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산업의 현재와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드론 산업의 현재와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 드론기술, 개방형 소스 등 확대 … 업체별 기술 차별화 약화 
◈ 다양한 오픈 소스·플랫폼 일반화 … 미 나사, 공군 등도 활용



드론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탑승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유인항공기에 비해 형태가 보다 다양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민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드론은 멀티콥터 형태가 일반적이다.

멀티콥터 구조는 기존 항공기에 비해 매우 단순하다. 모터와 팬이 일체형으로 돼 있어 동력전달 구조가 단순할 뿐만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멀티콥터들은 팬들이 대칭 형태로 배치돼 제어도 훨씬 용이하다. 즉, 제작상의 기술적 난이도가 기존 항공기에 비해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정익 드론이나 하이브리드 형태의 콥터플레인(Copterplane)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유인항공기에 비해서는 설계의 난이도가 비교되지 않는다. 

자율비행기술, 개방형·저가 상용제품 확대 
무인드론의 임무상 중요한 것이 자율비행이다. 이 기술은 2000년대 초반까지도 기체에 탑재된 FCC(Flight Control Computer), INS(Inertial Navigation System) 등 항법과 관련한 센서, 통신장비, 오토파일럿(Autopilot) 소프트웨어(SW) 등이 조합돼야 하는 매우 난이도 높은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개방형 또는 저가의 상용 시스템들이 등장함으로써 드론 제작업체로서의 기술 차별화가 어렵게 됐다(여기서 모터, 배터리, 연료전지 기술들은 항공우주산업과 직접 관련성이 낮으므로 논외로 한다). 원천기술보다는 하드웨어(HW) 생산기술이 강한 중국의 DJI가 이미 세계 민간 드론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즉, 민간 드론 시장에서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른 국내의 인건비로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인건비와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군이나 민의 특수한 수요를 중국에서 제작된 드론들이 충족시킬 수 없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들은 고가의 제작비용을 감수하고라도 국내 드론 제작업체로부터 발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은 차치하고라도 성능상의 우위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진 : DJI

자체 시스템 개발,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
2023년 2월 현재, 수십 개의 드론 관련 협회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명목상의 드론 제작업체들도 수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 등의 국가에서 부품들을 수입하거나 완제품을 직수입해 도장만 바꿔 국산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제어와 관련해서는 공공라이센스(Public License)인 아듀파일럿(Ardupilot)의 미션플래너(Mission Planner)나 PX4의 QGC(QgroundControl) SW를 PC에 설치해 GCS(Ground Control Station)로 연동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 : Ardupilot '아듀파일럿의 미션플래너'

FCC는 이들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개방형 설계도로 제작하거나 상용제품을 구매해 활용한다. 일부 고집스러운 드론 제작업체들은 여전히 자체개발 FCC와 오토파일럿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나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개방형 커뮤니티에는 전 세계 수천, 수만의 개발자들이 뒷받침하고 있고, 국내 중소기업이나 설혹 대기업이라 해도 소수의 개발자들만이 내부적으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 SW 측면을 살펴보자. GCS, UTM(UAS Traffic Management), 매핑(Mapping), 비전(Vision), 시뮬레이션 등으로 대별될 수 있는데 전문적인 영역이니 기술적으로 더 깊게는 들어가지 않겠다. 오토파일럿 또는 자율주행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오픈소스 아듀파일럿 커뮤니티는 오픈소스 로봇공학 시뮬레이터 가제보(Gazebo)와도 연결되고, 오픈 GIS 플랫폼인 세슘(Cesium) 세계와도 호환된다. 게임엔진인 유니티3D(Unity3D)나 언리얼(UnReal)은 물론 매스웍스(Mathworks)의 매트랩(Matlab), 시뮬링크(Simulink)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C++, 자바(Java) 등 무수한 컴퓨터 언어들로 만들어진 함수들도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깃허브(Github)에는 매력적인 드론 관련 리소스들이 이미 많이 저장돼 있다. 요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인공지능(AI)도 오픈소스가 일반적이고, 드론 SW와 접목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간다. 


사진 : Github '가제보 드론 시뮬레이터'

오픈 소스·플랫폼 적극 활용 필요
여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드론 관련 SW를 새로 개발하려고 시도하기 전에 오픈소스, 오픈플랫폼을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픈소스와 오픈플랫폼을 활용하는 실제 사례로 필자가 대표로 있는 모델심의 경우,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드론조종자자격취득용부터 탐색구조, 농약살포, UTM 등 다양한 교육용 시뮬레이터들과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다수의 드론과 지적재산권 저촉 없이 호환될 수 있는 4D GCS SW들을 오픈소스, 오픈플랫폼, 상용 게임엔진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필요한 요소들을 추가해 효과적으로 드론 SW들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들의 경우 보안이나 지적재산권을 이유로 오픈소스, 오픈플랫폼 사용을 꺼리는 경우를 간혹 마주치곤 하는데 필자는 이들에게도 오픈소스, 오픈플랫폼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 그 이유는 적어도 드론 분야에서 5년 이상 아듀파일럿 계통의 오픈소스들과 세슘 오픈플랫폼을 직접 사용해본 경험에서, 그리고 10년 이상 이 계통의 사업자들을 관찰해 본 간접 경험에서 최소치의 신뢰성은 검증됐다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공군연구소에서도 이러한 환경들을 연구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음이 더욱 신뢰를 갖게 한다. 문제는 지적재산권 문제다. 오픈소스, 오픈플랫폼을 통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속히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성과를 얻었다면 절감된 비용을 이를 해결하는 노력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완성도에서 충분하지 못할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어차피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글/ 윤석준
(모델심 대표, 전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