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 맞은 해상항공기 사업

사진: 보잉
 
해군이 대잠작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해상항공기 사업들이 최근 전환점을 맞았다. 이 가운데 신형 해상초계기를 도입하는 해상초계기-II 사업은 P-8 포세이돈을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12대의 신형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본격적인 기종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해상초계기, 논란 끝에 P-8로 결정
단독기종 도입과 경쟁입찰 도입 방안이 팽팽히 맞섰던 해상초계기-II 사업은 결국 보잉의 P-8을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25일, 제11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광해역 초계, 탐색 및 구조 등을 수행할 최신의 해상초계기-II는 법적 측면은 물론 비용, 성능,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미 정부로부터 대외군사판매(FMS)를 통해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특정기종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산인 P-8을 염두에 둔 발표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잠작전능력 강화를 위해 성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P-8이 선정된 것이지만, 사실 P-8이 선정되기까지 과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사업초기에만 해도 P-8은 해군이 도입하기에는 비현실적인 기종이었다. 알려진 것처럼 당초 해군은 S-3B급 해상초계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고, 당시 P-8 가격도 S-3B보다 월등히 높았던 탓에 후보기종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그러나 지난 2016년 8월, 북한이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호가 500km를 비행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우려했던 북한의 SLBM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국방부 내부에서도 중고기체 대신 성능이 우수한 신형 기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이후 국방부 안팎에서 대잠작전능력이 뛰어난 P-8 도입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유력한 후보기종으로 떠올랐다. 

특히 P-8이 가장 유력한 기종으로 점쳐진 계기는 획득방법 결정을 위한 선행연구였다. 지난해 진행된 이 선행연구 결과에서 북한의 SLBM 위협 상황이나 성능, 도입시기 등을 고려해 경쟁입찰보다 단독기종 도입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2월 28일, 정책기획분과위원회를 열고 우선 해상초계기-II 사업에 대한 기본전략을 해외구매로 확정했다.   

