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KF-21 초도생산 … 논란의 중심은?


최종조립 중인 KF-21 (사진: KAI)

KF-21 초도생산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한국국방연구원(이하 국방연구원)이 진행을 마친 KF-21 초도생산 타당성조사에서 KF-21의 초도생산 물량을 40대에서 절반인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서다. KF-21의 공대공 성능을 비롯해 공대지 성능 검증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특히 KF-21 개발이 순항 중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결론이 나오면서 공군,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관계기관과 업계가 혼란을 빚고 있다.
 

초도물량 축소 결론에 혼란
 
혼란의 중심이 된 국방연구원의 사업타당성조사 보고서는 지난 11월 7일,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에 보고됐다. 알려진 것처럼 타당성조사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산편성과 기금 운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실시되는 중요한 절차다. 특히 조사 결과는 예산편성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만큼 이번 조사 결과에 사업 추진 기관들도 촉각을 세워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10월 30일 열린 KF-21 초도생산 타당성조사 비공개 최종 토론회에서 나온 잠정 결론은 초도생산 물량 감축이었다. 이 결론은 국회에 정식으로 보고되기도 전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월 1일 열린 제410회 국회 제5차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연구원이 내린 결론을 놓고 방사청에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엄동환 방사청장은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 KIDA 연구자의 의견인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공군, 방사청, 업체, 그리고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많은 분이 현재의 생산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말이 오갔다. 현재 방사청은 2026년부터 공대공 사양인 블록1 40대를 우선 전력화하고, 2028년부터 2032년까지 공대지 성능을 추가한 블록2 80대를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국방연구원이 공대공 사양도 미성숙했는데 공대지 사양까지 성숙되지 않아 그 같은 평가를 한 건지 물었다.
 
엄 청장은 “(40대분인) 블록1은 공대공 사양만 해당된다”면서 “(국방연구원의) 연구자가 공대공 사양에도 의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공대공 사양인 블록1 개발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가운데 국방연구원이 미성숙한 것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초도생산 물량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안 의원은 “초도생산은 보통 (전체 물량의) 10%를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면서 40대로 한 목적이 뭔지 묻자, 엄 청장은 “공군의 전력 공백이 가장 큰 이유이고, 노후 전투기로 인한 조종사의 손실 우려, 그리고 초도생산 시 생산단가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안 의원이 “현재 KAI나 공군이 공대공, 공대지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 40대를 생산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재차 묻자, 엄 청장은 “40대를 판단한 기준에 공대지 기능은 포함돼 있지 않았고, 고려 사항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시제기 6대를 생산해 모두 초도비행을 완료하는 등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초도생산 물량을 지나치게 낮게 잡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라며 “국방연구원의 사업타당성조사 최종 결과를 접수하는 대로 관련 기관과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F-21 공대공 무장분리 시험 (사진: KAI)


대신 방사청은 과거 일곱 번에 걸쳐 진행된 바 있는 KF-X 사업 타당성조사처럼 조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추가 타당성조사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지난 11월 2일 진행된 국방부 일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경호 방사청 대변인은 “그 당시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현재는 생산을 진행해야 할 단계이기 때문에 타당성조사를 다시 하는 부분은 상당히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국방부, 방사청, 공군을 포함한 관계기관들이 어떤 방법으로 생산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지는 반대 여론
 
이번 조사 결과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방연구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이다. 현재 공군의 전투기 노후화가 심각한 데다, 최근 K-방산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향후 수출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개발에 제동을 건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KF-X 사업 추진을 놓고 진행된 여러 차례의 사업타당성조사에서 국방연구원이 부정적으로 결론을 내린 이력까지 소환되는 등 이번 조사 결과에 반대하는 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제로 관계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번 결과에 난색을 보였던 방사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시간이 지연되면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우려했다.
 
정치계에서도 비난을 쏟아내는 분위기다. 그중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이재명 대표도 지난 11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국방연구원의 KF-21 사업타당성조사 보고서가 기존 사업 계획과 달리하고 있어 정부 간 전형적인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군의 전력화 지연과 우왕좌왕 행정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사업에 참여한 700여 개 국내 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도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추진된 국책사업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모습”이라면서 “이런 반복되는 엇박자는 사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실제 수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국형전투기사업단을 이끌었던 정광선 전 단장도 이번 국방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기술적 성숙도가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현재 6대의 시제기가 비행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이다. 지난 5월 항공기술분야에 국방연구원보다 휠씬 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험평가단으로부터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해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비행시험 과정에서 결함은 항상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결함을 찾고, 수정하기 위해 무려 5년에 걸친 비행시험을 하는 것이다.
 
