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기의 역사(13) 록히드 L-188엘렉트라(Lockheed L-188 Eicetra)

록히드 L-188엘렉트라(Lockheed L-188 Eicetra)
 
빅커스사에서 개발한 바이카운트가 성공함에 따라 터보프롭여객기의 유용성에서 영국은 미국보다 앞서나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바이카운트보다 대형여객기를 개발하고자 하였으며, 록히드사에서 L-188 엘렉트라를 개발하면서 영국을 추격하였다. 우수한 성능으로  많은 항공회사로부터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L-188 엘렉트라는 비극적인 연쇄추락사고로 인하여 판매에 타격을 입었으나, 미 해군의 P-3 오라이언 초계기로 다시 태어나면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록히드사의 첫번째 터보프롭 여객기인 록히드 L-188 엘렉트라(Electra)가 등장한 것은 프로펠러 여객기가 점차 자취를 감추어가는 시기였던 1955년 5월이었다. 이 무렵 영국에서 개발한 터보프롭 여객기인 빅커스 바이카운트(Vickers Viscount)는 미국의 캐피털 항공에서 대규모의 주문을 받은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의 항공기 시장을 지배하였던 록히드와 더글러스사는 보잉사와는 달리 터보프롭엔진을 탑재한 여객기를 개발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글러스사는 미래의 여객기의 탑재 엔진으로는 터보프롭엔진 보다는 제트엔진이 더 유망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터보프롭 여객기의 개발을 포기하였다. 이후 보잉사와 더글러스사는 대륙을 횡단 비행할 수 있는 신형 제트여객기의 분야에 집중하였다. 반면에 록히드사는 지방 공항과 같은 짧은 거리의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단거리 노선용 소형여객기 시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더욱 빠르게, 더욱 크게
당초 록히드사의 설계안은 빅커스 바이카운트와 비슷한 규모인 좌석수 75석에 항속거리가 3,219km인 중형 여객기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공업계의 요구사항은 달랐으며, 가장 유력한 고객 회사인 이스턴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은 고속비행이 가능한 대형 여객기의 개발하도록 록히드사를 재촉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스턴 항공은 좌석수 85~90석, 항속거리 4,023km, 최대순항속도 563km/h의 성능을 요구하였으며, 이는 당초의 설계안보다 훨씬 고속의 여객기였다. 록히드 ‘L-188’은 항공회사의 요구를 반영하여 1954년부터 설계가 시작되었다.
 


록히드사가 제시한 ‘모델 188’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아메리칸 항공은 1955년 6월에 록히드 L-188을 35대 발주하였으며 4개월 후에는 이스턴 항공도 40대를 발주하여 신형 터보프롭 여객기는 세상에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
 
L-188A 시제작 1호기(N1881)은 당초의 개발예정 기간보다 8주가 빠른 1957년 12월 6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하였으며, 다음해인 1958년 8월에는 미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형식증명을 취득하여 1959년 1월부터는 노선취항을 시작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하였다. 엘렉트라는 당시의 최신기술로 개발한 프로펠러를 장착한 여객기로서, 기술적인 면에서는 현대의 미국제 제트여객기와 비교할 때 손색이 없는 수준의 여객기였다. 록히드 L-188 엘렉트라는 인입식 랜딩기어를 갖춘 일반적인 기체구성의 저익 단엽기로서 주익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편이며, 전폭은 보다 소형이며 경량급 여객기인 빅커스 바이카운트보다 크지 않은 편이었다. 표준적인 기내 사양일 경우 좌석수는  66~80석이며, 옵션으로 고밀도 좌석배치를 할 경우 최대 98명까지 탑승이 가능하였다.
 
