 민/군수헬기로 제품군을 다양화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특히 “(LCH/LAH 개발을 통해) 국내 중소형급 외국산 헬기를 대다수 대체할 뿐만 아니라, 2040년까지 LCH/LAH를 국내외에서 최대 1,000대를 판매, 30년간 후속지원을 하면 약 40조원의 산업파급효과와 16만여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된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업체 차원에서 또 하나 최대 주안점은 기술확보다. 이번 사업에서도 KAI는 수리온 개발에서 확보하지 못한 헬기 핵심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KAI에서 평가하고 있는 핵심기술로는 주로터블레이드와 자동비행조종장치 소프트웨어, 그리고 능동진동제어시스템 등이다. KAI에 따르면 이들 핵심기술들은 해외 체계업체들도 이전을 기피하는 기술들로 LCH 개발 시 핵심기술을 확보한 후 LCH/LAH 양산에 적용하는 등 대체개발과 사업화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게 된다.

에어버스와 또 한 번 호흡 맞춰…
이번 사업을 위해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이어 두 번째 공동개발인 셈. KAI는 지난 3월 16일,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 민군 겸용 소형헬기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서(MOA)를 체결하고, 체계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당초 이 사업에서 해외 협력업체 후보로 H155(전 EC-155 B1)를 제안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 AW169를 제안한 아구스타웨스트랜드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겨뤘으나, 최종업체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선정됐다.

이번 해외업체 선정과정에 대해 KAI 관계자는 “해외 업체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을 확보하라는 정부지침에 따라 KAI 업체선정절차 및 규정에 근거해 소요군을 포함한 정부·학계·산업계의 전문가들로 평가위원을 구성해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특히 선정배경에 대해 “제안서 평가결과에 따라 아구스타웨스트랜드와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를 우선협상업체로 선정했고, 그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개발요건에 가장 근접한 제안을 한 업체인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체계개발이 착수되면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는 50:50 비율로 역할분담을 나눌 계획이다. 특히 이 역할분담은 업체 선정 시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였고, 우선협상업체와의 협상에서도 국내업체와 해외업체간 역할분담을 50:50을 전제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 또한 협상기간 연장도 승인해 주는 등 국내업체의 역할분담을 확대하기 위해 KAI에 힘을 보탰다.

노후기종 개량?
KAI가 해외 공동개발업체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를 선정하면서 양사는 H155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형헬기를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기반 모델이 H155인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H155가 곧 단종될 노후기종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헬리-엑스포에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공개한 H160이 H155의 후속모델로 보도되면서 불똥이 더 커졌다. 즉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H155 노후기종을 한국에 넘기고 신규기종인 H160을 개발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H155 주요 특징 
탑승인원 : 15명 (승무원 2, 탑승객 13)
최대이륙중량 : 4,920kg (10,846lb)
최고속도 : 278km/h
항속거리/시간 : 905km / 4시간 42분
주요임무 : 비즈니스, 해상수송, 치안, 탐색구조, 의무후송 등
판매대수 : 959대 (1975~2010년)

(사진: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이러한 지적에 대해 KAI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KAI 관계자는 “LCH는 5톤급으로 AW169와 경쟁이 될 예정”이라며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발표한 H160은 6톤급 시장진입을 위한 신규 기종”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5톤급인 H155와 7톤급인 H175 기종만 있어 6톤급 시장 진입과 6.5톤급인 AW139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쟁구도에 맞춰 LCH 개발 후 헬기시장 진입도 구상 중이다. KAI 관계자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지금까지 4.5톤급 세계 헬기시장에서 H155를 1천여대 판매한 시장지배력이 있는 업체”라고 평가하면서 “LCH를 통해 사양을 최신화함으로써 동급 헬기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생산과 수출 마케팅 분야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파격적인 제안을 해 최종적으로 H155를 선택했다”며 “3.5톤급에서 H145 기반의 일본 가와사키 BK117, 7톤급에서 H175 기반의 중국 AVIC Z15를 공동개발한 전례보다 진일보한 방법으로 기존 AS365와 EC155 시장을 LCH가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최근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H155의 후속모델인 H160을 새로 공개해 노후기종 선정이라는 논란이 더 커졌다.


국산 소형헬기 경쟁력은?
노후기종 개량이라는 지적에 대해 LCH가 개발됐을 경우 오히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게 KAI의 설명이다. 특히 KAI는 LCH의 경쟁력으로 우선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시장인지도를 꼽았다. 즉 AS365와 EC155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인지도와 기존 시장지배력을 활용한 브랜드 마케팅은 큰 경쟁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도 자사의 타 기종과 경쟁이 되지 않도록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AI는 또 기존의 EC155가 판매된 1천여대의 시장을 잠재시장으로 보고, 최신화된 LCH가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한 번 더 충족시켜 재구매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이 다른 항공선진국과 비교해 품질은 대등하지만, 개발 및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판단하고 있다.   


글/ 김재한(jhkim@was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