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네~! 역전의 용사, 공군 F-4E


사진: Martin Fenner

청주기지의 공군 제17전투비행단(이하 17전비). 우리 공군의 F-4E 전투기가 작전 중인 곳이다. 청주기지와 팬텀, 그리고 17전비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1978년 17전비가 창설된 곳이 이곳 청주기지였고, 1977년 처음 도입되었던 F-4E를 도입하기 위해 창설된 것이 바로 17전비이기 때문이다.

F-4E는 대구에서 인수되었지만 최초의 F-4E 대대인 제152전투비행대대가 1979년 17전비로 예속되었고, 이어 1980년 제153전투비행대대가 예속되면서 17전비는 팬텀의 고향인 청주기지의 터줏대감이 됐다. 제155·156·157전투비행대대를 포함해 무려 5개 비행대대가 17전비 예하에서 F-4E를 운용한 적도 있지만, F-4E 도태와 기종 전환 등의 사유로 타 전투비행단으로 이동하거나 해편돼 152·153대대 2개 대대 체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편대비행중인 F-4E. 청주기지는 한반도의 허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F-4E 특유의 긴 항속거리와 AGM-142의 조합이면 한반도 전역을 타격범위에 둘 수 있다. (사진: 공군)


이와 함께 청주기지는 미래 공군의 핵심기지로 새로운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바로 2017년부터 도입될 차기 전투기인 F-35A가 청주기지의 17전비에서 최초로 운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서 깊은 팬텀의 고향에서 5세대 전투기를 맞는 새로운 미래가 꽃피어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와 미래의 묘한 공존이다. 이처럼 청주기지와 17전비는 앞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현재 운용중인 F-4E의 전력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 2010년 F-4D 퇴역에 이어 2014년 RF-4C가 퇴역하면서 17전비의 F-4E는 우리 공군의 유일한 팬텀으로 남아 일선을 지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2015년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터키, 이란, 그리스, 이집트(퇴역여부 불명) 등 총 6개 국가가 팬텀을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도 팬텀을 운용하는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단순히 예산이 부족하거나 후계기가 없어 장기간 운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여전히 일선을 지킬 수 있는 이유는 지속적인 수명연장과 성능향상을 위한 개량작업을 꾸준히 지속함으로써 현대전에서도 요망하는 작전수행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일제히 훈련비행에 나서는 F-4E. 5개 비행대대를 유지하던 시절에 비하면 전력이 많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F-4E는 여전히 강력한 장거리 타격능력을 갖추고 있어 공군에 소중한 자산이다. (사진: 공군)


F-4E는 우리 공군의 첫 팬텀이었던 F-4D가 1969년에 도입된 이후 8년 후인 1977년 9월 20일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1977~1978년 발주한 2개 대대분의 F-4E와 1985년부터 도입한 미 공군의 잉여분을 합해 총 100여 대, 5개 대대의 전력을 유지하며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영공을 굳건히 지켜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KF-16이 전력화됐음에도 불구하고 F-4E는 쌍발 대형 전투기의 이점을 살려 장거리 대북타격전력으로서의 주도적 위치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오늘날까지 F-4E가 공군의 주요 전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AGM-142 팝아이(Popeye)의 역할이 컸다. AGM-142 팝아이 미사일은 미국 록히드마틴과 이스라엘의 라파엘이 공동개발한 미사일로 2003년 6월부터 제152전투비행대대의 F-4E를 시작으로 통합 및 운용되기 시작했다. 사거리 100㎞급의 팝아이 미사일은 F-15K의 슬램-ER 미사일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우리 공군의 항공 타격자산으로는 유일하게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였다.




(위) 팝아이 미사일은 AN/ASW-55 데이터링크 포드와 한 조가 되어 장착된다. 데이터링크 포드는 AGM-142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유도를 위한 장비다.
(아래) 팝아이로 무장한 2대의 F-4E가 택싱하고 있다.


특히 탄두중량이 340kg에 달해 2m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우수한 관통력을 갖췄다. 슬램-ER의 탄두중량이 230kg인 것을 감안하면 팝아이는 차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로 도입되어 F-15K에 통합될 타우러스(TAURUS) 미사일의 전력화 전까지 가장 강력한 장거리 타격력을 갖추고 있다. 한 마디로 팝아이를 장착하고 이륙하는 F-4E는 지금도 강력한 발톱을 갖춘 살아있는 역전의 용사인 셈이다.


글/ 조문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