사업기본전략이 해외구매로 확정되면서 해외 제작사들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사업추진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보잉을 제외한 다른 해외 제작사들은 경쟁입찰을 전제로 경쟁에 참가하는 분위기였다. 이 경쟁에 보잉의 P-8을 비롯해 사브의 소드피시(Swordfish), 에어버스의 C295 MPA, 닷소의 팰컨8X 기반 해상초계기, 봄바디어/제너럴 다이나믹스 미션시스템(GDMS)-캐나다/필드 에비에이션 컨소시엄의 챌린저 650 기반 해상초계기 등 5개 기종이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사브는 P-8보다 저렴한 비용과 AESA 레이더 기술 등 핵심장비에 대한 기술이전 의사를 타진하는 등 일찌감치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사업은 P-8과 소드피시 간 2파전 양상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P-8을 단독기종으로 선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관측되면서 경쟁입찰 도입과 단독기종 도입을 놓고 논란이 확대됐다. 우선 경쟁입찰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번 사업이 1조 9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해외에서 항공기를 구매하는 만큼 비용, 절충교역, 기술이전 등 다양한 조건을 따져서 유리한 기종을 선정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이와 반대 입장은 당초 S-3B급 도입으로 추진되던 사업이 북한의 SLBM 위협으로 소요가 수정된 만큼, 사업 취지에 따라 경쟁을 통한 도입보다 성능에 초점을 두고 기종을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물론 해군 내에서도 북한의 SLBM 위협이 엄중해 강력한 무장능력 등 뛰어난 성능을 갖춘 기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특히 후보기종들 중 개발이 완료되고, 성능이 가장 뛰어난 P-8이 해군에 적합한 기종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논란 속에 방위사업청은 지난 6월 25일 사업추진방향을 미 정부로부터 P-8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P-8의 가격이 다른 후보기종, 특히 소드피시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사브가 제안한 AESA 레이더 기술 이전이 불투명하다는 점, 그리고 소드피시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납품일정도 불명확하다는 점 등이 판단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P-8의 경쟁력에 발목을 잡아왔던 높은 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P-8의 최종 제안가격은 대당 약 2,200억 원. 앞서 알려진 대당 가격인 2,500~2,800억 원보다 크게 떨어진 가격이다. 이는 사브의 소드피시와 사실상 거의 비슷한 가격대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200억 원은 소드피시에 대한 과거 선행연구 당시에 나왔던 가격과 유사하다”면서 “(그 가격으로) 미 해군이 구매하는 해상초계기와 동일한 형상을 갖춘 해상초계기를 우리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보잉은 이와 관련해 올해 중 계약서격인 구매수락서(LOA)에 서명하면 미 해군용 기체 생산에 맞출 수 있어 별도의 생산비용과 관리비용 없이 미 해군 기체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P-8 도입, 대잠작전능력 강화 기대
한편, 이번 결정으로 도입될 P-8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해상초계기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춘 기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만큼 P-8이 도입되면 우리 해군의 대잠작전능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터보프롭 엔진이 탑재된 기존 P-3C와 달리 터보팬 엔진 탑재로 비행특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P-8에는 CFM-56B 터보팬 엔진 2대가 탑재돼 최대 약 12,500m 고도에서는 물론, 907km/h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이는 최대속도가 750km/h인 P-3C보다 빨라 작전지역까지의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 덕분에 대잠전을 비롯해 대함전, 탐색구조 등의 상황에서 보다 신속한 임무수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비확장성도 향상된다. P-8의 각 엔진에는 엔진 구동 발전기와 상용 보조동력장치(APU)가 결합돼 450KVA(킬로볼트암페어)의 발전용량을 만들어 낼 수 있다. P-8은 이러한 여유 발전용량을 갖추고 있어 향후 장비확장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P-8은 추가 이용이 가능한 5.66㎥의 여유공간을 비롯해 추가장비에 대비한 50% 이상의 여유 전력량과 장비확장에 대비한 20% 이상의 추가 냉각능력을 갖췄다.       

상황인식능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P-8에 탑재된 첨단 센서 때문. 그 중 P-8의 핵심센서인 APY-10 다중모드 레이더는 합성개구레이더(SAR)‧역합성개구레이더(ISAR)‧컬러기상 영상이 가능하며, 기존 APS-137 레이더와 비교해 향상된 성능과 신뢰성을 제공한다. 또한 전자전지원책(ESM)은 EA-18G 전자공격기 시스템을 활용해 정확성을 높였고, 전자광학/적외선(EO/IR) 시스템은 더욱 넓은 범위에서 표적을 탐지‧식별하도록 성능이 개선됐다. 특히 P-8의 개방형 임무시스템 구조(Open Mission System Architecture)에는 6개소의 운용요원 콘솔에 각각 2개의 61cm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운용요원들은 자신의 콘솔에서 각 센서를 제어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사진: 보잉
 
무장능력의 경우도 P-8A에는 5개의 내부무장창과 주날개 아래 설치된 6개의 무장장착대를 이용해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주요 무장으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AGM-84H/K SLAM-ER, 공대함 미사일인 AGM-84 하푼, 그리고 마크 54 어뢰 및 기뢰 등을 운용하며, 잠수함 탐지용으로 126발의 소노부이를 탑재할 수 있다. 

아울러 운용유지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는 P-8이 737NG 시리즈인 737-800 동체에 737-900 주날개를 적용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천여 대 이상 인도된 737NG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만큼 유지정비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작전헬기사업, 경쟁 본격화
도입기종이 결정된 해상초계기-II 사업과는 달리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후보기종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23일, 제11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후보기종들을 종합평가해 최종기종을 결정하기로 심의의결한 데 이어 지난 6월 18일 사업계획을 공고했다. 

