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끝을 주목하라! 윙렛 전쟁



오늘날 항공기 개발의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연료절감. 조금이라도 더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 항공기 제작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날개 끝 모양을 통한 연료소모 줄이기는 가히 전쟁 수준이다.
 
글 | 홍은선(eshong@wasco.co.kr)
 
윙렛은 사전적 의미로 작은 날개를 뜻한다. 공항에서 여객기를 보면 주날개 끝에 수직방향으로 달려 있는 작은 날개모양의 구조물이 달려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윙렛이다. 이 윙렛은 제작사와 기종에 따라 그 모양새와 크기가 제각각이다. 이는 윙렛이 항공기 제작사들만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우선 윙렛의 역할은 날개 끝에 발생하는 소용돌이 같은 공기흐름, 즉 와류를 줄이는 데 있다. 이 와류는 주날개를 흐르던 공기흐름이 날개 끝에서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하는데, 항공기가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항력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오늘날 항공기 제작사들은 이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줄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항공기에서 와류가 발생하는 모습
 

보편화된 윙렛

윙렛이 처음 개발된 때는 1897년. 영국의 프레드릭 W. 랜체스터가 날개 끝에 수직으로 패널을 세우면 와류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개념을 특허출원했다. 이후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리차드 위드컴이 윙렛을 고안하면서 항공기의 주요 구조물 중 하나가 됐다.
대형 여객기 부문에서는 1985년 10월, 보잉 747-400에 처음으로 적용돼 항속거리와 비행성능이 향상됐다. 특히 윙렛을 장착하면서 이를 장착하지 않은 747-300보다 항속거리가 3.5% 정도 더 늘었다. 이러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항공기 제작사들의 윙렛 적용은 점차 늘었고, 오늘날에는 항공기를 구성하는 보편화된 구조물로 자리 잡았다. 윙렛이 연료효율을 높여주고, 항속거리도 늘여준 것과 함께 항공기를 만드는 제작사들이나, 항공기를 운용하는 항공사들에게 좋은 마케팅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는 독특한 디자인, 뛰어난 성능을 내세우며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 데 윙렛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기종과의 성능을 비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윙렛이다.
실제로 항공기 제작사들은 윙렛으로 연료효율을 3% 또는 5% 향상시켰다며 마치 엄청난 개선이 이뤄진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일반인들에게는 그 수치가 다소 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항공기를 운용하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항공기를 운용할 때 1~2%의 향상은 실제로 수백만 달러의 운용비용 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737-800에 블렌디드 윙렛을 장착해 2011년에 약 139만 달러(약 15억 7천만 원)의 운용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항공기 제작사, 앞 다퉈 윙렛 개발

윙렛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항공기 제작사들도 앞 다퉈 윙렛 개발에 나섰다. 이 가운데 보잉은 2002년 737NG에 처음으로 블렌디드 윙렛(Blended Winglet)을 적용했다. 이 윙렛은 날개 끝에 날카롭게 각진 윙렛 대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큰 특징이다. 명칭도 날개와 윙렛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에서 블렌디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보잉 737NG는 블렌디드 윙렛 덕분에 이륙소음과 탄소배출량을 각각 6.5%, 질소산화물 배출도 8%정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공기역학적으로도 가파르게 이륙을 하게 되는 경우 안정적으로 이륙할 수 있게 해주고, 같은 항속거리를 가더라도 연료탑재량이 적어 항공기 중량에 따라 매겨지는 공항착륙료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에어베를린항공 관계자는 “기존에는 3만 5천 피트에서 4만 1천 피트로 고도를 순차적으로 올렸어야 했는데, 블렌디드 윙렛을 장착한 이후에는 4만 1천 피트로 바로 고도를 올릴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는 트래픽이 복잡한 공항에서 아주 유용하다”고 밝혔다.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의 737-800NG에 장착된 블렌디드 윙렛

