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 사업, 현안과 향후 과제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일명 보라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30일, 한민구 국방부장관 주재로 열린 제8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F-X 체계개발사업 우선협상업체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 차례의 입찰 유찰과 대한항공의 입찰 참여로 관심이 집중됐던 체계개발업체 선정이 KAI로 결정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제친 KAI
지난 체계개발업체 선정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것이 바로 KAI와 대한항공의 격돌. 사업공고가 있기 전부터 대한항공의 입찰 참여는 최대 이슈거리였다. 특히 대한항공이 두 번째 입찰에서 에어버스라는 히든카드로 참여하자 여론은 대한항공-에어버스 대 KAI-록히드마틴이라는 팽팽한 경쟁구도로 그려졌다. 심지어 양사의 경쟁에 대해 국내 항공산업을 놓고 벌이는 패권싸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팽팽한 경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KAI가 대한항공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방위사업청의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은 지난 3월 30일 가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 브리핑에서 “100점 만점에서 기술 및 각종 능력평가가 80점이었고, 비용평가가 20점이었다”면서 “큰 틀에서 개발능력, 그 다음에 개발계획,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KAI가 좀 더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정배경을 밝혔다. 특히 “28개 항목을 점수로 합산한 결과, 일반적인 경쟁입찰에서 볼 수 없는 점수 차이가 났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선정에 대해 KAI는 적합한 결과라는 평가다. KAI 관계자는 “연구개발 인력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풍부한 개발인프라와 신규 개발인력 1,000명 채용, 통합개발센터를 착공하는 등 KF-X 개발계획과 능력, 비용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KT-1, T-50, FA-50, 수리온 개발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다수의 국제공동개발 경험과 129대, 32억달러 이상의 항공기를 수출해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방위사업청은 국산전투기 개발이라는 국책사업을 기술과 개발능력에 초점을 두고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블록 1, 2로 구분 개발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개발이 완료되는 KF-X는 블록1, 블록2로 구분돼 개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블록1은 기본적인 공대공 무장과 기본성능을 갖출 예정이고, 블록2는 블록1에 공대지 성능이 추가된다. 이는 타이푼 전투기와 비슷한 개발개념. 타이푼도 초기에는 공대공 능력을 갖춘 트렌치1을 시작으로 확장된 공대공 능력을 갖춘 트렌치2, 그리고 공대지 능력이 추가된 트렌치3으로 성능이 점차 진화하는 개념으로 개발됐다.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은 “공대지 능력까지 다 검증을 끝내고 항공기를 양산하게 되면 양산 시기가 굉장히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전투기는 기본적으로 블록1, 2 개념으로 공대공 능력을 갖춘 기체부터 먼저 생산하는 것이 세계적이고 일반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백 부장은 특히 “(KF-X는) 체계개발기간 중 블록1과 블록2를 모두 개발할 예정”이라고 전제하면서 대신 “블록1에 대한 공대공 기본능력을 검증하고, 이후 블록2에 대한 능력검증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도양산에서 블록1을, 후속양산에서 블록2를 양산할 것”이라고 백 부장은 덧붙였다.


오는 2025년까지 개발이 완료되는 KF-X는 블록1, 블록2로 구분돼 개발될 예정이다. (일러스트: 신지훈)


사업 전담조직도 신설
KF-X 개발에 약 8조 6천억원이라는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사업관리를 위한 전담조직도 신설 및 개편된다. 국방부는 지난 4월 17일, 국방부 공고를 내고 장기 대형국책사업의 안정적 추진과 방산기술 역량 및 방산수출 지원강화를 위해 방위사업청 소요정원을 제․개정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공고에 따르면 장관급 장교를 단장으로 하는 한국형항공기개발사업단과 하부조직으로 보라매국제협력팀, KUH 사업팀, LAH 체계팀을 신설하고,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 체계총괄팀을 보라매체계총괄팀으로 변경, 한국형항공기개발사업단 산하로 옮겼다. 즉 KF-X 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이 보라매국제협력팀과 보라매체계총괄팀으로 새로 구성됐다.

이는 전담조직이 사업단 규모로 구성될 것이라는 당초 방위사업청의 구상과는 다른 결과.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KF-X 사업이 대규모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첨단기술 개발과 적용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이러한 판단에 따라 사업관리를 위한 가칭 보라매사업단이라는 전담조직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70여 명의 국내 전문가로 꾸려질 사업단에는 체계총괄팀, 체계개발팀, 국제협력팀 등 3개 팀과 한·인도네시아 공동사업관리조직,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국방기술품질원 등 정부 부처와 출연연구기관 협력조직, 자문단, 통합기술지원실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과 다른 전담조직 축소라는 의견과 함께 효율성에 기반 한 조직개편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술이전, 넘어야 할 산
체계개발업체 선정으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현안이 바로 핵심기술 이전이다. 현재 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F-X 3차 사업에서 F-35를 도입하는 데 따른 반대급부, 즉 절충교역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이전받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이전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현재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은 “지난 3월 미 정부에 기술지원동의(TAA)를 모두 제출한 상태”라며 “현재 미 정부가 이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우리가 제시한 절충교역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수출승인(EL) 다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일부 부족한 부분이나 수출승인 진행이 어려운 부분은 우리 나름대로의 별도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백 부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 정부가 핵심기술을 이전하는 데 인색했던 전례를 보더라도 이번 기술이전 역시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기술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 방위사업청도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1일,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관계자는 “항공기와 AESA 레이더, EO TGP, RF 재머 등 주요 장비들과의 통합기술이 수출승인 확보 대상 기술”이라며 “다만 미 정부가 수출승인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TAC(해외기술협력업체)와의 별도 하청계약 또는 제3국 TAC의 기술지원 등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KAI 역시 KF-X 개발에 필요한 기술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KAI 관계자는 “그동안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거쳐 경공격기인 FA-50을 개발해 상당 부분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현재 기술수준을 평가했다. 관계자는 대신 “KF-X 사업이 KF-16 성능보다 우위에 있는 4.5세대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인 만큼 최첨단 비행제어, 항전 및 무장계통의 통합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에 정부가 F-X 3차 절충교역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한 “록히드마틴과의 기술지원(인력 파견), 업무 분담 등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의 수출승인이 어렵거나, 기술이전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의 지침에 따라 별도의 확보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장비 국산화 추진
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과 함께 핵심장비에 대한 국산화율도 높일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독자기술 또는 해외 기술협력을 통해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장비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비롯해 임무컴퓨터(MC), 적외선탐색추적(IRST) 장비, 전자광학 타게팅 포드(EO TGP), 그리고 라디오 주파수 교란장비(RF Jammer) 등 전투기에서는 핵심장비로 통하는 장비들이다.

