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진화하는 항공사들



세계 여객수송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표현은 이제 진부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사코드에 등록된 항공사 개수는 무려 5천 개. 물론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곳을 포함한 숫자이긴 하지만 실로 엄청나다. 이로 인한 경쟁도 과열되고 있는 상황. 항공사들은 같은 노선, 같은 지역을 운항하는 경쟁 항공사로부터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홍은선
 
 

새로운 좌석 구성

일반적으로 여객기는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클래스, 이코노미클래스 총 3개 클래스로 구성된다. 보통 10석 내외의 퍼스트클래스, 50~100석의 비즈니스클래스, 나머지는 이코노미클래스로 채운다. 이코노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의 요금은 2~3배 정도가 차이나고, 비즈니스와 퍼스트클래스의 요금도 2배 이상 차이난다. 그래서 쉽사리 높은 등급의 좌석 항공권을 구매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연히 업그레이드되길 희망하거나, 몇 년 동안 열심히 모은 마일리지를 활용해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는 정도가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좁은 이코노미좌석에 앉아 8시간 이상 비행을 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사실 럭셔리 기내식, 180도 젖혀지는 좌석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 다리만이라도 쭉 펴고 싶은 게 모든 이코노미 승객의 바람일 것.

항공사들은 이러한 승객들의 요구에 부응해 이코노미클래스와 비즈니스클래스 중간급인 프리미엄이코노미클래스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프리미엄 이코노미좌석은 기존의 이코노미클래스보다 앞뒤 간격이 약 10c~15cm 정도 길어졌고, 좌석 너비도 약 7cm 더 넓다. 또, 좌석에 별도의 USB 포트, 더 커진 모니터, 기존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기내식도 조금 풍성하게 제공된다. 더불어 수하물 무게도 추가되는 장점이 있다. 에어캐나다, 캐세이퍼시픽, 브리티시에어웨이즈, 루프트한자항공, 에어프랑스, 터키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이 현재 프리미엄이코노미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처음으로 프리미엄 좌석을 도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는 올해 도입되는 이중통로기 A350 XWB에 프리미엄이코노미석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존 이코노미클래스 가격에서 30~50% 정도 추가운임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퍼스트클래스를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A380 4대를 제외하고,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일등석을 없애나가기로 했다. 높은 운임으로 잘 채워지지 않는 일등석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있다고 판단, 탑승률이 높은 일반좌석으로 대체해 수익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항공 외에도 에미레이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중국의 항공사들도 일등석 퇴출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비즈니스클래스도 일등석 못지않게 편안한 좌석과 넓은 공간,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일등석이 인기가 없다는 입장이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의 프리미엄이코노미 클래스 기내식 Photo Cathay Pacific


항공기에도 노키즈존이?

높은 고도에서 장시간 비행하다보면 성인 어른들도 지치고 짜증이 나는데 하물며 아기들이나 어린이들은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좁은 기내를 쉬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크게 울어대면서 다른 승객들을 방해하는 일들이 왕왕 일어나고 있다. 보호자들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빈 공간에서 내내 안고 돌아다니며 노력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버려둬 다른 승객들이 승무원들에게 계속해서 중재를 요청하고, 인터넷에 후기를 올리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심한 경우 승객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한다.

최근 몇몇 해외 항공사들은 ‘노키즈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비행 중 아동이 갑자기 울거나 앞좌석을 발로 차는 행동들이 문제로 제기됐고, 항공사들은 승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아동들이 착석할 수 없는 구역을 설정하게 된 것. 2012년 말레이시아항공이 가장 먼저 노키즈존을 만들었다. 12세 이하의 어린이와 보호자는 지정된 구역에만 앉게 했다. 대신 항공사 측은 해당 구역을 아동 친화적으로 재단장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 엑스도 항공기 내에 ‘콰이엇 존’을 설치했고,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도 뒤이어 아동 동반 전용좌석을 공개했다. 인도 최대의 항공사 인디고에어도 어린이들이 앉을 수 없는 공간을 설정하고,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항공기 좌석 중 1-4열, 11-14열 등 총 8열에 앉을 수 없다. 물론 비상구좌석 등 성인만을 배정해야 하는 공간에도 마찬가지로 배정되지 않는다.

지난 2014년 영국의 예약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비행기 내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고, 35%는 노키즈존에 앉을 수 있다면 기꺼이 추가요금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제한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아동을 동반한 가족들은 여행에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 노키즈존이 있는 항공기에 탑승했다 하더라도 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울음소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에어아시아는 조용한 기내 환경을 원하는 승객들을 위해 ‘콰이엇 존’을 운영하고 있다. Photo Air Asia

 

LCC와 대형항공사 경계 허물어

LCC와 대형항공사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LCC들은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를 위해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추세이고, 반면 대형항공사들은 항공료를 낮추기 위해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기체를 보유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은 서비스 품질 향상에 적극적이다. ‘리프레시 포인트’는 항공권 가격에 비례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 마일리지 제도로, 이 포인트는 항공권 예매나, 부가서비스 이용에 사용할 수 있는데,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양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괌, 사이판, 코타키나발루, 다낭, 세부 등에 자유여행객 전용 오프라인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현지 숙소와 렌터카 예약, 관광지, 쇼핑정보를 제공하고, 유모차 대여, 짐 보관, 통번역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타 LCC와 달리 기본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국제선 전 노선에 따뜻한 식사와 음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다른 LCC가 1~2만원 의 가격으로 유상판매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또, 사전좌석배정 서비스 역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의 비엣젯 항공은 LCC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인 스카이보스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기에 우선 탑승하고, 무료로 기내식을 제공받으며,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 혜택이 제공된다. 그럼에도 대형항공사의 운임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욱 편하게 여행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이러한 프리미엄서비스를 비엣젠항공 이외에도 싱가포르의 스쿠트항공, 에어아시아, 젯트블루, 스타플라이어 등 다수의 LCC들이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대형항공사들은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거나, 유료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맨 앞자리 좌석이나, 비상구좌석을 추가요금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그런 추가요금 시스템을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선호좌석 사전예매 서비스를 시행했는데, 일반석 항공권을 구매한 고객이 일정 추가금액을 지정하면 선호 좌석을 우선 배정하는 서비스이다. 출발 72시간 이전에 사전 신청하면 순서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동북아지역은 1만원, 동남아시아는 2만원, 서남아시아는 3만원, 미주·유럽·시드니 노선은 5만원이 부과된다. 이러한 시스템을 미국의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독일 루프트한자항공 등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한편, 에어프랑스는 최근에 프랑스의 국적항공사 에어프랑스가 장거리노선 용 LCC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LCC, 중동 항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맞서기 위한 것. 새로 설립하는 LCC는 2020년까지 이중통로기 10대를 우선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에어아시아엑스, 스쿠트항공과 같은 대형 LCC들은 A330neo, A350, 보잉 787과 같은 신형 이중통로기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아시아엑스는 쿠알라룸푸르-런던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고, 스쿠트항공은 싱가포르-아테네 노선을, 세부퍼시픽은 필리핀-중동/하와이 노선을 띄울 예정이다. 이들 항공사는 계속해서 노선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엣젯과 에어아시아는 비즈니스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Photo VietJ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