해군의 신형 호위함과 구축함에 탑재할 해상작전헬기를 확보하는 해상작전헬기사업은 8대를 구매하는 1차 사업과 12대를 구매하는 2차 사업으로 분리돼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1차 사업은 2013년 1월, 해외구매를 통해 AW159 8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정돼 지난해 12월까지 8대가 모두 인도됐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2차 사업은 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2대의 신형 해상작전헬기를 전력화하는 사업이다. 

지난 9월까지 사업참여 의사를 밝힌 해외업체는 3개사. MH-60R을 제안 중인 록히드마틴과 AW159를 제안 중인 레오나르도, 그리고 NH90을 제안 중인 NHI가 지난 6월 28일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가했다. 

최근까지 후보기종으로 AW159, MH-60R, NH90 등 3개 기종이 거론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AW159와 MH-60R의 2파전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차 사업 당시 AW159와 MH-60R, 수리온이 3파전을 벌인 가운데 이번 사업이 해외도입으로 결정되면서 두 기종간의 재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사실상 AW159와 MH-60R의 2파전이다.  (사진: 록히드마틴, 한국 해군)
 

이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현재 전 세계 해상작전헬기 시장에서 이들 3개 기종 간 경쟁실적이다. 현재까지 3개 기종이 격전을 벌인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호주와 덴마크.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에서 수리온과 함께 MH-60R과 AW159가 경쟁해 AW159가 최종 선정됐고, 호주에서는 MH-60R과 NH90이 경쟁해 MH-60R이 최종기종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덴마크에서는 MH-60R과 AW159가 경쟁해 MH-60R이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전적으로 놓고 보면 MH-60R, AW159, 그리고 NH90 순이다. 만약 이번 사업에서 3개 업체의 참여가 확정된다면 지금까지 1 대 1로 경쟁을 벌였던 3개 기종이 하나의 격전지에서 만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AW159의 제작사인 레오나르도가 NH90 제작사인 NHI의 2대 주주라는 점도 이번 경쟁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업예산, 증액 없이 추진 ... 결국 입찰 유찰 
무엇보다 이번 2차 사업에서 관건은 현재 약 1조 원으로 책정된 사업예산이다. 당초 예산증액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천억~3천억 원 가량 증액이 기대됐지만, 현재 별도 증액 없이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예산증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계속 제기돼 왔다. 예컨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은 ”약 1조 원의 예산으로는 1개 기종만 가격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면서 “2차 사업이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의원이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후보기종들의 대당 추정가격은 AW159가 약 534억 원, MH-60R이 약 787억 원, 그리고 NH90이 약 668억 원으로, 계획된 12대 규모를 구매할 경우 AW159만 가격요건을 충족한다.   

이러한 내용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6월 종료한 사업타당성 조사결과에서도 지적됐다. 조사결과는 현재 예산으로 사업추진은 가능하지만 유찰에 의한 수의계약이 예상되고, 경쟁입찰이 성사되려면 예산증액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김 의원도 “실제로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비용절감 효과 없이 책정된 예산에 낙찰이 유력해 이는 방산업체로부터의 기술이전이 낮은 수준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방위사업청도 약 3천억 원가량의 예산증액을 요청했지만, 정부 예산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예산증액 검토가 진행되면서 사업계획 공고도 당초 예정된 12월에서 올해 상반기로 6개월가량 지연됐다.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참여업체들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었지만, 증액을 기대했던 업체들은 낙담하는 분위기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기종을 제안해야 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사업참여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대신 일각에서는 예산문제로 입찰이 유찰될 경우,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28일, 제안서 접수 결과 AW159를 제안 중인 레오나르도 한 곳만 제안서를 제출해 입찰이 결국 유찰됐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증액할지, 기존 예산 그대로 사업을 추진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한편 방위사업청은 당초 9월 28일까지 참여업체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제안서 평가와 시험평가, 그리고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종을 결정한 후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계획대로라면 전력화는 오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입찰이 유찰되면서 추진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글/ 김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