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전운항을 최고의 원칙으로 -제주항공 전영조 운항본부장 인터뷰



지난 2005년 설립된 국내 최대의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Q400 1대로 시작해 현재는 17대의 보잉 737-800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렴한 운임과 다양한 노선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26년간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로 현재 제주항공의 운항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전영조 운항본부장을 만나 운항승무원 채용과 교육,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홍 은선(eshong@wasco.co.kr)
 
 

Q 제주항공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저비용항공사 1세대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잘 알다시피 제주항공의 모기업은 애경그룹이다. 다른 저비용항공사들의 모기업이 대형항공사인 것에 비해 항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애경그룹이 낯선 항공산업에 뛰어들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하나하나 직접 경험하면서 성장해왔다. 그 결과 국내에서 규모가 제일 크고 또 취항 기간이 가장 오래 된 저비용항공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현재 제주항공 운항본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운항본부의 총 인원은 243명으로 그 중 기장이 110명이고 나머지가 부기장으로 반반이라고 보면 된다. 항공기 1대를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운항승무원이 총 12명이다. 17대의 기체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약 200여명의 운항승무원이 필요한데 우리 제주항공은 현재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에는 대형항공사에서 정년을 마치고 오신 기장님들이 많다. 60세 정년을 마치고 이직한 기장님들과 30대의 신입 부기장들, 그리고 제주항공에서 경력을 쌓아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기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도 우리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항공사다보니 제주항공에서 부기장으로 입사해 기장이 된 승무원도 많다.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급하는 데 최저 4년 정도가 소요된다.
 

Q 최근 대구-베이징, 인천-하노이 등 신규 노선 취항이 활발하다. 특히 베이징 노선은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취항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베이징 노선 같은 경우 그간 대형항공사들이 독점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수요가 많은 노선인 만큼 선두주자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알짜배기 노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여행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또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려는 젊은 여행객들이 늘면서 저비용항공사를 선호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어 취항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차피 저비용항공사들은 단일통로기를 운용하고 있어 운항할 수 있는 지역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새로운 노선을 개발하고, 또 승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운항 편수 증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인천-하노이 노선에 취항해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Q 기체도 계속해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보잉 737-800 17대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중 4대를 더 도입해 총 21대를 맞출 예정이다. 앞으로도 연 평균 4대 정도씩 꾸준히 항공기를 도입해 규모를 키워갈 계획이다. 대형기 도입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Q 기체도입에 따라 조종사 수도 더 늘려야 하지 않는가?

물론이다. 과거에는 비정기적으로 채용을 해왔는데 현재는 1년에 4번, 분기마다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부기장을 선발해야 일정 기간 경과 후에 기장 승급이 이뤄지고 기장과 부기장의 비율을 균형 있게 맞출 수 있다. 채용과정은 1차 서류심사를 통해 자격과 신원조회 등을 해서 먼저 추려내고, 필기테스트와 시뮬레이터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후 실무면접을 거치게 되고, 인적성검사와 임원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된다. 이 채용과정은 약 3개월
정도 소요된다. 제주항공은 현제 17대의 보잉 737-800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4대를 추가도입할 예정이다.
 

Q 운항본부장으로서 부기장 선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성이다. 인성이 바르지 않은 사람들은 문제를 일으킨다. 외고집이어서는 안 된다. 지상에서 판단력이 100이라면 하늘에서는 70 정도 밖에 발휘되지 않는다. 함께 비행하는 두 승무원이 의견을 조율해서 100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를 배려하지 않거나 자기
의견만을 고집하면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강인한 성격보다 동료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인성과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함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원자가 250~300시간의 비행시간을 보유하고 있고, 기본적인 요건들을 갖추고 지원하기 때문에 실력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강인한 성격보다 동료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첫인상도 중요하다. 눈빛만 봐도 안다. 70~80%는 맞추는 편이다. 특히 시뮬레이터를 두 번 정도 타는 것을 보면 감으로 아는 부분들이 있다. 이론과 실제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기장으로서의 오랜 경험을 통해 보면 소질은 한 눈에 알 수 있다.
매번 채용을 진행할 때 보면 다양한 유형의 지원자들이 있다. 군 조종사, 울진비행교육원, 사설학원,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온 케이스 등등. 그러나 특별히 선호하는 유형은 없는 편이다. 지원자의 전체적인 부분을 보게 되지, 군 출신이라던가, 특정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더 선호하고 그런 것은 없다. 군에서 조종을 했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비행시간이 많은 것일 뿐 민항기 조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경험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입사하면 어차피 새롭게 교육을 받는 것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Q 최근에 치러진 채용은 어땠는가?

