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로전투기에 대한 단상



일본이 내년에 패전 70주년을 맞아 제로전투기를 다시 띄운다는 소식이 들린다. 알려진 것처럼 제로전투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맹위를 떨쳤던 전투기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승전을 점쳤던 이유도 일본이 당시로서는 최신형 제로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차 대전 당시만 해도 항공모함을 가진 나라는 영국, 미국, 일본밖에 없었고, 독일은 U보트 잠수함을 개발해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군수물자수송만 차단하면 전쟁에 이길 수 있다는 히틀러의 방침에 따라 항공모함을 개발하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의 백만장자이자 조종사인 하워드 휴즈가 자신의 비행속도 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직접 설계 제작한 비행기를 몰래 모방해 일본 해군 제로전투기를 만들었고, 영국에서 도입한 구식 항공모함을 또 모방 개조해 일본식 항공모함을 만들었다. 그 전투기와 항모는 대부분 미츠비시 중공업에서 제작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세계 최대 조선기계공장이었다. 지금 세계 최대 규모인 우리나라의 현대중공업 공장의 ¼이었다고 하니 굉장한 규모였음에 틀림없다.

일본이 내년에 제로전투기의 비행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미국에서는 리노에어쇼에서 제로전투기의 비행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 네바다주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리노시 외각에 있는 스테드 비행장에는 해마다 가을에 일주일 동안 각종 비행기 속도경기가 진행되고, 복엽기 와코와 스테어맨 등 초창기 항공기들이 날아다니는가 하면, F-35같은 최신 항공기들도 선보이는 자리다. 이 쇼에 나온 제로기는 맥아더 장군이 일본에 상륙해 전리품으로 가져 온 기체 중 하나라고 한다.

필자가 제로전투기를 가까이서 만져본 결과, 모든 날개와 동체 접합부는 정교한 리벳식으로 품질이 너무나 정확하다. 또한 요즘 초음속 전투기와 달리 날개의 인장력이 걸리는 부분은 합성천으로 만들어 무게를 가볍게 했다. 이는 6․25 전쟁 중 소련이 MIG-15에 사용한 것과 같다.

제로기는 최근 항공학자들이 선정한 세계를 변화시킨 50대 항공기 중 하나로 선정됐다. 기이한 점은 앞날개에 접속된 방향타 에일러론을 연결한 나사가 풀리지 않게 만든 락 와셔(Lock Washer)를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에일러론의 연결은 조종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장치인데 왜 락 와셔를 쓰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또 큰 의문점은 엄연히 표시판에 항모기 II식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항모기의 이착함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테일후크를 볼 수 없다.

어쨌든 이 제로기는 우리 공군이 쓰던 F-51 무스탕과도 대적할만한 속도와 성능을 가졌다고 하니 사실 놀랄 일이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 저런 항공기를 제작했다는 건 필경 엄청난 수작업이 들어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선에서 끌려간 청년들이 징용에 끌려가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또한 제로전투기를 보면서 당시 설계에 직간접으로 참여한 국내 원로 은퇴교수들은 지금 착잡한 심경일 것 같다. 우리나라 항공기술이 항공역학의 이론을 따라가 주지 못해 모국에 이바지 할 기회가 없었던 한이 맺혔을 것이다.


글 : 정석화(유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