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로 진화하는 공대지무기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로 진화하는 공대지무기

 
대기를 가르고 날아 들어가 표적에 불벼락을 안기는 각종 공대지무기들. 항공전력을 현대전의 핵심으로 주저 없이 꼽는 데는 이러한 치명적인 공대지무기 덕분이 크다. 최근 공대지무기의 역할이 점차 커지면서 더 멀리 날고, 더 정밀해진 공대지무기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글/ 김재한 

 
공대지무기의 치명성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1991년에 발발한 걸프전이다. 미군 전투기가 발사한 무기들이 이라크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생생한 장면들이 전 세계 TV를 통해 퍼지면서, 사람들은 TV 속 생소한 장면들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특히 전투기에서 발사된 무기들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표적으로 접근하는 장면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 마디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처음으로 대면한 것이다.

 
현대전의 상징 공대지무기
이처럼 공대지무기들은 사람들의 뇌리에 ‘현대전’의 구체화된 특징을 보여줬다. 특히 공대지 무기가 족집게처럼 지상표적을 파괴하는 장면은 오늘날 현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물론 지금도 공대지무기는 전 세계 군사분쟁에서 주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까지 전 세계 분쟁지역에 대한 뉴스를 보더라도 대부분 항공기들의 공습 소식들이다. 이는 공대지 무기들이 여전히 공대공 무기보다 많이 사용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03~2014 글로벌 공중발사무기 획득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체 공중발사 무기 매출인 30억 달러 중 공대지 무기 매출이 약 80%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처럼 오늘날 전장환경이 이처럼 공대지 임무에 집중되면서 이미 다양한 공대지 무기가 사용되고 있고, 성능도 더욱 향상되고 있다.
 

원거리 타격 증가 추세
현재 다양한 공대지무기가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추세 중 하나가 사거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위협지역 밖에서 무기를 발사하기 때문에 그만큼 항공기의 생존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무기가 현재 공군의 F-15K 전투기도 운용하고 있는 사거리 약 280km인 보잉 AGM-84H/K SLAM-ER(Standoff Land Attack Missile-Expanded Response)이다. 지난 2000년부터 실전배치된 SLAM-ER은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처음 사용됐고, 우리 공군에는 지난 2006년에 처음 도입됐다. 개선된 재밍 대응 위성항법 수신기와 자동표적인식(ATR) 기능이 적용돼 3m 이내의 오차로 1.2m의 철근 콘크리트를 뚫고 공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공군은 지난 2006년에 F-15K 무장용으로 사거리 270km인 슬램-ER을 도입했다. 


우리 공군이 전력화를 앞두고 있는 타우러스 시스템의 KEPD 350 타우러스(TAURUS)도 대표적 원거리 공대지무기다. 특히 사거리가 약 500km에 달하는 타우러스는 원거리 작전에 유리하며, 종심이 긴 전장에서 운용성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관통력도 뛰어나 지하의 견고한 표적을 비롯해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 등 지하 군사시설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미 공군을 비롯해 호주, 핀란드, 폴란드 공군 등이 운용 중인 록히드마틴의 AGM-158 JASSM(Joint Air to Surface Standoff Missile)도 주요 원거리 공대지 무기로 손꼽힌다. 지난 2009년부터 실전배치된 JASSM은 사거리가 약 370km. SLAM-ER보다 약 100km가 더 길고, 스텔스 형상도 갖춰 레이더탐지면적(RCS)이 다른 공대지 무기보다 낮은 것이 특징이다. 현재 B-1B, B-2, B-52 등 폭격기를 비롯해 F-16, F-15, F/A-18 등 전투기 등도 운용할 수 있으며, 향후 F-35도 운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 공군은 사거리를 약 1,000km까지 늘인 AGM-158B JASSM-ER(Extended Range)을 개발해 2014년부터 실전배치했다.


