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P-3CK 동승해 보니…

해군 P-3CK 동승해 보니…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 가운데 북한의 도발이 가장 우려되는 곳 중 하나가 해상. 그런 만큼 해군의 대비태세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해군이 보유한 최신예 해상초계기 P-3CK. 우리 해역의 최전선에서 영해를 수호하고 있는 P-3CK에 본지가 동승했다.

취재 ㅣ 조문곤(jomoongon@gmail.com)

 
P-3CK, P-3C보다 한 수 위
사실 P-3CK는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큰 항공기다. 이는 기반이 되는 록히드 L-188 여객기가 현역시절 100인승 여객기로 초기형 보잉 737에 필적하는 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해상초계기의 성능과 전투력은 항공기보다 탑재되는 장비에 좌우되므로 넉넉한 기체 크기는 기체의 성능과 향후 개량의 여지를 볼 때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장시간 초계를 위한 큰 연료탑재량은 기본이고, 많은 음향·비음향 장비와 레이더, 다량의 소노부이와 적 잠수함이나 함정을 공격하기 위한 대함미사일·어뢰 등 다양한 무장을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많은 장비와 무장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어야 하고, 작업량이 크게 증가하는 유사시에는 훨씬 많은 승무원이 탑승해야만 한다. P-3이 해상초계기로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넉넉한 기체 사이즈를 바탕으로 최신예 탐지장비 탑재 등 지속적인 추가개량에 힘입은 바가 크다.
탑승구는 좌측 주익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기체에 탑승하기 전 P-3CK의 외부에 장착되어 있는 장비들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해상의 함정, 수중의 잠수함 등 다양한 적을 추적·탐지하기 위한 각종 안테나들이 동체 하면에 잔뜩 설치되어 있었고, 안테나의 위치나 장비들의 형상들이 P-3C와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P-3C와 P-3CK의 차이는 미미하나 실제 작전에 투입되면 큰 차이로 나타난다.
P-3CK의 후미 쪽으로 이동해서 바라보니 길게 뻗어있는 MAD(Magnetic Anomaly Detector)가 가장 눈에 띈다. 금속으로 제작되는 잠수함은 함체의 자장으로 지구의 정상적인 자장을 왜곡하는 현상을 일으키는데 MAD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수중의 적 잠수함을 식별하고 위치를 파악하는 장비다. P-3CK의 MAD는 기존 P-3C와 달리 디지털 방식으로 탐지되는 잠수함의 항적과 위치에 대한 임무기록 저장이 가능하다.
 

P-3CK의 후미에는 대표적인 잠수한 탐지장비인 MAD가 길게 뻗어있다. MAD는 기내의 전자장비들이 자기에 영향을 받지 않게 후미 뒤쪽에 장착되어 있는데 이는 세계 대부분의 대잠기들이 채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P-3CK의 주익에는 총 6개의 무장장착대가 마련되어 있다. 양쪽 각각 2개는 주익에, 나머지 2개는 동체와 인접한 주익 뿌리 양쪽에 위치한다. P-3CK가 탑재하는 AGM-84 하푼 공대함 미사일은 최신형인 블록 II 사양으로, 대지공격도 가능해 적 해안포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에 대한 사정권 밖 타격이 가능하다.

 

기내 후미 쪽에는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P-3CK에는 임무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10~11명이 탑승하며 유사시에는 최대 21명 탑승한다. P-3CK 승무원의 기본 구성은 11명으로, 조종사 2명(AP/ACP)과 엔진계통을 전담하는 기관조작사(FE)가 조종석에 탑승하게 되며 동체에는 항법통신관(NAV/COM), 음향/비음향조작사(SS-1~3) 4명, 무장조작사(IFO) 및 전자조작사(IFT)가 탑승한다. 그리고 이들의 전반적인 작전수행은 전술통제관(TACCO)이 통제하게 된다.
 
영해수호작전 카운트다운
이륙 30분 전, P-3CK의 전 승무원이 소노부이 투하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였다. 조종사가 비행경로와 대략적인 작전지역에 대해 브리핑을 한 뒤 전술통제관이 각 승무원들로부터 임무 백브리핑을 받으며 승무원 각각의 임무와 기체상태 등 비행계획을 전반적으로 확인했다. 비행경로는 포항 앞바다를 이륙해 울릉도와 독도에 이르는 해역을 탐색하고 복귀하는 것으로 약 2시간 30분간의 비교적 짧은 작전이었다.
기자가 동승했던 초계작전의 이륙시간은 오후 oo:oo 였는데 P-3CK의 작전시각으로는 이례적이다. 보통 주간에 실시되는 해상초계 및 대잠작전은 링스 헬기가 주로 맡고, P-3CK의 작전비행의 대부분은 잠수함 침투가 가장 용이한 시간대, 즉 자정을 기해 시작되거나 새벽 6시를 전후로 시작된다. 이처럼 작전시간이 새벽시간대에 몰려있다 보니 승무원들의 일과는 낮과 밤이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P-3CK 승무원들의 임무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악천후와 해풍이 심한 동계의 야간비행은 피로를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게다가 해군의 P-3 전력이 16대에 불과하다 보니 이들은 1주일에 평균 5회 이상 초계비행에 투입되는 빽빽한 스케줄을 견뎌내고 있다.
 
