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뀌는 대잠항공기 도입사업



판 바뀌는 대잠항공기 도입사업

 
- 방사청, 해상작전헬기 해외구매로 결정 ⋯ 해외 3개 기종 거론
- S-3급 해상초계기사업 사실상 중단 ⋯ 사업방향 위한 선행연구 착수
 

글/ 김재한

 
지난해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대잠항공기 도입사업도 판이 바뀔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월 17일, 제99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으로 해외구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 간 국내개발과 해외도입을 놓고 벌였던 기나긴 논쟁이 마침내 해외도입으로 새 판을 짜게 됐다. 이와 함께 중고기체 도입 논란으로 갈팡질팡 했던 해상초계기사업도 신형 기체 도입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국내 대잠항공기 도입사업이 크게 변화된 계기는 북한의 잠수함 및 SLBM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사진 : KCNA)
 

해상작전헬기, 2018년 기종선정
사업추진전략이 의결되면서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던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도 향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기종 선정은 오는 2018년. 이에 앞서 방위사업청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을 통해 사업타당성조사를 올해 전반기까지 마치고 구매계획안을 수립, 올해 후반기에 입찰공고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2018년 전후반기에 걸쳐 제안서 평가, 시험평가 및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종을 결정하고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전력화는 오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방위사업청, 3개 후보기종 거론
사업추진전략이 해외구매로 결정됨에 따라 향후 해외 헬기제작사들의 경쟁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이 사업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거론한 후보기종은 레오나르도 헬기콥터스의 AW159와 록히드마틴(시콜스키)의 MH-60R 로미오(Romeo), 그리고 NH인더스트리(NHI)의 NH90 등 3개 기종. 지난 1차 사업 추진 당시 거론됐던 기종들이 수년 만에 다시 경쟁무대로 올라서게 된 셈이다. 대신 달라진 것이라면 수리온 기반 모델이 이번 경쟁에서 제외됐고, AW159가 1차 사업 기종으로 선정되면서 1승을 거머쥔 상황이라는 점이다.
 

AW159는 1차 사업에 선정된 덕분에 이번 2차 사업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사진 : 장상호)

 
우선 AW159는 1차 사업에 선정된 덕분에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특히 1차 사업을 통해 구축된 각종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가령 다른 기종이 도입되면 그 기종에 맞춰 새로운 교육훈련은 물론 지상장비, 정비시설 등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지만, AW159가 도입되면 기존 인프라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북한의 위협이 계속 고조되는 가운데 해군이 1차분 전력들을 이미 운용하고 있고 운용 노하우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만큼, 새로 도입되더라도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운용적인 이점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차 사업 기종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정부합동수사단의 수사결과에 따라 당시 선정작업에 관여했던 장교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AW159에는 “방산비리”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니게 됐다. 그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AW159는 군이 요구한 성능을 모두 충족하는 헬기로 이미 판명됐고, 앞서 군 관계자들이 허위로 시험평가를 하거나 거짓 평가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뇌물도 받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 구속됐던 장교들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로 담당 장교들과 AW159가 공식적으로 누명은 벗었지만, 향후 경쟁에서 “방산비리”라는 상흔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1차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던 MH-60R 로미오가 이번 2차 사업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1차 사업 당시 MH-60R은 가장 유력한 후보기종이었다. 미 해군이 2006년부터 대잠전과 대함전용으로 도입한 성능이 검증된 헬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수요군인 해군이 차기 해상작전헬기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시 가격협상도 잘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언론들도 MH-60R의 낙점을 보도하는 등 MH-60R의 선정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록히드마틴의 MH-60R이 이번 2차 사업에서 1차 사업의 쓰라린 교훈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사진 :  USN)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AW159가 최종기종으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당시 방위사업청은 비용, 성능, 운용적합성, 계약 및 기타조건 등 4개 분과별로 평가기준표를 적용해 평가한 결과, MH-60R이 성능분야에서는 높게 평가된 반면, AW159는 나머지 분야에서 골고루 높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공업계와 언론 등은 대체적으로 MH-60R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렸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당시 1차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5,890억원. 이는 AW159 구매도 빠듯한 상황이었고, MH-60R 구매를 위해서는 도입수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사업 패배 후 이번 2차 사업에 대해 록히드마틴도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다. 최근 록히드마틴은 가격인하 가능성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미 해군이 MH-60R의 개발과 시험에 상당한 투자를 했고, 현재 해당 기체의 가용성이 확보됐다”면서 “신규개발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MH-60R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위험부담이 낮은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록히드마틴은 MH-60R의 낮은 수명주기 비용을 강조하며 “MH-60R을 획득하는 국가는 350개 이상의 기체로 구성된 전 세계 MH-60R 전력에 합류하게 된다”면서 “이는 기체에 대한 지원비용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추진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록히드마틴이 이번 2차 사업에서 1차 사업의 쓰라린 교훈을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NH90은 주로 유럽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어 온 만큼 AW159, MH-6OR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사진 : NHI)

 
NHI의 NH90은 2007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한 쌍발 중형급 다목적 헬기다. 프랑스의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헬리콥터스, 그리고 네덜란드의 포커 등 유럽 3개사가 NHI를 설립해 개발했다. 전술수송용(Tactical Transport Helicopter, TTH)과 해상작전용(NATO Frigate Helicopter, NFH) 2가지 모델이 개발됐으며, 방위사업청이 거론한 모델은 해상작전용인 NH90 NFH다. 최근까지 129대를 주문받은 가운데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해군 등에 69대가 인도됐고, 독일은 오는 2019년부터 기체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주로 유럽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어 온 만큼 다른 두 기종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이번 2차 사업이 NH90의 아시아지역 진출 기회가 될지 향후 NHI의 행보도 주목된다.
 

