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 미 공군 훈련기로 선정될까?



훈련기 시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미 공군의 T-X 사업이 가시화됐다. 미 국방예산 압력으로 오랜 기간 지연돼 온 가운데 최근 미 공군이 요구성능을 공개한 데 이어, 내년 입찰공고와 2017년 최종기종 선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350대 이상의 소요를 놓고 세계 항공기 제작사들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특히 사업 주최인 미 공군, 최소 350대 이상의 소요, 그리고 산업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T-X 사업은 국내 항공산업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업이다.

미국 내 최대 1천대 소요
우리가 T-X 사업에 주목해야 하는 배경은 T-X 사업이 가지는 잠재력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T-X 사업은 미 공군이 노후한 T-38 고등훈련기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예상되는 소요가 350대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약 10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훈련기 사업이다. 특히 미 공군은 고등훈련기 도입과 별도로 향후 레이더, 데이터링크, 무장용 하드포인드, 재밍포드 등이 장착되는 레드 에어(red air), 즉 가상적기도 추가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T-X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이러한 미 공군의 가상적기를 비롯해 미 해군 및 해병대 훈련기, 대형항공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추가사업 등 미국 내에서 총 1천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미국 외에 다른 국가들에 대한 수출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미 공군이 T-X 훈련기로 5세대 전투기인 F-22와 F-35 조종사에게 고급기량을 교육시킬 만큼 F-35를 도입하는 국가들에 대한 수출이 유리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향후 세계 훈련기 시장도 T-X 기종으로 재편돼 T-X 사업을 수주한 기종이 향후 훈련기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T-X 사업은 훈련기 시장에서 노다지인 셈이다.

KAI 입장에서도 이번 T-X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KAI 관계자는 “세계 최강의 항공 선진국인 미국에 한국의 T-50이 수출될 경우, 항공산업의 무역역조 현상 개선은 물론, 항공기의 본 고장인 미국도 인정한 세계적인 고등훈련기로 거듭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시장에 1,000대를 수출할 경우 총 사업 규모가 약 38조원으로, 31조원의 산업파급효과와 17만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고 관계자는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외 제3국에서도 추가 주문이 쇄도할 것으로 기대돼 고등훈련기 시장의 베스트셀러 기종으로의 등극은 물론, 세계 훈련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가격경쟁력이 관건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으로 지난 3월, 미 공군이 T-X 기종에 대한 대략적인 요구성능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이번 공개는 미 공군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T-X 요구성능에 대해 업체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것으로, 내년 공개될 제안요구서(RFP)를 미리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공군이 공개한 주요 요구성능을 보면 ▲마하 0.9 이하, 연료 50%에서 12.5도/초 이상의 지속 선회율 ▲마하 0.9 이하, 연료 80%, 고도 1만5천피트에서 지속가능 G 최소 6.5G 이상 ▲마하 0.9 이하, 연료 50%, 고도 1만5천피트에서 순간선회 G 최소 8G 이상 ▲같은 조건에서 순간선회율 최소 18도/초 이상 ▲받음각 최소 20도 이상 ▲상황인식표시기, 무장시뮬레이터 등 공대공/공대지 훈련성 ▲데이터링크 등이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고에너지 고성능 항공기, 높은 사양의 지상훈련시스템, 최신 운항시스템 충족, 그리고 낮은 운용유지비 등이 이번에 공개된 요구성능의 큰 특징”이라고 평가하면서 “T-50은 현재 형상으로도 고에너지 고성능을 요구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T-X 사업에서는 낮은 운용유지비가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사진: USAF


