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탐사선 로제타호 혜성 착륙 성공





유럽 14개국이 속한 유럽항공우주국(ESA)이 13억 유로를 투입해 제작한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드디어 혜성착륙에 성공했다. 11월 13일 오전 1시 05분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 로봇 파일리(Philae)로부터 목적지점인 아질키아(Agilkia)에 무사 착륙을 알리는 신호가 지구로 전송됐다.

로제타는 12일 오후 6시경 총 64억km를 항해한 로제타는 목성 인근 궤도를 돌 고 있는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Churyumov-Gerasimenko) 22.5km 상공에서 파일리를 자신에게서 분리시켰다. 파일리는 분리된 후 초속 1m의 속도로 하강하다 8시경 지구로 착륙성공 신호를 전송했다. 그로부터 3시간 후인 11시 15분 경 로제타는 파일리의 모습을 찍어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로제타’라는 이름은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발견한 로제타석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로제타호는 지난 2004년 3월 2일 프랑스령의 기아나 쿠루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지구와 혜성 간의 거리는 약 5억 1,000만 km인데 로제타호는 총 64억km를 비행했다. 이는 12.5배에 해당하는 거리인데 로제타가 혜성의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방향도 맞추기 위해 10년 8개월에 거쳐 지구 4바퀴, 화성 4바퀴를 빙글 빙글 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일리가 착륙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은 1969년 9월 11일에 클림 이바노비치 추류모프와 스베틀라나 이바노브나 게라시멘코라는 천문학자가 별견해 이 혜성의 이름도 이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이 혜성은 주기가 약 6.45년인 단주기(200년보다 짧은 주기) 혜성으로 최대 밝기는 +11등성이다.

67P혜성에 착륙한 파일리는 아주 바쁘게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혜성 위에서 활동하는 데 쓸 연료가 2.5일 분량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체 전체를 태양광 전지판으로 두르기는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작동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파일리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는 드릴로 23cm 깊이의 구멍을 뚫어 혜성의 성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속살을 살피면 태양계의 성장과정을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혜성에 있는 물을 분석해 지구상의 물과 동일한 화학적 특징을 갖고 있는지도 알아본다. 만약 동일하다면 지구상의 물 중 일부가 혜성에 의해 이곳으로 전달됐다는 가설을 뒷받침 한다.

파일리를 혜성에 착륙시키는데 성공한 로제타는 이제부터 태양을 향해 시속 6만 5천km의 속도로 달리는 67P 혜성의 위에서 계속 같이 날아가게 된다. 로제타호의 장비들이 혜성의 구성 요소와 활동을 조사해 그 데이터를 지구로 송신한다.

로제타가 과학계와 언론계의 최대 조명을 받는 시기는 내년 2015년 8월 13일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7P 혜성이 근일점(타원형의 궤도를 도는 천체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지점)인 1억 8,500만km 지점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로제타는 혜성이 근일점에 도달했을 때 수만~수십만km의 꼬리를 만드는 장관과 관련한 정보를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