동해를 손금 보듯 탐색
P-3CK의 임무는 동해의 독도-남해의 이어도-서해의 백령도를 잇는 한반도 전 해역에 대한 실시간 감시를 제공하는 것이다. 16대의 P-3C/P-3CK로 남한 면적의 3배가 넘는 동·서·남해 30만㎢의 영해를 지켜야 한다. 특히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서해 NLL(북방한계선) 부근의 초계임무가 강화됐다. P-3CK는 전·평시 해상초계, 조기경보 및 정보수집은 물론 대잠전, 대수상함전 등을 수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임무는 P-3C와 동일하지만 P-3CK는 표적 탐지·식별능력이 5배 이상 향상됐다. 음향장비의 수신기 능력은 P-3C의 16채널 대비 2배인 32채널로 확대됐고, 음향기록 또한 P-3C의 2시간에서 4배가 확대된 8시간까지 기록이 가능하다.
해역에 들어서게 되면 전술통제·항법통신·음향조작·전자조작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해상탐색이 시작된다. 조종사들도 계기비행에서 시계비행으로 전환해 수상의 물체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다. 특히 P-3CK는 기존 P-3C의 AN/APS-137 ISAR 레이더 대신 신형 EL/M-2022A를 장착해 보다 해상도 높은 영상 이미지획득이 가능해졌고 탐지능력이 크게 강화됐다. 이와 함께 EL/M-2022A 레이더는 P-3CK가 기수 아래쪽에 장착하고 있는 전자광학 및 적외선 터렛과 연동이 가능하다. 기존 P-3C에도 적용되어 있는 적외선 영상모드에 더하여 P-3CK의 전자광학 및 적외선 터렛에는 레이저로 표적을 주사, 반사시키는 미약한 빛을 감지해 탐색하는 저촉광모드, 그리고 TV 화면처럼 광학카메라를 이용해 표적을 탐색하는 전자광학모드가 추가되어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방식으로 탐지가 가능한 P-3CK는 비음향탐색을 주로 레이더와 적외선에만 의존하는 P-3C 대비 우수한 탐지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기수 레이돔 아래쪽에 돌출된 전자광학 및 적외선 터렛이 보인다.
 

얼핏 보기에 P-3CK는 단독으로 해상초계임무를 수행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해군의 입체적인 해상작전 수단의 하나로 작전에 나서고 있다. 함정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잠수함이다.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서 움직이는 잠수함은 사실상 음향에 의한 탐지가 유일한 탐지수단이다. 그러나 현대 잠수함들은 첨단 기술에 힘입어 점점 더 조용해지고 있어 탐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대잠 탐지보다 더 우수한 대함 탐지능력을 갖고 있어 함정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대잠작전을 위해 해군은 해상초계기, 대잠헬기, 잠수함 등 다양한 대잠전력을 입체적으로 운용해 상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P-3CK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해군전술정보체계(Korean Naval Tactical Data System, KNTDS) 때문이다. KNTDS를 통해 P-3CK는 인근 해상에서 작전 중인 우리 해군의 군함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렇게 공유된 정보는 함대사령부에서 합참 지휘통제실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물론 P-3C 또한 KNTDS와 정보를 공유할 수는 있지만 P-3CK는 보다 많은 데이터를 수용하고 처리하기 위해 임무컴퓨터의 CPU가 P-3C의 3개에서 8개로 확대됐으며 처리속도도 무려 10배가량 빨라졌다.
 

P-3CK 기내 승무원들이 각자의 임무수행에 집중하고 있다. 각 승무원들이 조작하고 있는 P-3CK의 최신예 탐색장비들에 대한 촬영은 보안상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킬러본능의 시작, 소노부이 투하
비행 도중 수중에서 특이신호가 포착됐다. 전술통제관은 표적 예상 위치를 산출해 무장조작사에게 소노부이 투하를 지시했다. 무장조작사는 수동 소노부이 3발을 거치대에서 꺼내 소노부이 투하대에 장전하고 투하지시를 기다렸다.
P-3C가 이륙 전 최대 48발의 소노부이를 동체하부에 탑재하는 것과는 달리 P-3B를 기반으로 한 P-3CK는 외부 소노부이 장착대가 없다. 이에 P-3CK는 기내에 최대 84발까지 장착이 가능한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다. P-3CK의 소노부이 투하대는 총 9개의 투하구가 모여 있으며 이 중 8개는 압력을 이용해 투하하는 방식(Pressurized Sonobuoy Launch Tube, PSLT)이고, 투하대 바로 앞쪽에 자유낙하식 투하대 1개가 추가로 마련되어 있다. 전술통제관의 판단에 따라 소노부이의 종류를 선택하면 무장조작사 의해 소노부이 투하대를 통해 투하하는 방식이다.
 