엔진은 록히드 C-130 허큘리즈(Hercules) 군용 수송기용을 개발한 T56 시리즈의 민간형인 앨리슨(Allison) 501D  터보프롭엔진 4기를 탑재하였다. 앨리슨 501D엔진은 고속순항시의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밀턴 스탠더드(Hamilton Standard) 대형 4엽 프로펠러를 장착하였다. 엘렉트라의 신형 프로펠러는 폭이 넓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겉보기에는 단순하게 보이지만, 종전의 피스톤엔진에 장착된 구형 프로펠러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어 고속순항성능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C-130 수송기에도 사용되는 우수한 프로펠러였다. 한편 엘렉트라의 기체에는 일체성형으로 제작한 주익 외판을 적용하는 등 당시로서는 최신기술을 적극 활용하였으며, 조종시스템은 이중 유압시스템으로 작동되도록 설계하였다.
 
최신기술로 탄생한 엘렉트라의 성능은 매우 우수하여 종전의 피스톤엔진 여객기의 순항속도가 500km/h인 것과 비교할 때, 600km/h를 넘는 속도에서도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하여 단거리 노선에서는 제트여객기의 취항이 연기될 정도로 평가가 높았으며, 종전의 피스톤엔진 여객기보다 1,500m이상 높은 고고도를 비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노선운항에 있어서 엘렉트라의 성능은 초창기의 제트여객기보다 오히려 우수하였는데, 프로펠러의 후류가 주익면을 타고 흘러가면서 파울러 플랩의 전체 면적에 작용하기 때문에 저속에서의 비행과 급각도의 상승이 가능하여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또한 엘렉트라의 연료효율은 터보제트엔진을 탑재한 초창기의 제트여객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였다.
 
엘렉트라는 기본형인 L-188A와 장거리형인 L-188C의 2종류가 제작되었다. L-188C는 L-188A보다 강력한 엔진이 탑재되었으며, 항속거리가 연장되고 이륙중량도 증가한 발달형이다. 엘렉트라는 종전의 피스톤엔진 여객기보다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초창기의 제트여객기가 취항하기 어려운 지방노선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였다. 엘렉트라의 판매성장은 1950년대 미국의 경기후퇴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으나, 1958년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었다.
 
문제의 발생
그러나 1959년 2월에 순조로운 엘렉트라의 노선취항에 타격을 준 큰 문제가 발생하였다. 아메리칸 항공의 엘렉트라가 뉴욕의 라가디어 공항에 착륙하고자 진입하던 중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당시 이 추락사고는 조종사의 실수인 것으로 여겨졌으나, 같은 해 9월에 또다시 심각한 추락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번에는 프라니프 항공의 엘렉트라가 청명한 날씨의 텍사스주 상공에서 비행 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공중분해를 일으키면서 추락하고 말았다. 더구나 두 번째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6개월 후에 또다시 노스웨스트 항공의 엘렉트라가 미네아폴리스에서 마이애미로 비행하던 중 같은 원인으로 공중 분해되면서 추락하였다.
 
미연방항공국은 엘렉트라의 비행을 금지하라는 외부의 압력에 반대하면서 추락사고의 원인을 조사하였으며,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모든 엘렉트라에 대하여 순항속도를 475km/h로 제한하였다. 1960년 3월에 밝혀진 사고의 원인은 터보프롭엔진의 구동에 따라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고유의 진동이 원인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진동이 엔진을 감싸고 있는 나셀에 전달되면서 진동수가 감소하지 않고 느려지면서 증폭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진동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약 30초 만에 주익까지 진동이 전달되어 마치 새가 날개 짓을 하듯이 주익이 상하로 꺾이게 되고 이어서 주익과 동체가 연결된 부분까지 힘이 전달되어 결국 주익이 부러지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고유진동 문제는 종전의 피스톤엔진보다 강력한 출력을 발휘하는 터보프롭엔진을 탑재하면서 기체를 충분히 견고하게 제작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록히드사는 2,500만 달러를 들여 엘렉트라의 주익과 엔진 나셀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계획이 미연방항공국의 승인을 받을 무렵에는 경쟁사인 보잉사의 727 제트여객기가 시장에 등장하였다. 보잉 727 여객기는 운항성능이 매우 우수한 단거리 제트여객기로서, 종전의 제트여객기보다 연료소비효율이 좋아 단거리 지방노선에 취항할 신형 여객기를 고대하던 항공회사에게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으며 크게 성공하였다. 추락사고에 이은 보잉 727의 등장은 록히드사의 여객기 사업에 직접적인 큰 타격을 주었다. 록히드사는 2번의 추락사고로 인하여 승객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 엘렉트라를 1960년 2월 이후 단 한대도 판매하지 못하고, 약 1년 후에는 예상이상의 상황으로 인하여 조기에 생산을 중지하고 말았다. 이러한 타격은 록히드사의 여객기사업에 큰 지장을 초래하여 경쟁사인 보잉사와 더글러스사가 신형 제트여객기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시장의 확보에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이후 L-1011 트라이스타를 마지막으로 민간 여객기 시장에서의 철수라는 고배를 맛보아야 하였다.
 
