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KF-X 사업,
국민들 기대 어긋나지 않게 추진할 것⋯”

 
인터뷰: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인터뷰/ 김재한
 

창군 이래 최대 무기도입사업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지난 2015년 12월 체계개발계약이 체결된 후 약 1년을 맞았다. 한때 기술이전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홍역도 크게 치렀지만, 체계개발이 착수된 후 지금까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모습이다. 그 사이 비어있던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자리도 제 주인을 찾았다. 지난 3월 15일, KF-X 사업을 이끌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으로 정광선 공군 예비역 준장(공사 32기)이 새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부임 전부터 이미 공군의 전력증강사업을 담당하는 공군본부 전력계획처를 거쳐 방위사업청 조기경보통제기사업팀장, 국제계약부장, 그리고 항공기사업부장 등을 역임해 항공기 획득분야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통한다. 또한 전투조종사 출신으로 KF-X 사업에 대한 애착도 누구보다 남다르다. 정 단장은 “공군 조종사로서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가 영공을 지켜야 하는 변화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퇴직 후에도 사업진행사항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기 때문에 체계개발계약이 체결됐을 때는 내 일처럼 너무 기뻤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러나 개발과 양산비용만 20조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막중한 책임은 기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단장은 스스로 이 자리를 선택했다.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전문지식을 모두 쏟아 부어 한국형전투기 개발에 기여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때문이다. 그는 “KF-X 사업을 차질 없이 이끌고 체계기반을 단단히 다져놓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KF-X 사업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각오를 다졌다. 특히 “한국형전투기 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열망이 큰 만큼 철저한 사업관리를 통해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 단장은 강조했다.
 

다음은 정 단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2015년 12월에 체계개발계약이 체결됐다. 이후 주요 경과사항은?
우선 체계개발계약이 체결된 직후인 2016년 1월에 KF-X 개발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체계개발사업 착수회의를 가졌다. 사업 착수회의는 10년 6개월에 걸친 KF-X 체계개발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다. 이 자리에서 개발일정과 국산화율 목표, 사업관리 등 기본적인 사업계획을 공표했다. 이어 3월에는 KF-X 설계단계 진입을 위해 기술적 요구사항을 확정하는 체계요구조건검토(System Requirement Review) 회의도 개최했다. 특히 이 회의는 KF-X 성능과 운용조건 등에 대한 군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적 요구사항으로 적절히 정의됐는지를 검토해 실제 설계절차로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또한 6월부터 기체 형상설계를 위한 풍동시험이 착수된 데 이어, 8월에는 AESA 레이더 개발 및 체계통합사업 착수회의도 열렸다. 이 착수회의를 시작으로 개발주관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시제업체와 산학연 등이 현재 모든 역량을 결집해 국산 AESA 레이더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2월 개최된 체계기능검토(System Functional Review) 회의를 통해 기본설계단계 진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Q. 2016년 성과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을 꼽는다면?
지난 12월 13일부터 15일간 개최된 체계기능검토(SFR) 회의는 2016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체계기능검토회의는 운용자 요구사항과 체계요구조건이 무기체계의 기능으로 체계규격서에 정확하게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회의를 통해 충분한 설계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면 2017년부터 본격적인 KF-X의 기본설계 업무가 진행된다.
 

Q. 기술이전 문제는 여전히 주요 쟁점 중 하나다. 기술이전과 관련해 현재 진행사항은?
지난 2015년 12월 초, 한·미 정부 간 회의에서 미국 측은 KF-X 사업에 대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21개 항목에 대해 포괄적으로 승인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2016년 1월부터 기술이전 수준 범위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록히드마틴 및 미 정부와 협의를 진행해 지난 5월에 기술이전 구체화 1차 후속조치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4월부터는 록히드마틴 기술자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 체계개발현장에 함께 하면서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 등을 지원하고 있는 등 현재 체계개발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향후 개발 진척에 따라 추가로 구체화가 필요한 부분을 식별해 기술이전 협의를 지속해 나갈 생각이다.
 

Q. 현재 상황에서 주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방침 또는 향후 계획은?
우선 T-50, FA-50, KHP 사업을 통해 이미 확보된 기술을 기반으로 공군의 요구성능을 충족하는 전투기를 개발하게 된다. 일부 부족한 기술은 F-35 절충교역을 활용해 미국의 기술을 확보하고, 해외 기술협력과 국내 자체 개발 등을 통해서도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2015년에 이슈가 됐던 AESA 레이더를 포함한 4대 항전장비의 기체통합은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국내 업체가 주관하되, AESA 레이더는 해외업체와 일정부분 기술협력을 할 예정이다.
 