이 가운데 AESA 레이더는 해외 선진업체에서도 개발에 수십 년이 걸렸을 정도로 기술이전을 꺼리는 핵심장비.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에서 개발한 AESA 레이더 안테나를 KF-X에 적용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며 “초기형인 블록1에는 안테나만 적용하고, 개량형인 블록2에는 좀 더 넓은 범위의 부품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방위사업청은 레이더 개발과 관련해 지난 2009년에 레이더 반도체 송수신 모드를 개발했고, 실험실 수준의 소프트웨어 등도 개발을 마친 상태다. 또한 일부 지상용 레이더는 철매2 다기능 레이더 개발과 성능개량 등을 통해 국산화했고, 항공기용도 단계를 밟아가며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AESA 레이더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해 오는 2019년 12월까지 39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KF-X 블록1에 적용될 AESA 레이더의 핵심 구성품인 안테나는 2017년까지, 공대공과 일부 공대지 기술에 대한 개발은 2019년까지 완료된다. 그리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부족한 공대공·공대함 능력 등을 보완, 개발을 완료하면 KF-X와 FA-50 등 국산전투기에 모두 장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엔진 역시 국산화로 명시돼 있다. 물론 100% 국산화라는 의미보다 부분적인 국산화다.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은 “다른 국산항공기들과 마찬가지로 엔진은 100% 국산화가 힘들다”면서 “국산화 폭을 최대한 늘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진은 체계개발을 시작한 후 기본설계와 각 엔진의 성능을 비교해 선정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유로제트와 제너럴일렉트릭이 경쟁 중이다. 이 가운데 유로제트는 타이푼 전투기에 적용된 EJ200 엔진을, 제너럴일렉트릭은 슈퍼호넷에 적용된 F414 엔진을 제안하고 있다.


사업의 변수 인도네시아
공동개발국가로 참여할 예정인 인도네시아와의 업무협력도 이번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간 KFX/IFX 체계개발에 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가운데 KAI가 체계개발 분야에서 인도네시아 업체가 참여 가능한 분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KAI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는 스페인 CASA와 CN-235 수송기를 국제공동개발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한-인니간 방산부문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고, KF-X 사업에도 자국 공군 물량과 개발비 20%를 투자할 예정으로 현재 사업 성공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이전과 관련해 인도네시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미 정부가 이슬람국가에 대해서는 수출승인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이유로 수출승인을 받더라도 한국이 그 기술을 포함한 제품을 제3국, 더구나 이슬람국가에 수출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KF-X의 경우, 인도네시아가 수출국이 아니라 공동개발국가로 참여하기 때문에 수출승인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난 2011년, KAI가 인도네시아에 FA-50을 수출할 당시에도 미 정부는 FA-50의 레이더 운용에 필요한 소스코드에 대해 수출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보라매 공동체계개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사진: 방위사업청)


이 부분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향후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구체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백윤형 항공기사업부장은 “(인도네시아에) T-50i를 수출할 때도 미 정부의 수출승인 문제가 있었지만, 수출승인을 해결하고 항공기를 수출했다”면서 “(KF-X도)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백 부장은 “우리가 이전받는 기술이 기술수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미 정부와 우리의 수출통제정책에 맞춰 적절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선협상업체가 선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업체,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업체간 4자가 같이 모여 여러 가지를 좀 더 확정해 나가고 구체화시킬 계획”이라고 백 부장은 덧붙였다.


KF-X 개발, 국가적 총력 필요
소요가 결정된 지 약 13년 만에 마침내 체계개발이 착수되는 KF-X 사업. 그동안 개발방향을 비롯해 형상, 기술이전 등 많은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그 사이 공군의 전력공백이 현실화된 것은 물론이다. 이는 전투기 개발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KAI 관계자는 “전투기는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무기체계”라고 강조하면서 “개발능력과 경험을 갖춘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일본, 이스라엘, 인도 등 전투기 개발국가 대열에 진입하려는 국가들도 개발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KF-X 개발이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전력화 시기와 성능, 예산 등이 계획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족기술 확보를 통한 개발기간 단축과 정부의 안정적인 예산 지원, 그리고 인도네시아 및 록히드마틴과의 사업체계 구축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많은 전문가들이 전투기 개발을 정부, 소요군, 업체가 결집해야 하는 국가 총력전에 비유하는 이유다.


글/ 김재한(jhkim@was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