미 공군은 사거리를 기존 370km에서 1,000km까지 늘인 AGM-158B JASSM-ER을 개발해 2014년부터 실전배치했다. (사진: USAF)


한때 공군도 JASSM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2003년부터 장거리 공대지 무기 도입을 추진한 공군은 당초 JASSM을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미국의 수출 불허와 개발지연, 그리고 가격상승 등으로 결국 타우러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2013년 말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콩스버그의 JSM(Joint Strike Missile)도 주목받고 있는 원거리 공대지 무기다. 제작사에 따르면 F-35에 장착될 무기 가운데 유일하게 내부장착이 가능한 JSM은 사거리가 약 278km. 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이용한 초정밀 유도와 최종단계에서의 영상 적외선 탐지기를 이용해 오차가 0.6m 이내에 불과하다. 특히 미군 표준장비와 호환되는 데이터링크 장비가 장착, 비행 중에도 표적변경과 임무취소, 표적피해 확인 등이 가능해 수시로 변화하는 전장상황에 맞게 임무를 유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레이더와 적외선 밴드의 전파발사를 최소화 하도록 설계된 형상과 파고를 예측하고 해수면과의 상관관계를 계산하도록 설계된 레이저 고도계가 장착돼 초저고도 해상침투가 가능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F-35에 대한 실제 통합은 오는 2022~2024년경 이뤄질 전망이다.


F-35의 공대지(함)무기 중 유일하게 내부장착이 가능한 JSM은 사거리가 약 278km이며, 오차가 0.6m 이내에 불과하다. (사진: Raytheon)


JSM과 함께 유럽산 공대지 무기로 잘 알려진 것이 현재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공군 등이 운용 중인 MBDA의 스톰섀도(Storm Shadow). 사거리 약 250km의 스톰섀도 역시 정밀한 타격을 위해 GPS 및 관성항법장치(INS)와 적외선영상탐색기를 이용한다. 우선 발사된 스톰섀도는 GPS/INS를 이용해 사전에 입력된 비행경로를 따라 저공으로 비행을 하다가, 최종단계에서 표적에 도착할 때까지 적외선영상탐색기를 이용, 입력된 표적이미지와 실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지난 2001년 말 영군 공군에 처음으로 실전배치된 데 이어 프랑스 공군에는 SCALP라는 제식명으로 2004년에 실전배치되는 등 스톰섀도는 지금까지 토네이도 GR4 및 IDS, 그리펜, 미라지 2000, 라팔, 유로파이터 등에서 운용되고 있다. 실전 사용은 영국 공군이 2003년 이라크전에서 처음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프랑스 공군이 라팔과 미라주 2000D에 SCALP를 탑재,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수도격인 시리아 락까를 공습한 바 있다.


최근 프랑스 공군은 라팔과 미라지 2000D에 사거리 250km인 SCALP를 탑재, IS의 수도격인 시리아 락까를 공습한 바 있다. (사진: Dassault Aviation)
 

추진기관이 없어도 원거리 공격
추진기관이 없어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공대지무기도 있다. 바로 날개를 이용해 원거리를 활공하는 공대지무기들이다. 대표적인 무기 중 하나인 레이시온의 AGM-154 JSOW(Joint Standoff Weapon)는 항공기에서 투하된 후 약 130km 떨어진 지상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1998년부터 미 공군과 해군이 운용하기 시작해 현재는 폴란드, 터키, 핀란드, 그리스, 싱가포르 공군 등에서도 운용 중이다. 또한 운용할 수 있는 기종도 F-15 전투기를 비롯해 F-16, F/A-18, AV-8B, F-35, B-1, B-2, B-52, A-10 등으로 대부분의 전투기와 폭격기에서 운용된다.


성능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모델은 AGM-154A, B, C 등 3가지. 이 중 기본형인 AGM-154A는 145개의 자탄이 탑재된 집속탄이다. 즉 1발을 투하하면 145개의 자탄이 일제히 쏟아져 나와 표적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주로 공격이 쉬운 주기된 항공기나 트럭, 병력수송차량, 지대공미사일 발사대 등을 타격하는 데 사용되며, 집속탄 대신 500파운드 폭탄을 탑재한 AGM-154A-1도 개발됐다.


AGM-154B도 자탄으로 구성된 집속탄이다. 그러나 AGM-154B에는 ‘스키트(Skeet)’라는 지능형 폭탄(Sensor Fuzed Weapon, SFW)이 탑재됐다. 지능형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는 자탄에 레이저/적외선 탐색기가 장착돼 있어 표적을 탐지하고 공격해 정확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공군과 해군이 도입을 취소하면서 현재 운용되지는 않는다.