에어버스는 1985년 윙팁 펜스(Wing-tip fense)를 A310-300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각 날개 끝에 화살모양으로 장착된 이 윙팁은 공기저항을 낮춰 연료효율을 높이고, 이륙성능도 높여준다. 이러한 윙팁의효과를 체감한 에어버스는 A320계열기를 개발해 2.4m 높이의 윙팁 펜스를 적용한 데 이어 윙팁 펜스와 큰 윙렛을 결합한 윙팁을 A330, A340, A380에도 적용했다.
무엇보다 에어버스의 최근 윙팁 기술이 녹아 있는 것은 샤크렛(Sharklet)이다. 상어지느러미 모양을 한 샤크렛은 경량복합소재로 제작된 블렌디드 윙렛의 일종으로 그 높이는 약 2.4m에 달한다. 에어버스는 샤크렛을 적용해 항속거리를 약 185km 늘이고, 적재능력도 450kg 증가시키는 효과를 봤다. 물론 연료소모도 4%를 줄일 수 있었다. 이 샤크렛이 적용된 A320은 지난 2011년 11월 4시간에 걸친 첫 비행에 성공했으며, 다음해인 2012년 12월에 샤클렛을 장착한 양산형A320이 에어아시아에 인도됐다.
에어버스는 뒤이어 A319와 A321에도 샤크렛을 적용했다. 샤크렛을 장착한 첫 번째 A319는2013년 7월 아메리칸항공에 인도됐고, 2개월 후 A321이 핀에어에 인도됐다. 특히 이후 주문량의 90%가 샤크렛 장착을 요청할 정도로 샤크렛은 전 세계 항공사에 인기 있는 옵션이 됐다.
이 인기를 입증하듯 에어버스의 신형 항공기 A350XWB와 A320neo에는 샤크렛이 기본사양으로 적용됐다. 첫 번째 A350XWB는 지난 12월 22일 발주항공사인 카타르항공에 인도됐고, 한창 비행시험 중에 있는 A320neo는 2015년 4분기에 카타르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다.
 

기능은 같아도 모양은 가지각색

우리에게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윙렛도 있다. 이름도 생소한 스플리트 시미터 윙렛(split scimitar winglet)이 바로 그것. 날개 끝에 아래위로 갈라진 칼처럼 생긴 윙렛이다. 제작사 자료에 따르면 이 윙렛 적용으로 연료효율이 약 5% 향상된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게 흠.
보잉 737의 경우 이 윙렛 장착비용이 약 50만 달러(약 5억 4천만 원)이고, 대형기종은 200만 달러(약 21억 7천만 원)에 달한다. 지난 2014년 2월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이 이 윙렛을 장착한 가운데, 조엘 부스 유나이티드항공 상무이사는 “윙렛 부착 비용이 부담되지만, 2년
이내에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며 이 윙렛의 효율성에 대해 확신했다. 이외에 알래스카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도 이 윙렛을 채택했다.
커다란 고리모양을 한 스피로이드 윙렛(Spiroid winglet)도 있다. 에비에이션파트너가 개발한 이 윙렛은 1993년 걸프스트림Ⅱ 비즈니스 제트기에 장착되어 시험을 진행했다. 지난 2010년에는 팔콘 50에 장착해 비행시험을 한 결과 11%의 항력이 감소됐다.
블렌디드 윙렛에 레이키드윙팁이 결합된 모양을 하고 있는 AT 윙렛(Advanced Technology Winglet)은 기존 윙팁보다 연료효율이 4% 가까이 높아졌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현재 보잉이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는 신형 737MAX에 새로 적용될 계획이다. 보잉 측은 AT 윙렛이 동일 장거리노선에서 5.5%의 연료효율 향상을 보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737에 도입한 스플리트시미터 윙렛


팔콘 50에 장착된 스피로이드윙렛


현재 개발중에 있는 보잉의 신기종 737MAX에 장착되는 AT윙렛
 

윙렛은 만병통치약?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렇게 좋은 기능만 갖춘 윙렛이 모든 항공기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잉의 대표적 기종 중 하나인 보잉 777에는 윙렛이 장착되어 있지 않다. 예컨대 보잉 777-200과 777-300은 윙렛이 장착되지 않은 클린 시트( clean-sheet) 날개다.
여기에는 날개 길이라는 비밀이 숨어 있다. 보잉 777과 같이 날개가 긴 항공기에 윙렛을 장착하게 되면 윙렛이 과도한 진동을 일으킬 수 있고, 날개길이도 추가적으로 더 길어져 공항이용도 제한된다. 그래서 보잉 777에는 가장 안전한 방법인 날개너비를 확장하는 방법을 채택 했다.
대신 후반에 제작된 777-200LR과 777-300ER, 777F에는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이 적용됐다. 레이키드 윙팁은 주날개 끝부분의 후퇴각을 전체 후퇴각보다 더 크게 해 와류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특히 레이키드 윙팁은 수직이 아니기 때문에 윙렛보다 주날개 전체 폭을 넓히는 효과가 더 크다. 이 윙팀의 적용으로 이륙시 활주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되면서 보잉 767-400ER, 747-8, 787-8, 787-9에도 적용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윙렛의 역기능도 지적하고 있다. 작지 않은 구조물이 추가되는 만큼 항공기 중량이 늘어나고, 날개의 견고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구조물이 추가되면서 제작방법과 정비도 더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윙렛 가격도 만만치 않아 무작정 좋다고 갖다 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료절감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은 항공기 제작사들 사이에서 윙렛은 연료절감을 위한 중요한 구조물이며, 경쟁사 항공기보다 단 1%라도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개발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