결함이라는 게 며칠 만에 간단히 보완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수주일, 수개월 걸리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비행시험은 이러한 것을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인 만큼 이를 기술적 미성숙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만약 시험 과정에서 결함이 없는 항공기를 기대한다면 완제기를 사와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공대지 무장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두고 “초도생산분인 40대는 애초에 공대공 성능을 확보하는 게 목표이지 공대지 성능까지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공대지 성능은 2026년 6월부터 2028년 말까지 진행될 추가 무장시험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많은 사람이 초도생산분인 40대가 공대지 무장을 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실제로는 이들 40대에 공대지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고, 임무 컴퓨터에 들어가는 공대지 관련 소프트웨어도 개발돼 적용될 계획이다. 단지 실제 공중에서 무장 투하 또는 발사시험을 하지 않을 뿐이지 지상 시험용 기체를 이용해 지상에서도 무장 투하 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서 향후 2026년 6월부터 2028년말까지 진행될 추가무장시험을 통해 공대지 성능이 검증되면, 앞서 전력화된 공대공 능력의 초도양산분 40대도 리트로핏(retrofit)을 통해 공대지 무장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KF-21이 운용할 공대공 무장인 IRIS-T,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에 대한 연동규격서는 해외제작서로부터 모두 받아 적용한 상태다. 공대지 무장의 경우, 단장 재직 당시 미국으로부터 확답받은 공대지 무장은 JDAM과 SDB(Small Diameter Bomb, 소구경폭탄)였다. 그나마 JDAM과 SDB는 GPS 신호에 따라 표적으로 강하하기 때문에 항공기와 연동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산 GPS폭탄인 KGGB, MK-82 등 다수의 폭탄이 장착될 계획이다.
 
향후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 개발되면 FA-50을 이용한 통합시험과 추가 무장시험 기간 중 KF-21에 연동해 검증한 후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계획대로 정상 추진 중인 만큼 공대지 성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평가나 KF-21에 공대지 미사일이 없다는 일부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최종 보고서에는 단서 조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대를 우선 생산하되 향후 무장 성능이 검증되면 조기에 20대를 추가로 생산하는 방안이다.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이에 대해서도 정 전 단장은 “무장 성능 검증을 전제로 20대를 추가 생산하겠다는 방안은 이해되지 않는다. 40대 생산을 결정하고 무장 성능을 검증해도 충분하다.
 
공대공 무장인 IRIS-T나 미티어의 경우 유로파이터 등의 전투기에서 이미 잘 사용되고 있고, 이미 IRIS-T는 발사시험, 미티어는 분리시험까지 성공적으로 완료했기 때문에 검증해야 할 부분도 대부분 소프트웨어 문제일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사일 제작사와 항공기 제작사의 엔지니어들 간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타당성조사, 개발 현장 이해 필요
 
특히 정 전 단장은 타당성조사를 위해서는 개발 현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타당성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20대를 우선 생산하고, 이후 100대를 생산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바로 생산 단가 상승이다. 그는 “예를 들어 해외로부터 부품을 도입한다고 할 때 통상적으로 부품 공급업체와 도입업체는 정해진 도입 물량의 가격에 대해 서로 합의한 후 진행한다.
 
그런데 이번에 20대분을 구매하고 향후 20대분을 추가로 구매할테니 이번 공급가격을 40대분의 공급가격으로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줄 업체가 있을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부품공급업체는 만약에 발생할 계획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만큼 40대분 주문 시보다 가격을 더 높여 공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 전 단장은 생산에 투입되는 엔지니어들의 숙련도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F-35 대당 가격이 처음 2억 달러가 넘었던 것이 최근 8천만 달러 이하로 낮아진 이유를 많이 생산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로 설명한다. 이는 부품 단가를 중심으로 보는 관점이다. 하지만 원자재나 부품 가격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올라가 통상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로 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중요한 개념이 숙련도다. 전투기의 체계 조립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특히 수작업은 기술자 숙련도와 직결돼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수작업 시간은 줄고 결함율도 줄어든다. 다시 말해 숙련도가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가령 숙련도가 낮을 때 매월 1대씩 생산했다면,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매월 생산할 수 있는 전투기 수는 그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곧 노임단가로 이어진다.


최종조립 중인 KF-21 (사진: KAI) 



통상적으로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대당 평균 노임단가는 낮아진다. 물론 수천 대 수준으로 대량 생산되는 F-35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보고 있지만, 이러한 숙련도를 통해서도 단가가 내려가는 것이다. 전체 생산 물량이 120대인 KF-21이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숙련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한 이유다.
 
초도생산 물량을 줄이면 이런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라 우선 20대를 생산하고, 쉬었다가 다시 생산 승인을 받아 20대를 생산한다고 했을 때 회사경영자라면 20대를 생산하기 위해 40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머지 100대를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한다면 당장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노임단가도 높아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품 생산도 마찬가지다. 원자재는 사면 그만이지만 부품 생산은 그렇지 않다. 부품 생산을 위한 라인이 계속 유지돼야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대로 발주 물량에 따라 생산라인이 죽었다, 살았다 하면 부품 가격은 매 발주 시마다 상승하지 절대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 항공기를 생산하는 방산업체 입장에서 이러한 것이 큰 난관이라고 본다. 결국은 막대한 추가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항공분야 방산업체 생태계도 위태롭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글/ 김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