사업예산은 유동적
방위사업청이 중대형 기종들을 다시 후보기종에 포함시키면서 사업예산 증액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방위사업청이 사업예산으로 밝힌 규모는 약 9천억원. 사실상 거론된 중대형 기종을 도입하기에는 벅찬 예산이다. 이는 방위사업청도 시인했다. 지난 1월 17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현재 비용자료를 확인하고, 해당업체들로부터 확인한 결과로는 여유가 조금 없다”면서 “하지만 협상 등을 고려했을 때는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대신 김 대변인은 9천억원이 확정된 예산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보요청서(RFI)를 통해 검토한 결과, 각 기종별로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 “사업타당성조사를 통해 적정예산을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기획재정부로부터 확보노력을 하고, 추후 협상과정을 통해 총 사업비 범위 내에서 충족할 수 있도록 사업추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혀 현재로서는 예산규모가 유동적이다.
 

국내개발 기회 무산
이번 방위사업추진위원회 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다름 아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국산 해상작전헬기 개발을 위해 수년 간 준비해온 노력들이 사실상 이번 결정으로 한 번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방위사업청이 1차 사업 당시부터 이번 2차 사업까지 국내 연구개발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고 추진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좇았던 KAI로서는 맥 빠지는 상황이 됐다.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이 해외구매로 결정되면서 국내 연구개발 기회가 사실상 무산됐다. (일러스트 : Shinart)
 

이와 관련해 이번 해외구매 결정 배경으로 방위사업청은 경제성과 전력화시기를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전력화시기가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력화시기에 대해 지금까지 KAI는 해외구매 대비 1~2년가량 늦을 것으로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에 핵심자료가 된 3차 선행연구결과에는 국내 연구개발 시 전력화시기가 4~5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더구나 최근 북한의 SLBM 위협도 현실화되면서 전력화시기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실제로 방위사업청도 전력화가 시급한 것으로 강조했다. 김시철 대변인은 “일정이나 여유가 충분히 있으면 국내 연구개발이 타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대신 “북한의 SLBM이나 잠수함 등의 전력들이 계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개발을 하게 되면 우리 군에서 요구하는 전력화시기를 많이 초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절차 착수
S-3급 해상초계기를 도입하는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국방부가 북한의 SLBM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성능이 더 우수한 신형 해상초계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크게 틀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방부의 입장 변화는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은 “현재 소요량과 요구성능(ROC) 등을 재검토 하고 있다”면서 “향후 위협에 대비해 바이킹보다 성능이 더 우수하고 최신 기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를 재검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방향이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으로 전환되면서 이에 따른 절차도 이미 착수됐다. 변경된 사업명인 “해상초계기-II 사업”에 대한 선행연구가 2월부터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며, 선행연구를 통해 소요 및 획득가능성 분석과 획득방안, 그리고 효율적인 사업추진 방안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S-3급 해상초계기 도입사업이 신형 해상초계기 도입으로 전환되면서
 P-8 도입이 추진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진 : USN)


도입 기종은 국방부가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P-8 포세이돈 도입이 추진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북한의 잠수함 및 SLBM 위협 정도를 고려하면 P-8 수준의 해상초계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특정 기종을 정해놓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P-8과 경쟁할 수 있는 기종은 일본의 P-1 초계기 정도만 꼽힐 뿐이다.


특히 P-1은 지난 2015년까지 영국 해군의 차기 해상초계기 도입사업에서 P-8과 경쟁을 치른 바 있고, 최근에는 뉴질랜드가 신형 해상초계기로 P-8과 함께 P-1을 검토하고 있는 등 해상초계기 시장에서 P-8의 경쟁기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일본의 P-1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게 보인다. 그러나 기종선정은 아직 미지수다. 이번 사업에 대한 선행연구가 이제 막 착수됐고, 이 연구결과를 기초로 수립되는 사업추진기본전략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건은 사업예산이다. 기존 S-3급 해상초계기사업에서 배정됐던 예산은 약 9천억원. 이 예산으로 P-8을 도입하려면 도입수량을 대폭 줄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보잉이 미 해군의 P-8 대량주문과 개발비 환수, 생산비 절감 등으로 2013년 소요결정 당시보다 대당 가격이 대폭 떨어졌다고 밝혔지만, 운용에 필요한 최소 수량, 즉 6대 가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예산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선행연구 및 사업추진기본전략 등을 두고 봐야 하겠지만 예산증액 필요성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격적인 사업추진은 선행연구에 소요되는 6개월을 비롯해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과 사업타당성조사까지 감안하면 이르면 2018년, 늦으면 2019년에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