그러나 이번 사업에서는 낮은 비용이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미 공군성의 획득차관보인 드와이어 데니스 소장은 “미 공군지휘부가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 중 가장 큰 것이 비용, 특히 수명주기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에 따르면 T-X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도 이미 낮은 비용을 요구했고, 업계도 개발 및 조달 가격을 억제하는 데 더 중점을 뒀다. 더욱이 최근 미 국방예산 압력으로 미 공군이 무기체계에 대한 운용비용 억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비용부분은 더욱 중요한 평가항목이 될 전망이다. KAI 관계자도 “경쟁에 참여할 신규 기체들이 요구성능을 모두 충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T-X 사업에서 최대 관건은 가격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KAI/록히드마틴도 이러한 경쟁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T-50의 최대 강점은 현재 미 공군의 요구도를 충족하는 유일한 실증된 항공기”라며 “한국 공군의 T-50 운용실적과 훈련기로서 운용효과를 한국 정부와 공군의 지원을 받아 미 공군에 최대한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타 경쟁기종보다 짧은 기간 내에 신뢰도가 높은 T-X 기종을 개발하고 정부, 한국 공군, 록히드마틴, 그리고 협력업체들과 협력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관계자는 강조했다.


KAI/록히드마틴은 이번 T-X 사업에서 T-50의 운용효과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사진 : 공군



한편, 미 공군은 T-38을 T-X로 교체하면 연간 운용비용을 약 1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훈련기 성능이 향상되면서 지금까지 조종사 기량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했던 F-16 및 F-15 운용소요가 줄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이러한 후속훈련 소요가 줄면 연간 1억 6천만~2억 8천만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F-16, F-15, F-35 전투기들이 훈련용으로 운용되겠지만, 현재보다는 보다 높은 기량의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미 공군의 전망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내년 입찰공고를 앞두고 내로라하는 업체들간의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업체들간 컨소시엄이 해체되거나 새로 만들어지는 등 수주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 2월, 노스롭 그루만이 BAE 시스템스와의 호크 개조형 제안을 중단하면서 자회사인 스케일드 컴포지트을 통해 신규 기체 개발로 선회했고, 3월에는 알레니아 아에르마키와 M-346 파생형을 제안했던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사업에서 철수했다.

경쟁기종도 더 늘었다. 몇 해 전만해도 T-X 사업에 거론되던 기종은 T-50, M-346, 그리고 호크 등 3개 기종이 전부였다. 하지만 현재는 이들 3개 기종 외에도 보잉/사브와 노스롭 그루만이 신규 기체 개발을 선언했고, 텍스트론 에어랜드가 스콜피온 개량형으로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신규 기체 개발을 선언한 보잉/사브와 노스롭 그루만은 예산 제약으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임에도 오히려 신규 기체 개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텍스트론 에어랜드가 개발한 스콜피온 개량형도 T-X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Textron AirLand


경쟁기종이 많아진 것과 함께 탈락이 점쳐지는 후보기종도 거론되고 있다. 바로 호크와 M-346이다. 외신에 따르면 호크는 높은 하중과 고받음각 기동, 그리고 높은 선회율과 선회반경으로 기동하는 능력이 부족해 임무에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스롭 그루만이 호크 제안을 중단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너럴 다이나믹스도 마찬가지다. M-346을 제안을 포기하고 사업에 철수한 배경을 놓고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M-346의 성능이 미 공군의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성능과 별도로 M-346이 러시아의 Yak-130 훈련기와 뿌리가 같은 기체인 것도 선정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상황이지만, 보잉/사브와 노스롭 그루만이 신규 기체 개발을 준비 중이어서 향후 경쟁 판도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항공기 제작에 노련한 이들 업체들의 신규 기체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향후 경쟁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현재 록히드마틴과 T-50을 제안하고 있는 KAI도 이런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KAI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미 공군의 요구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했을 것”이라며 “대신 신규 항공기를 개발하려면 많은 비용과 일정, 개발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T-50은 현재 형상으로도 미 공군의 요구도를 대부분 충족하고 있고, 타 신규 기체 개발보다 쉽고, 짧은 기간 내에 T-X를 개발할 수 있어 유리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서는 록히드마틴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올해 초 록히드마틴이 T-50 외에 신규 기체 제안도 검토했다고 밝혀 국내에 파장을 일으켰지만, T-50을 제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글/ 김재한(jhkim@was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