엘렉트라의 총 생산대수는 L-188A가 116대, L-188C가 54대로서, 대부분은 미국의 항공회사에 판매되었으며 일부는 TAA, 안세트 ANA, KLM,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 칸타스 항공, TEAL(나중에 뉴질랜드 항공으로 개편) 등에도 판매되었다.
 
새로운 용도
생산기간이 비교적 짧았던 엘렉트라는 제트여객기의 운항이 금지된 비행장 및 활주로가 짧은 지방공항에서는 평판이 우수하였다. 록히드사의 설계 미스는 사실 근본적인 면에서 심각한 것은 아니었으며, 기체의 보강작업을 통하여 비교적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많은 항공회사 들은 구형 프로펠러 여객기를 신형 제트여객기로 교체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엘렉트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여 활약하게 되었다.
 
1968년부터 80대 이상의 엘렉트라가 록히드 에어크래프트 서비스사에 의하여 여객기에서 화물기로 내부를 개조되었으며, 동체 측면에 1~2개의 대형 화물 취급용 도어를 설치하였다. 또한 일부의 기체는 여객과 화물을 혼재하도록 좌석을 남겨두는 Combi기체로 개조되었다. 한편 미국에서 운항중인 여객기형 엘렉트라는 중남미 국가의 전세기 운항회사에 매각되고, 또는 산불 진화용 기체로 개조되거나 NASA(미 항공우주국)과 같은 정부기관의 특수용도에 취역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 말의 시점에서 세계 각국에 등록된 엘렉트라는 60여대 정도이며, 그 중에서 40여대는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여객기로서 마지막 운항을 한 엘렉트라는 1999년에 리브 알류션 항공에서 운항을 마치고 퇴역을 하였다. 한편 엘렉트라 화물기와 산불진화 전용기는 미국에서 현재에도 운항 중이며, 아르헨티나 해군에서는 1대의 엘렉트라를 SIGINT(신호정보수집) 전용기로 운용하고 있다.
 
엘렉트라는 판매면에서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저공에서의 우수한 비행성능은 해군기로 이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59년에 L-188A 시제기중에서 3호기를 개조한 YP3V-1 초계기가 미 해군에 인도되어 테스트를 받았다. 이 기체는 P-3 오라이언(Orion)으로 널리 알려진 걸작 ASW(Anti Submarine Warfare : 대잠수함 작전) 초계기 시리즈의 1호기로서 1995년 9월에 한국해군에 마지막 생산기체를 인도할 때까지 전용 생산라인에서 400여대 이상이 생산되어 여객기형인 엘렉트라보다 성공한 기종이 되었다.
 
[제원 : 록히드 L-188A 엘렉트라]
 
형식 : 단/중거리 4발 수송기
전폭 : 30.18m
전장 : 31.85m
전고 : 10.01m
주익 면적 : 120.77㎡
엔진 : 앨리슨 501D-13 또는 501D-13A 터보프롭 엔진(정규출력 3,740마력) ×4
공허중량 : 26,036kg
최대이륙중량 : 51,256kg
최대순항속도 : 652km/h
실용상승한도 : 8,655m
항속거리 : 3,541km

​글/ 이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