소노부이가 장전된 소노부이 투하대. 좌우측 소노부이 2발이 투하된 상태다.
 
P-3CK가 소노부이 투하 및 탐색을 위해 고도를 급격히 낮추자 동체 곳곳을 망치로 내려치듯 기체가 매우 심하게 요동쳤다. 탐색 간 P-3CK는 주간의 경우 최저 200피트(60m), 야간의 경우 300피트(90m)까지 고도를 낮추고 시속 380km 전후의 저속으로 비행한다. 조종사에게는 조종하기에 매우 어렵고 위험한 고도다.
 
“퍽!”
눈 깜짝할 사이에 투하대에 있던 소노부이가 바다로 사라졌다. 소노부이가 빠져나간 투하대 구멍 밖으로 동해의 파란 수면이 눈에 들어온다.

“자기탐지장비(MAD) 탐색!”
 
곧이어 수동형 소노부이가 수중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음향조작사들이 이를 청취하며 잠수함 등에서 발생하는 이상신호를 가려낸다. 이와 함께 MAD를 통해 적 잠수함에 의해 흐트러지는 자장을 식별해 내 추적한다. 승무원들의 모니터에 소노부이를 통해 들어오는 음향신호와 자장 등 각종 정보들이 표시됐다. 수 분간의 탐지에도 특이 청취사항이나 이상자장이 없는 것으로 판별되자 P-3CK는 고도를 회복했다. 요동치던 기체도 다시금 안정을 되찾았다.
 
영해 수호현장에서 마주한 독도
독도에 근접하고 있다는 안내에 따라 조종석 쪽으로 이동했다. 기내와 조종석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P-3CK의 내부무장창 바로 위쪽이다. 이 때문에 통로 바닥면에는 내부무장창을 기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개폐식 창이 마련되어 있다. 유사시에 적 잠수함이 탐지됐다면 내부무장창에서 어뢰가 발사되어 잠수함을 물기둥과 함께 수장시켜버렸을 것이다.


P-3CK에는 무장창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볼록렌즈가 설치되어 있다.

 
기내를 지나 조종석으로 돌아오니 저 멀리 작은 섬이 보였다. 다름 아닌 독도였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마주하던 독도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독도가 가까워질수록 기자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진정 우리 영토, 우리 영해를 지키는 조국수호현장의 한 가운데에 서있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조종사에게는 거의 매일 마주하다시피 하는 독도였겠지만, 독도를 마주하는 순간에는 동승한 기자든, 조종사든 독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독도를 마주하는 순간. 일본의 악의적인 영토분쟁에 몸살을 앓고 있는 독도를 우리 해군의 초계기를 타고 바라봤을 때 느껴진 감동은 글로 다 묘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울릉도를 지나 포항으로 귀환하는 길은 매우 짧게 느껴졌다. 기체가 “덜컹!” 하는가 싶더니 P-3CK는 어느새 6전단 활주로에 내려 있었다. 임무를 마친 P-3CK는 주기장으로 바로 향하지 않고 양쪽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세척장에 멈춰 섰다. 해상임무로 인해 기체 곳곳에 묻어있는 염분을 씻어내기 위한 것이다. 세척 후 물로 적셔진 창밖으로 주기장이 보였다. 2시간 반의 짧은 작전이었지만 P-3CK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순간까지도 조국 영해수호현장의 한 가운데를 비행한 여운이 가시질 않았다. 처음 탑승할 때 커다란 덩치로만 여겨졌던 P-3CK의 모습이 그 어떤 항공기보다도 듬직하게 느껴졌다.
 

세척장에서 P-3CK가 기체표면에 묻은 염분을 씻어내고 있다. 작전에서 귀환하는 모든 P-3가 거치는 일종의 절차다.
 
여전히 부족한 해군 해상초계기전력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을 계기로 P-3CK의 전력화가 앞당겨지는 등 대잠전을 수행하는 해상초계기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게 높아졌다. 여기서 ‘천안함 폭침사건 이전에 P-3C의 개량이나 해상초계기 추가도입 등이 진행되어 해상초계능력을 높여 놨더라면 천안함 폭침사건을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을 해보게 된다. 현재의 P-3C 8대를 P-3CK로 개량하는 사업이 완료되어 2018년까지 P-3CK 16대를 보유하게 된다 하더라도 남한 넓이의 3배가 넘는 면적의 작전해역을 상시 감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전력이다. 이미 일본이 90여대의 P-3C를 보유하고 지난 3월부터는 독자개발한 차기 해상초계기 P-1의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초라한 전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해상초계기 추가도입 사업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동승취재에 함께했던 P-3CK 승무원들. 살인적인 비행스케줄과 힘든 임무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한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