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A400M은 A380의 비극적 운명을 피할 수 있을까?

에어버스 A400M 군용 수송기 사업은 다시 한번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A400M이 A380 슈퍼점보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진정한 성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결정될 것이다.
에어버스가 선택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이 항공기의 유산은 유럽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을 우려가 있다. 그러나 다른 시나리오를 선택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유럽의 엔지니어링에 건 베팅이 결실을 맺는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에어버스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유는 A400M의 주문 잔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총 178대의 주문 중 131대를 인도했으며, 기욤 포리 에어버스 CEO는 “향후 3년 동안의 생산량은 보장이 되어 있지만, 그 이후로는 주문 잔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에어버스 관계자들은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초조해하고 있다.
A380과 A400M의 유사점은 분명하다. 두 사업 모두 에어버스의 가장 야심 찬 대형 항공기 프로젝트였고, 보잉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주었다. 민간 항공 시장에서는 747을, 군용기 시장에서는 C-17 대형 수송기를 겨냥한 도전이었다.
두 사업 모두 유럽의 복잡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문제를 초래했다. A380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설계 오류가 발생했고, 그 결과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 구조가 형성됐다. A400M 사업에서는 각국 정부가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유럽산 엔진을 요구하면서 수년간 지연과 복잡한 문제에 시달려야 했다.


Photo : Farnborough International Airshow
 

A380 사업으로 수십억 유로의 초과 비용이 발생했고, 고객 인도가 지연됐다. 마찬가지로 A400M도 수년간 에어버스의 재정적 부담이 돼왔으며, 2024년 4분기에도 1억 2,100만 유로(1억 2,700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되는 등 여전히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A380이 취항하자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일부 노선에서는 항공사들의 평가도 좋았다. 마찬가지로 A400M은 10년 넘게 운용되면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나토(NATO) 군을 지원했고,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했을 때 민간인 대피 작전에 투입됐으며, 가자 지구에서의 구호 활동을 포함한 여러 인도적 임무를 수행했다.
A400M에 대한 운용국들의 피드백은 주로 긍정적이며, 특히 프랑스와 독일 공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는 TP400D 대형 터보프롭 엔진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프로그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문제는 해결됐지만, 일부는 각국 정부가 필수적인 군수 지원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Photo : Airbus D&S

두 사업이 전개되는 동안 시장 환경도 변화했다. A380은 보잉 787과 에어버스 A350같이 허브 공항 의존도가 낮은 항공기들과 경쟁하게 됐다. A400M도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으며, 특히 네덜란드, 포르투갈, 한국 등의 선택을 받은 제트 엔진 기반 전술 수송기인 엠브레어 C-390이 강력한 경쟁 기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소수의 구매자로부터 초기 주문이 몰린 후 두 항공기 모두 수요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에어버스는 2019년에 251대의 주문을 끝으로 A380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추가 주문에 대한 수요가 일부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에어버스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에어버스는 핵심 개발 단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A400M에 대해 비슷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다. A400M의 표준 운용 능력(SOC3, Standard Operating Capability) 달성 시점은 내년 말로 예상된다.
 

A400M의 운명은 몇몇 주요 국가들의 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객인 터키와 영국은 추가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특히 영국의 국방 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에어버스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를 주요 신규 고객으로 삼고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며, 엠브레어도 C-390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두 회사는 고객 유치를 위해 제안에 산업 협력 패키지도 포함시켰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중요한 시장이다. 이들의 주문을 확보하면, 30~40대로 규모의 더 큰 중동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국가들은 의사 결정이 느리기로 악명이 높고, 두 나라 모두 이미 장거리 수송기인 에어버스 A330 기반 공중급유기를 운용하고 있다.


Photo : Airbus D&S

보잉도 C-17 사업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생산 종료가 가까워질 무렵 해외 수요의 조짐이 보이자, 추가 주문을 확보할 시간을 벌기 위해 생산 속도를 늦췄다. 그러나 에어버스는 같은 전략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 A400M 사업은 겨우 적자에서 벗어났는데, 생산 속도를 줄이면—실제로 지난해 7대만 인도했다—다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보잉은 C-17의 생산 속도를 늦췄음에도 결국 2015년에 생산을 종료해야 했다. 한편, 에어버스는 보잉의 또 다른 사례인 F-15 사업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다. 보잉은 한때 F-15 생산을 분기당 한 대로 줄이며 생산 라인을 유지했고, 그 결과 미국, 중동, 아시아에서 새로운 주문을 확보하며 프로그램이 강력하게 부활할 수 있었다.
에어버스는 A380으로 단 한 푼의 수익도 내지 못하고 수십억 유로를 날렸다. A400M이 이와 같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는 앞으로 수년 안에 결정될 것이다.



글| Robert Wall (로버트 월, Executive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