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ADEX2025] “한국의 혁신 배우고 싶다” 보잉코리아, 투자·파트너십 확대 의지


Photo: Boeing

(월간항공=편집팀) 보잉코리아가 한국을 기술 혁신 거점으로 삼고 국내 기업들과의 공동 개발을 확대한다. 보잉코리아는 9월 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국-보잉 파트너십 75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혁신성과 방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공동 개발 및 생산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75년 협력의 토대, 민항에서 방산으로
보잉과 한국의 협력은 1950년 시작됐다. 대한국민항공(현 대한항공)은 보잉이 제작한 DC-3 항공기를 도입하며 한국 상업 항공의 기반을 마련했고, 같은 해 한국 공군은 F-51D 머스탱 전투기로 첫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한·미 군사 협력의 출발점을 열었다.
현재 보잉은 한국 민간 상용기 부문에서 63%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총 270여 대의 보잉 항공기가 한국에서 운용 중이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및 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보잉은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3년 보잉 747을 도입하며 장거리 국제선 운영 기반을 마련했으며, 1975년에는 항공기 정비·제작 사업에 진출하며 보잉 공급망에도 합류했다. 셰이퍼 사장은 "대한항공은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고객사로 대한항공은 최근 여러 제품군에 걸쳐서 보잉사 제품을 발주했다"고 강조했다. 2025년 대한항공은 777-9 20대, 787-10 25대, 737-10 50대, 777-8F 화물기 8대 등 총 103대의 차세대 보잉 항공기 구매 의사를 발표했다. 이는 대한항공의 역사상 최대 주문이자, 보잉이 아시아 항공사로부터 수주한 최대 이중통로기 주문이 될 전망이다.
1999년 설립된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역시 보잉의 핵심 공급업체로 성장하며 737에서 787까지 다양한 보잉 상용기 부문 제품군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방산 부문에서도 보잉은 150여 대의 플랫폼을 한국에서 운용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군은 F-15K 슬램이글, AH-64 아파치, CH-47 치누크, E-737 피스아이, P-8 포세이돈 등 다양한 보잉 플랫폼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F-15K 프로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공군에 약 60여 대의 항공기를 제공했으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CH-47기를 운용하는 국가가 됐다.
과거 단순 구매 위주의 협력은 현재 국내 산업과의 공동 생산·기술 협력 구조로 발전했다. F-15K의 경우 KAI, 한화, LIG넥스원 등과 항전 장치·비행 제어 시스템 등 부품을 공동 개발했으며, 아파치 헬기는 KAI가 동체 제작에 참여했다. E-737은 국내 조립 및 개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혁신과 방산, 한국이 핵심 파트너인 이유
윌 셰이퍼 보잉코리아 사장은 한국의 혁신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소프트웨어 개발, AI, 엔지니어링, 자동화, 조선업, 자동차 제조업 등 향후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산업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의 배경으로는 정부 및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wC의 2024년 항공우주 제조 매력도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방산 제조 경쟁력, 빠른 수출 증가, 자주국방 역량 확대가 주요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이 방산 부문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군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점도 보잉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4대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의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고객사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비즈니스를 키워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기술과 AI를 활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을 바탕으로 보잉은 한국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셰이퍼 사장은 "2024년 기준 한국 시장에 약 3억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히며 "향후 737, 787기뿐만 아니라 2026년에는 777기의 생산 증대가 예정돼 있어 투자금액이 증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 금액은 대한항공과 KAI 등 국내 협력사에서 구매·조달한 부품 금액으로 보잉이 투자한 전 세계 국가에서 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차세대 기술 개발의 전초기지, BKETC
보잉은 한국을 단순 시장이 아닌 기술 혁신의 동반자로 보고 있다. 서울 ASEM 타워에 위치한 보잉한국기술연구센터(이하 BKETC)에는 현재 약 100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셰이퍼 사장은 "내년까지 인원을 20%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KETC는 한국의 디지털 혁신 생태계를 활용해 보잉 제품 연구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차세대 항공기에 적용될 '보잉 리눅스' 운영체제 개발이다. 또한 LIG넥스원, LG와 함께 항공기용 OLED 기술 적용과 통합 연구도 진행 중이다. 보잉은 항전 시스템, 디스플레이,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품을 연구해 향후 차세대 항공기 모델에 통합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AI 활용 프로젝트도 활발하다. ARL(Aircraft Readiness Log)을 통해 문자를 인식하거나 항공기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운용을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AI 관련 직원들을 미국에 파견해 AI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관련한 생산 시스템의 최적화와 개선 방법도 연구 중이다.
 
공동 개발·수출로 확장되는 파트너십
보잉코리아는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단순 공급을 넘어 공동 개발과 글로벌 수출로 확대하려 한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 방산 업계나 한국군에 공급하는 것을 넘어 한국 업계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할 신기술을 함께 개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아파치 헬기의 '런치 이팩트' 기술을 언급했다. 이는 아파치 헬기에서 드론이 발사될 수 있는 기능으로, 폴란드, 호주,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추가 발주를 원하고 있다. 셰이퍼 사장은 "호주와 폴란드 시장에 새로운 제품이나 기능을 내놓을 수 있는 부분에서 한국 방산 업계와 긴밀한 협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잉코리아는 대한항공, KAI, LIG넥스원, LG, 한화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보잉코리아는 한국 내 로컬 커뮤니티 기여도 중요하게 생각해 2024년 약 6억 원을 후원했다. 이 금액은 순직한 군인의 가족을 위한 지원과 STEM 전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에 활용됐다.
셰이퍼 사장은 "한국의 여러 기업들과 공동 개발이나 공동 생산을 통해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자 한다"며 "엔지니어링 부문에 있어서 한국 내 입지와 역할을 증대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혁신 정신에 입각해 한국과 협력해 성장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