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생기는 항공운항학과의 두 얼굴, 두고만 볼 것인가?



학생 유치와 홍보에만 치중한 대학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민간 조종사 양성을 위해 항공 운항학과 학부과정을 진행하던 곳이 한국항공대학교와 한서대학교 두 개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대학교를 포함해 모두 아홉 군데에 이르고 있다. 더군다나 일부 지방 대학의 추가 설립 움직임까지 고려한다면 곧 열 개 이상의 대학교 또는 전문대에서 운항학과를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사립대에서 새로운 학부를 개설하는 것이야 학교 당국의 판단이지만 과연 우리나라의 민항시장의 발전 전망에 따른 민항 조종사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고 또 그에 따른 양질의 조종사 양성을 목표로 운항학과를 개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 대학 입장에서야 조종사 양성학과라는 특수학과를 개설해 타 대학과의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방 대학의 네임 밸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학과를 개설할 수 있겠으나 과연 배출된 졸업생들의 취업을 비롯한 진로 분석을 제대로 한 뒤 개설하는지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또한 일반 학부 보다 월등히 높은 등록금을 학생이 감당해야 하는데 학교 당국은 그저 학생들 모집만 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 당국이 졸업생들의 취업을 책임져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향후 진로 분석을 통해 취업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학부를 개설해 그에 맞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요즘 회자되는 산학협력을 실천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비록 학부를 졸업하고 관련 자격증을 소지했다 해도 제한된 민간 항공 인력 시장의 규모나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항공사에 부조종사로 취업하기란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원자 넘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그나마 저비용항공사의 출현으로 신규 부조종사 수요가 확대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공급이 훨씬 초과된 상황으로 해마다 입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3년 전만해도 경쟁률이 10대 1정도였으나 지금은 최소 20대 1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글을 보면 혹자는 다른 대기업 입사 전쟁을 비교하려 들 것이다. 하기야 기타 대기업들의 취업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기업 경쟁률과 부조종사로 항공사에 입사하려는 지원자의 경쟁률을 동일선상에서 비교를 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지금 항공사에 부조종사로 입사지원을 하려는 사람들은 오직 민항 조종사가 되겠다는 신념하나로 지난 몇 년간 시간과 정열과 엄청난 비용을 모두 바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학부 졸업생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른 과목을 전공한 졸업생들은 본인의 주 전공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으나 항공운항학을 전공한 예비 조종사들은 민항 조종사가 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항공사에 부조종사로 입사하지 않는 한 그들에게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등의 소위 전문직 자격을 소지한 사람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각종 형태의 일반 회사 또는 개인 사업으로 진로를 정할 수 있겠으나 조종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민간 항공사에 취업하는 길 이외엔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항공산업이 발달한 선진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항공사 이외의 일반 항공 분야가 극히 취약해 자격증 소지 조종사들을 흡수할 여건이 못 된다. 또한 사업용 조종사 자격을 비롯한 관련 면장을 소지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부조종사 요원들의 해외 취업 기회가 각국의 자국 인력 보호 정책으로 봉쇄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취업만이 유일한 기회가 되기 때문에 적절한 인력 수급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더군다나 각 대학의 운항학과 이외에도 울진 등의 전문 비행교육원, 사설 교육원, 해외 유학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경로의 조종사 기본 자격 취득자들을 포함하면 연간 그 수가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민항 비행 경력이 없는 조종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사실상 해외 항공사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국내 항공사 취업 대책이 없는 가운데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운항학과를 개설하는 것이 자제되거나 또는 당국에 의해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1년 내외의 단기 비행교육 과정을 거쳐 조종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과 4년의 정규 과정을 거친 사람 간에는 확실한 배움의 깊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현실적으로 운항학과 졸업생들에게 취업의 우선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쏟아져 나올 예정인 운항학과 졸업생들의 진로가 심히 걱정된다. 신규 학과 개설 요건이 어떠한지는 잘 알 수 없으나 학생들의 향후 진로를 고려치 않은 무차별적인 학과 개설은 궁극적으로 백수의 양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관계 당국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사설 비행교육원 또는 전문 비행교육원의 신규 설립 역시 이미 포화 상태에 있으므로 자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민항 조종사가 되려는 사람들 역시 조종사 자격 취득이 문제가 아니라 취득 이후 민간 항공사에 취업을 못하면 그야말로 택시 운전 면허증보다도 값어치 없는 자격증이 될 수도 있음을 알고 도전해야 할 것이다. 대학 당국 역시 향후 취업 전망을 면밀히 검토해 학과 개설에 신중을 기해야만 학교의 이미지도 제고되고 졸업생들에게 보다 많은 취업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정문교(항공컨설턴트)
 

원탁의기사 2015-06-11 14:06:10 0

그래도 도전할 시람들은 도전할 것입니다!!

월항 2015-06-11 17:08:10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