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도 아까워?! 최악의 항공사로 선정된 고려항공

 

항공여행의 대중화에 따라 유명 여행지가 아닌, 국내선만 운항하는 작은 소도시까지도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저비용항공사나 지역항공사에 탑승한 체험기나, 예약하는 방법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이 절대 이용해볼 수 없는 특별한 항공사가 있다. 바로 북한의 고려항공. 세계적인 항공서비스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가 고려항공을 올해 최악의 항공사 1위로 선정했다.

글 / 홍 은선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고려항공의 햄버거 기내식. 고려항공이 최악의 항공사로 선정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김밥이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Photo Wikipedia
 

5년째 최악의 항공사 선정

지난 2012년 북한 고려항공의 기내식이라며 인터넷에 오른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항공사 기내식이라고 하기에는 형편없이 빈약한 햄버거 한 개가 전부였기 때문. 뿐만 아니라, 외국의 이용후기에는 불친절한 서비스로 인해 불만을 터트리는 후기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스카이트랙스가 최근 전 세계 600여 개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등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는데 고려항공이 유일하게 최하위등급인 별 1개(최고 등급은 별 5개)를 받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무려 5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는 영예(?)를 얻은 것. 이 평가에는 공항시설과 서비스, 안정성, 기내음식, 승무원의 봉사 등의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탑승객이 매긴 점수로 이뤄진다.

미국의 한 언론은 고려항공에 탑승해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 승객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고려항공은 이착륙할 때 승객이 휴대전화를 끄는 지, 좌석 벨트를 착용하는 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며, “승무원들이 승객의 안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항공은 현재 여객기 4대 만으로 해외 7개 도시와 국내 1개 노선을 운항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민간 웹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 24’에 따르면 고려항공은 현재 투폴레프의 Tu-204 2대와, 안토노프 An-148 2대만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항공이 보유한 여객기종은 앞서 말한 2개 기종 이외에도 An-24, 일류신 Il-18, Il-62, 투폴레프 Tu-134, Tu-154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비, 안전상의 문제로 실제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가 제한 적이라는 것. 공식 취항지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선양,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가 있으며, 월 1회 운항하는 쿠웨이트 노선과 최근에 운항을 시작한 중국 산둥성의 칭다오, 지난 행 전세기, 국내선인 어랑 행까지 총 8개의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공무석대기실이라는 이름을 붙인 비즈니스라운지. Photo Youtube




고려항공, 운항편 감소

중국을 최악의 항공사로 선정한 곳은 스카이트랙스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온라인 여행 전문잡지 ‘이스케이프히어’가 최근 승객들이 가장 탑승을 꺼리는 항공사에 고려항공을 1위로 선정했다. 2위는 불가리아항공, 3위는 페가수스항공이 차지했다. 이스케이프히어는 “상품과 고객 서비스에 있어 최악의 항공사라 할 만 하다”면서, “특히 수속 서비스와 도착 보조, 승무원의 언어 실력, 대응 등의 부분에서 매우 나쁘다”고 전했다. 또, “고려항공은 2006년부터 안전상의 문제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운항금지 조치를 받고 있다”며, “2010년 Tu-204 기종이 EU 내 취항 허가를 얻기는 했지만, 나머지 항공기들은 모두 금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려항공의 안전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 7월 22일 고려항공 JS151편 Tu-204 항공기가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항공기 화재로 중국 선양에 긴급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어컨 계통에서 합선으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항공기에는 승무원 15명, 승객 60여 명이 탑승하고 있었고, 부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민항국은 이에 대해 고려항공에 제재의 일환으로 운항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2주 운항을 중지한 것 외에는 10월까지 운항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11월부터 평양-베이징 구간을 주 5회에서 주 3회로 감편한다. 동절기 수요 감소에 따른 축소로 보인다. 내년 3월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면 다시 늘어난다. 고려항공의 운항편이 중국에 편중되어 있어 운항 횟수가 줄어들면 주민들이 해외로 나가는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항공은 중국 노선뿐만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 노선도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트레이더 24의 자료에 따르면 해당 노선의 항공편이 10월 한 달간 주 1회 운항을 했다. 원래는 월요일과 금요일 2회씩 운항해왔는데, 10월에는 7월과 14일에만 운항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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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바코드를 레이저로 스캔해 확인하고, 탑승교를 이용해 항공기에 탑승하는 등 여느 공항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Photo Youtube


고려항공은 공군 소속?

고려항공은 1950년 소련-조선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한국 전쟁 발발로 취항이 잠정 중단됐다가, 1955년 조선민항이라는 이름으로 재 설립됐다. 1975년 프라하, 동베를린 등 동유럽 노선을 개척하기 위해 투폴레프 TU-154를 도입, 이어서 Tu-134, An-24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1980년대 항공수요가 증가하면서 TU-154를 추가로 도입했고, 1982년에는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 일류신 Il-62 4대를 인수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공산주의체제가 붕괴됨에 따라 수요가 감소했고, 1992년 지금의 고려항공으로 개명을 했다. 2010년에는 비교적 신형기종인 Tu-204를 도입해 노선 활성화를 꾀했다. 현재 고려항공은 An-24, Tu-134, Il-62 등, 노후된 기종들을 대체하고, 미주·유럽노선을 개척하기 위해 수호이의 단일통로기 SSJ100과 중고 Il-96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항공의 항공기들은 Tu-204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체들이 기령이 30이 넘은 것들이라 소음이 심하고, 기내 인테리어도 상당히 노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Andrea Ballini Federico라는 이름의 유투버가 고려항공의 Tu-204 비즈니스 클래스에 직접 탑승해 촬영한 동영상을 게재한 적이 있다. 이 영상에서는 평양-베이징 노선을 이용했는데 공항 도착부터, 베이징 도착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촬영했다. 영상 속에서 먼저 평양 수난 국제공항의 새 터미널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비즈니스클래스 전용 라운지는 공무석대기실이라고 표기가 되어있다. 북한에서는 비즈니스클래스를 공무석이라고 부르나보다. 실내는 여느 항공사의 비즈니스라운지 못지않다.

게이트에서는 바코드를 스캔해 티켓을 확인하고 탑승브릿지를 통해 기내에 입성하는 등 새로운 시스템을 많이 도입한 듯하다. 기내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승무원들이 승객을 맞이한다. 항공기가 이륙하고 맥주와 땅콩, 기내식이 제공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악명 높은 기내식과 달리 모양을 예쁘게 낸 김밥과 샌드위치, 과일 등이 차려진다. 2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비행시간 치고는 꽤 푸짐한 기내식이다. 비즈니스클래스이기 때문에 다른 것인지, 아니면 그간에 많은 개선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영상이 개인의 소장 목적으로 촬영된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고려항공과 평양국제공항을 대외에 홍보하기 위한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기대보다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고려항공이 내년에는 별 1개라는 최악의 평가를 이겨낼 수 있을까?
 
고려항공 비즈니스 클래스의 기내식.  Photo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