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드론시대, 중요성 커진 안티드론 기술

막오른 드론시대, 중요성 커진 안티드론 기술

◈ 드론, 비대칭전력화 증가 … 안티드론 기술도 다양화
◈ 안티드론 시장 확대 전망 … 다양한 기술개발 독려 필요



지난해 말, 북한의 드론이 대한민국의 수도권 상공까지 침투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중국의 무인기구(풍선)가 미국 상공을 날아다니다가 격추된 사건은 세계적 화제가 됐고,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에 한 개인이 조종한 드론이 방사성 흙을 실은 채 일본 수상 관저 옥상에서 발견된 예도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침략국인 러시아나 방어국인 우크라이나 모두 드론을 정찰 및 공격/방어 등 여러 방면에서 요긴하게 쓰고 있다.


드론의 특징은 ‘값싸게, 빨리,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작은 비행체인데다,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고, 탐지되더라도 민간인 거주지역 부근에서 함부로 요격하기도 어렵다. 부수적 피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론은 공격자 입장에서는 아주 요긴한 무기가 되며, 방어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드론 관련 분야에서는 드론 못지않게 드론탐지와 대응수단도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 확실하다.

중요성 커진 적아식별 능력
드론 탐지 기술은 현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레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광학적 탐지/추적이다. 레이다도 물리학적 관점에서는 전자기파의 일종이지만, 드론 관련 기술로는 레이다와 (전자광학) 망원경으로 분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장거리 탐지는 레이다가 맡고 이후 어느 정도 거리로 들어오면 전자광학장비가 맡는 것이다. 드론 전용 탐지 수단으로 이 둘을 결합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사례와 기능 개선 제품들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탐지 이후는 탐지된 드론이 과연 아군인지 적인지를 구분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드론의 형상과 소리로 적아를 식별해내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형 기술 제품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상용 드론이 순식간에 무기로 개조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적아식별장비가 중요해졌다. 

반대로 아군 드론이 적의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신호 해킹 등에 확실히 대비할 수 있는 방호 및 보안 기술도 꾸준히 개발돼야 한다. 수단(measure)과 대응수단(countermeasure)의 싸움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굳이 국가 간 전쟁이나 특정 목적을 지향하는 테러 집단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자기의 능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해커 수준에 대한 대응도 필요한 시대가 됐음은 분명하다.


이미지 : DeDrone

다양한 방식의 안티드론 기술
탐지 이후에는 제압을 위한 대응 수단도 필요하다. 사람이 탄 적기라면 경고 신호 등을 통해 그만 물러나라는 교신이라도 할 수 있지만 드론은 그게 안 된다. 날리지 말라고 한 지역에 뭘 날리는 경우는 딱 두 가지 경우 외에는 없다. 분명 어떤 (나쁜) 목적을 가지고 드론을 비행시켰거나, 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의도치 않게 불법적으로 비행하는 경우다.

어느 경우든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일단 탐지된 무인 드론을 일 초라도 빨리 제압하는 것이 제일 좋다. (의도치 않은 불법에 대한) 가벼운 경고 내지 (분명 의도한 비행에 대한) 무거운 처벌은 그다음 순서다.

오늘날 고정익형, 멀티콥터형, 기구형 등 드론 종류 못지않게 그 대응(제압) 수단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거나 연구되고 있다. 전자기파를 이용한 신호 방해, 레이저나 탄을 이용한 직접 파괴, 그물이나 새를 이용한 물리적 포획 등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도 나날이 새로워지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KAIST)는 협대역 전자기파 신호를 목표 드론에 주입해 무력화하는 신기술을 발표했다. 드론에 사용되는 제어 보드의 전자파 민감도를 분석한 후, 목표 드론의 제어 보드에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해 신호를 원격 주입함으로써 아군과 적군의 드론이 뒤얽힌 상황에서도 적군의 것만 특정해 제압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적군 드론이 가진 장비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 및 분석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긴 하나, 이런 종류의 기술은 더 발전시킨다면 궁극적으로 인구 밀집 지역 위에서도 적군 드론을 안전지역으로 유도한 후 포획하거나 추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카이스트

고출력 레이저나 재래식 탄환으로 드론을 직접 타격하는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 보병용 소총에 지능형 디지털 조준경을 장착해 날아다니는 드론도 일반 보병 수준에서 손쉽게 맞출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형 환경을 생각한다면 인구 밀집 지역에서의 유탄이나 파편 피해 우려는 여전히 더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이미지 : Cilas

특히 고출력 레이저는 레이저 에너지 출력을 올리고 이를 정확한 타격 지점에 밀집시킨 후 상대 드론이 고출력 에너지에 무력화되는 순간까지 조준을 정밀하게 유지하는 등 여러 첨단기술이 집약된 대응책이다. 고출력 레이저 역시 드론 특유의 저고도 침투를 고려하면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단점이 지적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일 레이저가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목표 지점 하나로 에너지를 모으는 대안 기술도 등장하고 있으니 안티드론의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이 외에도 아군 드론을 빨리 출격시킨 후 그물을 던져 상대 드론을 무력화하거나, 덩치가 있는 맹금류를 훈련시켜 드론을 잡는 등의 기술도 계속 연구 중이다.


사진 : Netherlands Police

드론 자체가 비록 만들기 쉽다지만, 사실 드론은 21세기 첨단기술과 산업이 낳은 전형적인 비대칭전력 중 하나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상대 진영에 침투해 공중에서 수류탄이나 포탄을 투하할 수 있어 당하는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한 무기다. ‘이러한 21세기형 무기를 새로 잡는다고?’ 이렇게 비웃는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있지만, 비대칭을 비대칭으로 대응하는 것도 매우 유효한 전략이며 대응책임은 분명하다. 첨단기술을 꼭 첨단기술로만 대응하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새도 좋고 레이저도 좋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 기대된다면 굳이 기존의 복잡한 무기체계 개발 방식을 따를 것이 아니라 매사냥 전문가든, 레이저 개발자든 필요한 분야에서 필요한 정도의 결과만 내놓으면 된다. 마침 방위사업청도 무기체계 도입기간을 더 단축하기 위해 최근 신속시범사업을 통합공모하기도 했다.



다양한 기술개발 독려 필요
10여 년 전, 필자가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면서 ‘화살을 곡선으로 날린다고? 말도 안 돼’라고 속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여러 동영상을 보니 장애물을 피해서 화살을 곡선으로 쏘는 기법이 실제로 있었다. 필자의 선입견이 어설픈 비웃음을 지레 만들어낸 것이다.

누구나 드론을 만들 수 있고, 그래서 당하는 쪽에서는 이게 골치 아픈 비대칭 전력이 된 시대이니만큼, 그게 말이 되는 대응수단이냐고 미리 속단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 대응기술을 공개 시범의 장에 내놓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글 | 김상돈(스타버스트 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