지난해 말에 채용을 진행해서 20여 명을 선발해 현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생을 한 번에 다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차수별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 채용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을 했고 이 중에서 20여 명 정도가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경쟁률이 약 12:1 이었다.
 

Q 선발된 부기장 훈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지난해까지는 제주항공 자체적으로 전체 교육을 진행하다가 올해부터 한국항공대학교에 위탁해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기초적 교육훈련은 한국항공대에서 진행하고, 전문적인 교육은 회사에서 진행한다. 객실승무원도 자체적으로 교육하고 있는데 현재 장안대학교와 MOU를 체결해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에서 장비를 장안대학교에 제공해 교육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위탁교육을 실시했는데 자체 교육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최적의 훈련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1기 훈련을 마쳤는데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며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Q 제주항공 운항본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40년간 비행을 하면서 생과 사를 오가는 위험한 순간들도 있었다. 나 하나가 아니라 수백 명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바로 운항승무원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100시간이 기준이라면 단 1분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여객기는 우리 국민이 타는 운송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사람들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항공법을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머리보다 두 사람의 소통이 낫다. 일방적인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지시가 되어버린다. 알다시피 조종사들 사이에 상하관계가 뚜렷한 것이 사실이다. 충고를 할 때에는 겸허히 수용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기장도 기장에게 건의하거나 직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최종 판단은 기장이 하기 때문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기장이 행여 할 수 있는 실수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Q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은?

운항승무원들은 스케줄에 따라 출근을 하는,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이다. 규칙적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료의식이나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 분기마다 한 번씩 운항승무원 전체 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전달사항이 바로바로 전달될 수 있
도록 네트워크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항공관련 새로운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운항승무원들에게 바로 공유한다. 모바일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비행으로 해외에 체류 중일 때도 소식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0대 기장과 30대 부기장이 편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하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최대한 자주 만나고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보를 공유하고, 배움을 주고받으며, 개인의 삶을 나누면서 관계를 두텁게 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 정비본부를 방문해 송편을 함께 나누는 행사를 진행했다. 본사 일반직 직원과 객실승무원들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송편을 전달하고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Q 운항승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운항을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경력이 오래되고 경험이 많은 조종사라 할지라도 은연중에 잊어버리기 쉽다. 몇 십 년간 비행한 기장들도 수시로 점검 받고 시험을 치른다. 자신의 감과 기술만으로 운항을 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매뉴얼을 공부해야하고 또 새로운 지식을 쌓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기계라는 것이 늘 완벽할 수 없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에 대처하는 민첩성을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Q 저비용항공사의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금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이 많이 성장했고 이용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인식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대형항공사를 선호하는 분위기이고 저비용항공사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항공기는 국제법에 따라 관리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비용이 저비용인 것이지 안전도 저비용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대형항공사에서 오랜 비행경험을 쌓은 베테랑 조종사들이 운항을 하고 있고, 기체의 기령도 평균보다 훨씬 젊다.
이러한 인식을 조금씩 변화시키며 국내 저비용항공사 시장이 더욱 탄탄해지는 데 일조하고 싶다. 제주항공에 있어 지난 10년은 체계를 안정화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성장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기존 대형항공사가 주로 운항하는 노선에 저비용항공사들도 적극적으로 취항해 저비용항공사의 이점을 가지고 승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