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저비용항공사 기장 부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 항공사로 이직률 늘어
요즘 들어 중국 항공사들의 한국인 기장 모시기 경쟁이 도를 넘어 스카우트 전쟁에까지 다다른 느낌이 든다. 불과 2, 3년 전만해도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외국인 기장을 채용을 진행했던 전례와는 다르게 이제는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등 외국인 기장 채용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인 기장의 채용은 중국 항공사들에 타 국적 기장 채용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중국과 유사한 문화를 가진 한국인 기장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 높은 임무 수행능력 등은 중국 항공사들이 한국인 기장 스카우트에 열중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본다.

과히 요즘과 같은 기장 스카우트 열풍은 한국의 민항기 기장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겠지만 소속 조종사들을 빼앗기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한마디로 죽을 맛일 것이다. 신입 부조종사로 채용해 수년간 지식과 기량을 향상시켜 기장으로 키워놨더니 불과 1,2년 만에 외국 항공사로 이직해버리는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니 그 심정이 매우 착잡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내 항공사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이 취할 수 있는 마땅한 대응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기장들의 외국 항공사로의 전직 희망 사유에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우선 거론되는 이유는 현격한 급여차이일 것이다. 중국 항공사마다 급여가 달라 일률적으로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만약 어느 기장이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해 전직을 생각한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을 정도의 격차가 있다. 더군다나 40대 중반 나이의 기장이라면 중국에 거주하며 자녀 유학까지 시킬 수 있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로 유추 가능한 전직 사유로는 국내 항공사들의 그다지 선진적이지 못한 조종사 관리 방법이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많은 수의 전직을 희망하는 기장들이 현재 그들이 근무하고 있는 항공사들의 전근대적인 조종사 관리 방법에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음을 토로했고 또한 전직의 목적이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님을 강변했다. 특히 아직까지도 우리 민간 조종사들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파벌 문화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에 따른 상대적인 소외감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국내 항공사들은 이웃의 거대한 항공대국을 곁에 둔 죄로 경쟁력 있는 자사 기장들을 속절없이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직하는 기장 수만큼 적시에 신규 기장이 양성될 수만 있다면 그래도 버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더군다나 일부 저비용항공사는 근무 정년에 다다른 기장들의 숫자가 기장 전체의 과반을 훌쩍 넘고 있어 만약 이 분들이 대체 방안이 없는 가운데 퇴직시점에 다다르면 일부 운항편을 줄여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예상된다. 따라서 운항 승무원의 심각한 유출과 외국 대형 저가 항공사들의 한국 취항 붐으로 말미암아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해야
사실 항공 정책 당국이 국내 저비용 항공사 육성 및 지원 대책에 따라 전용터미널 확보, 항공유가 인하 등 저비용항공사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으나 정작 항공사 운영에 핵심 인력인 기장의 적정 인력 확보는 대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재 일부 저비용 항공사는 항공기 추가 도입을 이미 진행하고 있었으나 기장 수급 부족으로 줄줄이 도입을 연기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저비용항공사 성공의 열쇠는 보유대수 즉 규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 적시에 항공기 도입을 못한다면 외국 항공사에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급박한 기장 수급의 문제점을 항공정책 당국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듣노라면 과연 당국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시작하려는 부조종사 양성훈련학원이라던가 대만 및 홍콩 경력 부기장의 국내 취업 제한 등 일련의 조치 또는 정책은 저비용항공사 육성 및 지원 대책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대표적인 탁상 행정의 표본이다. 법을 바꿔서라도 지원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관료들의 업무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제 및 처벌에만 능숙한 자세로 업무를 수행하는 느낌이다.

이미 수요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업용 조종사가 양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공사가 별도의 비행 교육원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공항공사 본연의 업무 내에서 효율적인 저비용항공사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비행교육원 운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기장 부족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우선 우리나라 기장들의 해외 유출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 할 것인가와 그래도 부족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 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기장 유출 최소화를 위한 최상의 방안은 해외 항공사와의 급여 격차를 줄이는 방법인데 이는 가장 쉽고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급여 격차가 워낙 커 현실적으로 이행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 조종사들과의 신뢰구축을 통해 점진적으로 급여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출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노력의 일환으로 항공사들은 조종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조종사와 회사 간 신뢰를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수의 조종사들이 근무하는 직장의 분위기가 경제적 보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겨 항공사 경영진들은 근무 환경개선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조종사들이 소속된 각 항공사의 운항본부 책임자들이 어떤 자세로 부서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기장 유출의 최소화를 위한 또 다른 키를 쥐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직접적인 경제적 보상이 힘들다면 그 이외의 복지 분야를 개선하여 근무 사기를 올릴 수도 있다.

저비용항공사들 입장에서는 어떤 방법을 취하던 현재와 같은 기장 유출이 중국항공사가 외국인 기장 채용을 중단하지 않는 한 계속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정책 당국의 적극적 지원 아래 다양한 인력 수급 자구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우리 저비용항공사들도 외국인을 채용하면 될 것 아닌가 하고 반문 할 수도 있겠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우선 외국인 기장 채용 시 총 비용이 내국인 기장 채용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소요되고 그나마 외국인 기장들이 대형 항공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모집에 애로가 많다. 또한 설령 채용한다 해도 내국인 기장과의 급여 격차에 따른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된다.

내국인 부기장들의 승급을 통한 기장 부족 사태 해결 방안도 좋은 방안이나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설립 역사가 짧은 관계로 기장 승급 대상자가 많지 않아 항공기 추가 도입에 따른 기장 수급이 제 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양대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기장 승급이 가능한 부조종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이들이 저비용항공사로 전직하기에는 훈련비용 보전 등의 문제로 아주 저조한 상황이라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그나마 저비용으로 외국인 경력 부기장을 기장으로 채용할 경우 내국인 조종사들과의 급여 격차 없이 훌륭한 인력확보가 가능해 일부 저비용항공사에서 채용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고 있어 다수의 항공사가 추가 모집을 원하고 있으나, 정책 당국의 제동으로 모집 계획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당국이 저비용항공사 육성 및 지원에 최선을 다하려는 진실 된 마음이 있다면 우선 그들의 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 말로만 육성 및 지원이나 탁상 행정이 아닌 현실 행정으로 사고의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극소수의 관료에 의해 항공정책이 좌지우지되어 항공사들에게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게 되서는 안 된다.

글 / 정문교(항공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