지난 2015년 8월, 내부무장창에 JSOW 2발을 탑재한 F-35C가 처음으로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사진: Lockheed Martin)


2005년부터 미 해군이 운용하기 시작한 AGM-154C는 관통 및 폭발 탄두로 구성된 다단탄두를 탑재해 두꺼운 콘크리트 시설이나 지하 시설 등에 관통해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GPS/INS와 적외선 영상탐색기가 장착됐으며, 지난 2016년 6월에 실전배치된 AGM-154C-1에는 발사 항공기와 네트워크가 가능한 링크-16 데이터링크장비도 새로 추가됐다. 이 덕분에 실시간으로 표적정보에 대한 업데이트가 가능해져 해상 이동표적에 대한 타격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현재 F/A-18E/F에 우선 적용된 가운데 향후에는 F-35A/C에도 적용될 예정이며, 2017년 초부터는 사거리가 약 560km까지 늘어난 JSOW-ER에 대한 시험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활공을 통해 약 100km 거리의 지상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무기가 이미 개발됐다. 바로 한국형 GPS 유도폭탄인 KGGB(Korean GPS Guided Bomb)다. 지난 2012년 말부터 일선 공군부대에 배치된 KGGB는 500파운드급 범용폭탄에 GPS 유도키트를 장착한 형태로, 공군의 주요 5개 전투기를 이용한 투하시험에서 오차 0.9m의 정밀성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KGGB의 GPS 유도는 조종사가 휴대하는 PDU(Pilot Display Unit)라는 장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무장창착대가 있는 항공기라면 별도의 통합과정 없이 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밀성 개선 중인 대레이더 무기
다양한 지상표적 가운데 방공망 시설을 공격하는 공대지무기는 최근 정밀성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레이시온의 AGM-88 HARM(High-Speed Anti-Radiation Missile). 적 방공망제압(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 SEAD), 즉 아군 항공기에 위협이 되는 적 방공레이더의 전파를 탐지하면, 이를 역추적해 파괴하는 대레이더(anti-radiation) 무기다.


1985년부터 미군에 실전배치된 이후 1986년 리비아 공습에서 처음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이라크전에서는 400개 이상의 레이더 위협을 제거하는 등 실전배치 후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적 방공망제압용 미사일이라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특히 HARM은 음속의 2배 이상 속도로 날아가 공격하기 때문에 적으로서는 사실상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다. 이와 함께 약 150km에 이르는 사거리와 다양한 공격모드, 그리고 간단한 정비성 등의 특징으로 오늘날 F-16, F/A-18, 토네이도 전투기 등에서 운용되고 있다.


HARM 개량형인 AARGM은 이중모드 탐색기가 탑재돼 있어 적 레이더가 전파를 발신하지 않더라도 이를 능동적으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다. (사진: USN)


최근에는 성능을 더욱 개선시킨 오비탈 ATK의 AGM-88E AARGM(Advanced Anti-Radiation Guided Missile)도 개발됐다. 미 해군과 이탈리아 공군이 국제협력을 통해 개발한 AARGM은 성능이 개선된 디지털 방식의 전파추적 센서와 밀리미터파 탐색기, 정밀 GPS/INS 항법장치, 그리고 네트워크 기능 등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대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종사에게 실시간으로 위협순위를 파악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광대역 수동 레이더 탐색기와 밀리미터파 탐색기가 결합된 이중모드 탐색기가 탑재돼 있어 적 레이더가 전파를 발신하지 않더라도 이를 능동적으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다. 현재 양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012년, 미 해군이 기본운용능력(IOC)을 확보해 F/A-18C/D, F/A-18/E/F, EA-18G에 통합했으며, 향후 이탈리아 공군의 토네이도 IDS/ECR과 호주 공군의 EA-18G에도 통합될 예정이다.


AGM-88 외에 MBDA의 ALARM(Air Launched Anti-Radiation Missile)도 적 방공망제압용으로 개발됐다. 사거리가 약 93km인 ALARM은 1986년부터 생산돼 영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이 도입했으며, 토네이도 전투기 등에 통합됐다. 1991년 걸프전을 비롯해 코소보내전, 2003년 이라크전, 2011년 리비아전 등에서 영국 공군이 사용했으며, 영국 공군은 이를 끝으로 지난 2013년 ALARM을 퇴역시켰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은 현재도 운용하고 있는 중으로, 최근 예멘 공습에서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