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사브, ‘로열 윙맨’ 무인전투기 공동 개발 협상 착수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양대 축인 에어버스와 사브가 유인 전투기를 호위할 무인 전투기 공동 개발에 나선다. 프랑스·독일 주도의 6세대 전투기 사업 FCAS가 지연되는 가운데, 양사는 무인 전력 협력을 통해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어버스와 사브는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그리펜 E를 지원할 ‘로열 윙맨(Loyal Wingman)’ 또는 협력 전투기(CCA) 개념의 무인 전투기 개발을 놓고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무인기는 유인 전투기와 팀을 이뤄 정찰, 전자전,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유럽 방위산업 행사에서 “사브와 전자전 및 미사일 분야에서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무인기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번 논의가 프랑스·독일·스페인이 추진 중인 FCAS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Image : Airbus

미카엘 요한손 사브 CEO 역시 “기존 전투기를 보완할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협상 사실을 인정했다.
업계는 이번 협력 논의의 배경으로 FCAS 사업의 장기 표류를 지목한다. 2017년 시작된  FCAS는 약 1000억 유로(약 171조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지만, 다쏘와 에어버스 간 역할 분담과 지식재산권 갈등으로 개발 일정이 2040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이에 에어버스와 사브가 FCAS 실패 가능성에 대비한 ‘플랜 B’를 가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브는 전투기 완제품(OEM) 생산 능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스웨덴의 차기 전투기 전략 결정 시점도 2028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구도는 FCAS와 영국·이탈리아·일본이 주도하는 GCAP로 양분돼 있으며, 사브는 이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독자 노선을 모색 중이다.
에어버스와 사브가 추진하는 무인 전투기는 미래 공중전의 핵심으로 꼽히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의 일환이다. 이는 미 공군의 CCA 프로그램과 유사한 개념으로, 인공지능 기반 무인기가 고위험 임무를 수행해 유인 전투기의 생존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을 유럽 안보 자율성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한다. 제인스의 가레스 제닝스 항공 에디터는 “에어버스와 사브의 협력은 지지부진한 FCAS에 대한 실리적 대응”이라고 분석했으며, 랜드연구소의 션 모나한 연구원은 “미래 공중전의 승패는 유·무인 체계의 연결성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버스와 사브의 ‘무인기 동맹’이 유럽 방산 협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기존 구도의 분열을 가속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