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네 줄 견장의 의미



요즘 국내 어느 항공사 내부에서는 객실 사무장에게도 네 줄(Four Stripe)견장을 부여하는 건에 대해 조종사들 사이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 통상적으로 전 세계 항공사들은 기장에게는 네 줄 견장 표식을 부기장 또는 부조종사들에게는 세 줄 견장을 또 모두는 아니지만 훈련 중인 조종사들에게는 두 줄 견장을 제복 또는 견장에 부여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러한 관행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법이나 규정에도 명시되어 있지는 않아 보인다. 단지 항공기를 운항하는 승무원에게 제복을 착용시키다 보니 위계질서를 나타내기 위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여간 어떤 연유로 기장에게는 네 줄, 부기장에게는 세줄을 부여했는지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기장의 네 줄 중 첫째 줄은 전문성(Profession), 둘째 줄은 전문 지식(Knowledge), 셋째 줄은 비행기량(Flight Technic), 그리고 마지막 넷째 줄은 책임(Responsibility)을 나타낸다고 했다. 부 기장은 이 네 줄 중 마지막 줄 즉 책임을 제외한 세 줄이다. 일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객실 사무장이라 해서 네 줄을 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임무의 특성상 위의 네 가지 항목 중 기술 또는 기량이 특별히 요구되는 직책은 아니라 생각된다.

객실 사무장은 항공기 운항 중 안전을 위한 전체적인 지시나 통제는 기장의 지시를 따른다. 그러나 객실 업무에 관해서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객실 사무장 역시 전문성과 지식이 있어야 하고 책임감도 강해야 한다. 그러나 딱히 업무 수행을 위한 기량 또는 기술이 요구되어지는 직종은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이런저런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다른 항공사에서 적용하지 않는 관례를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실 항공기를 운항하는 공동 운명체인 운항 및 객실 승무원에게 제복에 어떤 표식을 부여하던 항공사 자체 판단이겠지만 이왕 표식을 구분해 부여할 때는 국제적인 관례를 존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승객들 역시 네 줄 견장은 기장, 세 줄 견장은 부기장을 나타내는 것임을 모두가 아는데 굳이 객실 사무장에게도 네 줄을 부여해 누가 기장인지 혼선을 줄 필요는 없다. 물론 제복도 다르고 임무하는 장소도 다르지만 헷갈릴 수도 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랜 동안 지켜져 왔던 관례 또는 룰을 특별한 이유 없이 깨트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필자가 민항 비행을 시작한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제복 소매에 줄 표시를 하거나 또는 견장을 착용한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직종이 경찰 또는 군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간혹 극소수의 택시 또는 버스 기사가 한두 줄을 달고 있는 경우는 봤으나 세 줄 또는 네 줄을 단 적은 드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사들도 세 줄, 네 줄을 달기 시작하더니 더 나아가 많은 제복 근무자들이 소매 또는 어깨에 표식을 달기 시작했다.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이야 표식이 어떻든 혼란을 줄 일이 없으니 상관없지만 같은 비행기내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견장의 줄이 나타내는 지휘 계통 또는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줄이 나타내는 상징성을 감안해 보면 무분별하게 단지 줄이 많으면 권위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에서 줄을 덧붙인다는 개념이라면 우스운 꼴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단 이러한 줄의 문제뿐만 아니라 호칭의 문제도 생각해 볼 일이다. 객실장 또는 사무장으로 호칭하면 비하하는 느낌이 들고 캐빈 매니저라 부르면 고상하게 들리는지 잘 모르겠다. 조종사 사회에서도 기장은 기장으로 불리고 부기장은 부기장으로 호칭하는 것이 마땅하다. 호칭에 대한 인플레이션 현상도 이상하게 생각될 뿐이다.

언제부턴가 KTX의 기관사는 언론에 기장으로 소개된다. 반면에 일반 기차는 예전대로 기관사로 불리는 것 같다. 같은 기차를 운항하는 기관사인데 왜 달리 호칭을 사용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호칭이나 표식을 달리한다해서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보다도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것이 모름지기 대우받는 길일 것이다.


글 / 정문교(항공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