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16 개량사업 차질, 미 공군도 책임 있다?


photo : Martin Fenner


-미 추가사업비 요구로 사업 잠정 중단 … 방위사업청, BAE에 차질 책임 물어
-BAE, 미 정부 추가사업비에 불만 … 통합업체 변경 시 법적분쟁 비화 조짐

 
글/ 김재한(jhkim@wasco.co.kr)
 
요즘 공군의 KF-16 성능개량사업이 뜨거운 논란거리다. 미국 측의 추가사업비 요구로 현재 사업이 중단된 데다, 방위사업청과 통합업체 간에도 사업차질 책임을 놓고 법적분쟁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KF-16 성능개량사업은 1조 8천억원을 들여 KF-16 전투기의 노후한 임무컴퓨터와 항전장비, 그리고 레이더 등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 이 사업을 위해 레이더 납품업체는 레이시온이, 전체 통합업체는 BAE 시스템스가 선정됐다. 하지만 최종 계약을 앞두고 BAE가 사업지연 명목으로 3천억원, 미 정부가 리스크관리비용 명목으로 5천억원 등 총 8천억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현재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본지 2014년 11월호 참조).
 

추가사업비에 대한 다른 시각
미국 측의 추가사업비 요구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BAE에 당초 합의한 사업비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을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가격협상이 불발로 끝나면서 현재는 통합업체를 록히드마틴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BAE의 추가사업비 요구가 계약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입찰보증금 몰수와 함께 부정당업체 지정 등 징계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BAE의 사업비 인상 배경이 미 공군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사업관계자는 “BAE가 사업비용으로 3천억원을 추가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 공군이 BAE에 필요 이상의 작업을 추가로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안다”며 사업비가 추가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미 공군을 지목했다. 이는 사업차질의 1차 원인으로 BAE를 지목하고 있는 방위사업청과는 다른 시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추가사업비를 요구했던 BAE가 오히려 추가사업비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관계자는 “현재 BAE는 미 공군이 요구하고 있는 추가 작업에 동의 못하는 눈치”라며 “미 공군이 필요 이상의 추가 작업을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그런 만큼 비용을 추가하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BAE 관계자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용 인상에 관해 한미 정부 간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BAE는 양국 정부에 (가격변동 없는) 고정가격 계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면서 “하지만 한국의 예산 한계와 전반적인 사업비용에 대한 미 정부의 보수적인 자세가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 공군에 불만 토로하는 BAE
BAE도 자사의 의견이 협상에 반영되지 않아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기존 비용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 협상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번 사업이 우리 정부와 미 정부간 협상으로 진행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에서 비롯된 것. FMS 방식에서는 업체가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BAE 측의 불만은 실제로 여러 외신들에서도 보도됐다. 최근 외신보도에서 익명의 한 업계 관계자는 미 공군이 추가적인 시험을 포함해 작업범위를 확대한 부분을 두고 “단호히 의견을 달리하며, 추가비용이 필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회사는 13억 달러라는 당초 가격을 유지할 의사가 있지만, 미 공군이 최대 25%라는 엄청난 작업을 추가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가격이 대폭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BAE는 또 미 공군의 비용추산에 대해서도 동의를 못한다는 입장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BAE가 비용과 일정을 유지하기 위해 걸프스트림 실험기에서 항전장비를 점검하는 것처럼 상용 부문의 활용을 제안했지만, 미 공군의 비용추산에는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 업체도 변경될 수도…
현재 방위사업청이 통합업체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통합업체가 록히드마틴으로 변경되면 레이더 업체도 변경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른 한 사업 관계자는 “현재 록히드마틴이 참여하고 있는 F-16 성능개량사업에는 일종의 패키지처럼 노스롭그루만의 SABR(Scalable Agile Beam Radar)이 납품된다”면서 “그런 만큼 통합업체가 록히드마틴으로 변경되면 레이더 업체도 레이시온에서 노스롭그루만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겉으로는 통합업체만 변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개 업체를 변경하는 셈이다.
만약 방위사업청이 통합업체와 레이더업체까지 변경한다면 사실상 사업을 완전히 뒤엎는 것. 특히 레이시온의 경우 통합업체 변경에 따라 일방적으로 사업진행을 못하게 되는 경우로 향후 국제적인 법적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사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마에 오른 방위사업청
이번 성능개량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방위사업청의 전문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업차질과 관련된 방위사업청의 전문성 문제는 지난 10월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이미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새누리당의원은 “방위사업청이 그냥 싼 값에 계약하고, 안되면 깨버리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군의 전투력이 날로 저하되고 있다”고 질책하면서 책임 있는 사업진행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업관계자도 “개량사업의 경우 원제작사가 아닌 다른 업체가 맡게 되면 리스크 비용이 오르는 것은 기본”이라며 “이를 감수해야 할 방위사업청이 리스크비용에 대해 가볍게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