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인간공학 조직 강화… 설계에 ‘조종사 중심’ 반영

보잉의 ‘휴먼팩터 총괄 수석 엔지니어’라는 자리를 맡은 닉 패트릭은 보잉에서 새롭게 신설된 직책을 맡게됐다. 새로운 자리에서의 그의 임무는 ‘새로운 기능을 조직에 추가하기 보다, 기존 조직을 조율하고 체계화하며 강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패트릭은 최근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에이비에이션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목표를 밝혔다.
“회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휴먼팩터(Human Factor, 이하 인간공학) 전문가들이 조직 곳곳에 한 명, 두 명, 또는 열 명씩 흩어져 있습니다. 이들의 소속은 전통적으로 시스템 엔지니어링 부문이나 환경·보건·안전 조직이었습니다. 이번 새로운 인간공학 조직의 목적은 이들을 하나의 체계 아래로 모으는 것입니다. 인재 채용과 교육, 훈련 방식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설계 작업에서 적용해야 할 기준 역시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때 항공업계 ‘표준’이었던 보잉 인간공학
2024년 보잉 안전 관행을 검토한 항공우주 업계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인간공학 분야에서의 보잉 역량이 과거 조종사·엔지니어·제품지원 전문가·인간공학 전문가 사이에서 ‘골드 스탠더드’로 평가받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명성은 약 반세기 전에 형성됐다. 특히 보잉 757과 767의 공통 형식 한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직 분산이 가져온 영향과 737 MAX 문제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보잉은 한때 시애틀 인근에 본사를 둔 집중형 조직이었지만, 인수합병과 전략적 결정에 따라 엔지니어링과 생산 시설이 미국 여러 지역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조직 분산은 보잉 내부에서 인간공학의 역할과 영향력 감소로 이어졌다고 전문가 패널은 2024년 2월 최종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의 지적 중 하나는 보잉 737 MAX 개발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설계가 미흡했던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는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한 두 차례 치명적 사고의 원인이 됐다. 이후 보잉은 내부 검토와 외부 조사에 직면했고, 전문가 패널 역시 2020년 미 의회의 요구에 따라 구성됐다.
보고서는 보잉이 항공 안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공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 사항으로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보잉이 추진하는 안전문화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독립 기술 분야로 격상된 인간공학
보잉 경영진은 인간공학을 독립적인 기술 분야이자 설계 관행으로 공식화하고, 회사 내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전문가 패널에 설명했다. 보고서 공개 7개월 뒤 보잉에 합류한 패트릭은 이 새로운 조직의 핵심 책임자가 됐다.
그는 “보잉에서 인간공학을 작은 ‘f’의 기능(function)에서 대문자 ‘F’의 기능으로 바꾸는 것이 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조직 구축과 표준화 작업
첫 번째 주요 과제였던 인간공학 기능 수석 엔지니어 조직 설립은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패트릭은 남은 과제가 보잉 전반에서 인간공학 실무를 조율하고 표준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남은 일은 보잉 전반, 각 사업부와 프로그램, 그리고 인력 전반에 걸쳐 인간공학 적용 방식을 조화시키고 표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패트릭은 보잉에서 조종석 시스템 및 인간공학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약 15년 동안 NASA에서 근무하며 두 차례 우주왕복선 임무를 통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했다.
그는 우주왕복선 조종석 항공전자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오리온(Orion) 우주선 인간시스템 통합 요구조건 정의 팀을 이끌었다. 이후 약 10년 동안 블루 오리진(Blue Origin)에서 근무했고, 알래스카항공에서 737 부기장으로 비행 경험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그의 다양한 배경은 인간공학이 항공기 생애주기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패트릭은 인간 중심의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에는 설계 단계부터 조립, 시험, 운용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관여하는 지점이 있다.”라며, “우리의 제품에는 매우 다양한 인간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 중심 설계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Photo : Jennifer BuchananSeattle Times Pool
 
 
조종사를 미래 항공기 설계의 중심으로
항공기 개발은 본질적으로 긴 시간에 걸친 과정이다. 이 때문에 인간공학 기반 개선 사항이 실제 사용자에게 적용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잉 내부 변화의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777-9 시험 프로그램에서는 엔진 팬 블레이드 파손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진동 상황에서 조종사의 반응을 평가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시험이 수행됐다.
이 시험은 전 비행 시뮬레이터와 시애틀 지역의 특수 진동 시험 시설에서 각각 진행됐으며, 보잉과 FAA 조종사들이 참여했다. 목적은 조종사가 어떤 엔진이 고장났는지를 식별하고 적절한 체크리스트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진동 시험은 인증 요구 사항은 아니지만, 보잉이 30년 전 777 개발 이후 처음 실시한 시험이다.
최근 프로그램인 787의 경우 기존 인증 설계와의 유사성을 입증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에 의존해 왔다. 보잉은 이러한 모델링 방식을 폐기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제품 개발 전반에 걸쳐 인간공학 관련 데이터 수집과 실제 환경 검증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패트릭은 “미래 항공기 설계에서 조종사가 항상 시스템의 중심에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종사가 시스템을 이해하고 운용할 수 있는 도구와 훈련, 그리고 통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말로 하는 것과 실제 항공기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글 | 숀 브로데릭(Sean Broderick항공운송 안전 담당 수석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