Q. 현재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진행사항과 향후 계획은?
현재 인도네시아는 KF-X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2016년 예산을 확정했고, 중기계획에도 이미 예산을 반영하는 등 적극적으로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2016년 분담금 약 500억원을 KAI에 이미 송금했고, 약 70여명의 개발인력도 이미 입국해 개발에 참여 중이다.


개발참여에 필요한 인도네시아의 수출승인(E/L) 획득을 위해서도 한·미·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KF-X 개발 완료 이후 인도네시아 국내소요 물량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아세안국가들(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미얀마,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 대한 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출물량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Q. 2017년도 주요 사업계획(일정)은?
2017년도 주요 사업계획으로, 우선 1월부터 C107, C108 형상설계가 순차적으로 착수되며, 이어 AESA 레이더 개발 체계기능검토(SRF) 회의(5월)와 1차 점검(2분기)이 있을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 2016년 착수된 1단계 풍동시험에 이어 1월부터는 2단계 풍동시험도 착수돼 오는 2018년 6월까지 실시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착수된 1단계 풍동시험에 이어 1월부터는 2단계 풍동시험도 착수돼 오는 2018년 6월까지 실시될 계획이다. (사진: KAI)


Q.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업계획(일정)은?
풍동시험이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2016년 6월에 시작된 풍동시험은 KF-X 형상과 배치 최적화를 위한 1단계 시험으로 C105와 C106 형상을 개발했다. 2017년에는 2단계 풍동시험을 실시해 C107과 C108 형상을 개발할 예정이다. 풍동시험 결과가 KF-X 형상에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변화가 체계개발 일정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Q. 향후 KF-X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지금 전투기 개발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개발위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한국형전투기사업단은 국산화를 추진 중인 90여개의 개발품목에 대해 위험 발생가능성과 영향성에 따라 위험등급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AESA 레이더 개발을 최우선 관리항목으로 분류해 중간점검 등 주기적으로 개발현황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해 개발일정을 준수할 계획이다. 특히 중간점검 시 국내개발 AESA 레이더의 성능이 목표한 결과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될 경우, 평가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분석결과에 따라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와 민간전문가를 포함하는 국방부 평가위원회와 방위사업청 자문위원회에 수시로 개발과정을 보고해 개발현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함께 전문가 조언을 고려해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Q. 오랜 기간 공군에 몸담았었다. 우리 공군에 KF-X 개발 의미는?
2014년 말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을 끝으로 34년의 군생활을 마무리 했다. 항공기사업부장으로 재직할 때만 해도 KF-X 사업은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단계에 불과했다. 퇴직 후에도 사업 진행사항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기 때문에 2015년 말 체계개발 계약이 체결됐을 때 내 일처럼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공군 조종사로서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가 영공을 지켜야 하는 변화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KT-1, T-50, 그리고 FA-50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 항공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기에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방법으로 해외 전투기를 구매한다면, 향후 수십 년간 공군 전투기 소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번 사업이 우리가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KF-X 개발은 우리의 독자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독자적인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것은 우리 공군의 의도대로 국내에서 개발된 무기체계와 장비를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전투기 성능개량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 항공산업을 활성화시켜 국가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상승시켜 줄 뿐만 아니라, 공군에는 영공방위를 위한 작전 폭을 넓히고 효율적이고 융통성 있는 전력운용을 계획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해외 제작사의 부품생산 중단과 단종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원활한 후속군수지원이 가능해 높은 가동률 유지와 경제적인 전력운용도 가능해진다.
 

Q. KF-X 사업을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향후 사업추진 각오는?
2016년은 체계개발의 시작을 알리는 첫 해였다. 초기설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개발기간과 비용, 장기간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형전투기사업단이 출범된 후 KF-X 체계개발사업 착수회의에서부터 체계요구조건검토(SRR) 회의, 엔진계약, 체계기능검토(SFR) 회의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일들을 모두 예정대로 추진해 안정적인 2017년을 맞이하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형전투기개발단장으로서 국방과학연구소, KAI, 그리고 많은 협력업체 등과 함께 KF-X 사업을 차질 없이 이끌고 체계기반을 단단히 다져놓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앞으로 KT-1, T-50, TA-50, FA-50, 수리온 개발 등을 통해 그동안 축적해온 모든 기술적 역량을 발휘, 경제적·기술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체계개발 주관업체 외에도 국내외 200여개 업체와 협력하고, 80여개의 세부연구과제를 통해서도 산학연과 협력하는 등 국내에서의 모든 역량을 끌어낼 계획이다. 무엇보다 한국형전투기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열망이 큰 만큼 철저한 사업관리를 통해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