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순항 중인 KF-X 사업

일러스트: 신지훈


오는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정상 순항 중이다. 지난 6월, 체계개발에 착수한 지 약 2년 6개월 만에 기본 뼈대 격인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현재 실제 항공기 제작을 위한 상세설계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기본설계 완료, 형상도 확정
최근 KF-X 사업이 큰 전환점을 맞은 것은 기본설계검토(PDR). 체계요구조건이 기본설계에 모두 반영됐는지 확인하고 일정과 비용, 위험범위 내에서 상세설계로 진행이 가능함을 확인하는 절차다. 방위사업청은 이 같은 내용의 기본설계검토 회의를 지난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고, 소요군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통해 상세설계로 진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마디로 기체 제작을 위한 기본 뼈대가 완성된 셈이다. 

기본설계가 완료되면서 KF-X의 형상도 확정됐다. 확정된 형상은 C109라는 번호가 매겨진 형상. C101에서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각종 설계와 해석, 풍동시험 등을 계속 반복하면서 최적화한 형상이다. 

KF-X 및 F-22/F-35 형상 비교

일러스트: 신지훈


특히 이번에 확정된 형상을 보면 사실상 5세대 전투기 형상을 갖추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5세대 전투기인 F-35와 F-22와 비교했을 때 흡입구 형상은 F-22를, 주날개 형상은 F-35와 유사하다. 대신 전체적인 형상은 유사한 흡입구 형상을 가진 F-22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동체 길이를 보면 KF-X가 16.9m로 18.9m인 F-22보다 2m 짧은 대신 15.7m인 F-35A보다는 1.2m 더 길다.    

당초 KF-X 형상은 다이아몬드형 주날개-꼬리날개로 구성된 C101과 카나드-삼각날개로 구성된 C201 등 2가지가 제안됐다. 이 가운데 C101에서 발전한 C103이 지난 2012년 완료된 탐색개발에서 개발형상으로 결정됐다. 한때 단발엔진과 쌍발엔진을 놓고 단발형상인 C501과의 경쟁도 있었지만, 2014년 7월에 쌍발엔진으로 결정되면서 결국 KF-X 형상은 C103을 기반으로 개선돼 왔다. 

이후 2016년부터 착수된 체계개발 기간 동안 풍동시험을 비롯해 분야별 설계와 해석 결과 등이 지속적으로 반영되면서 캐노피 형상과 흡입구 성능을 개선한 C105, 동체길이와 폭, 날개면적을 증가시킨 C106, 전방동체 형상과 흡입구 형상을 개선한 C107 형상 등이 개발됐고, 추가적인 개선사항이 적용된 C108과 최종형상인 C109가 개발됐다. KAI에 따르면  확정된 형상에 대해서도 오는 2020년까지 상세 공력데이터 확보를 위해 총 1만3,000시간 동안의 저·고속풍동, 강제진동, 흡입구, 로터리 밸런스, 스핀 등 각종 풍동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러한 풍동시험은 이번 형상 확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풍동시험을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도 미국, 유럽 등 해외 항공선진국과 풍동시험을 진행하면서 공력 특성/하중, 스핀특성 등 검증해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그 데이터를 형상설계에 반영시켜 왔다. 그리고 진행 중 일부 미충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KAI에 파견 중인 록히드마틴의 협력과 미국 본사와의 기술검토회의를 통해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최대한 만족하는 형상 개발에 노력해 왔다. 이에 대해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풍동시험 결과가 KF-X 형상에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조그만 변화가 체계개발 일정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외형확정과 함께 기본설계가 완료됨에 따라 KF-X 사업은 상세설계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상세설계단계는 기본설계를 통해 얻어진 기준 형상을 기반으로 시제기 제작을 위한 세부적인 설계를 진행하는 단계. 이후 항공기 설계에 대한 요구기준과 성능 충족여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상세설계검토(CDR) 회의를 통해 시제기 제작을 결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광선 사업단장은 “상세설계 진입여부를 결정하는 기본설계 검토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서 “철저한 사업관리를 통해 2019년 9월까지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이상 없이 시제기 제작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ESA 레이더 개발 순항
기체 설계와 함께 핵심장비 개발도 순항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KF-X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AESA(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현재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국내에서 개발 중이다. 특히 KF-X에 탑재될 AESA 레이더는 송수신 기능을 가진 많은 방사소재들이 아테나 면 위에 배열된 것이 특징. 고정된 상태에서 빔 방사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꾸면서 공대공·공대지·공대해 표적들을 탐지‧추적이 가능한 첨단 레이더다. 이런 탓에 기술이전 문제와 국내 개발 가능성을 놓고 한때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점검위원회를 구성해 AESA 레이더 개발상황을 점검한 결과, 국내에서 KF-X 탑재용 AESA 레이더 개발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6월, 1차 점검에서 지속적인 국내개발 추진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은 것으로, AESA 레이더의 국내개발이 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결론에 앞서 방위사업청은 2차 점검을 통해 총 4개 분야 112개 항목, 즉 하드웨어 입증시제 50개를 비롯해 KF-X 탑재시제 24개, 시험개발 I 30개, 시험개발 II 8개 항목들에 대해 국내 시험자료를 활용한 점검을 진행했고, 해외 협력업체인 이스라엘의 엘타(Elta)는 레이더 안테나와 전원공급장치, 송수신+레이더처리장치 등 실장비와 연동한 데모시현을 통해 결과를 확인했다.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본설계도 최근 마쳤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5월 29일부터 30일까지 AESA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본설계검토(PDR) 회의를 실시하고, 상세설계로 진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 ELTA에서 국내제작 AESA 레이러의 실장비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F-X 탑재용 AESA 레이더 개발 및 체계통합 사업은 지난 2016년 8월에 착수했다. 이후 2년 여 동안 소요군의 요구사항과 레이더 체계의 기능을 분석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본설계를 진행했다. 

이러한 기본설계에 대해 기본설계검토회의에서는 소요군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회가 레이더 안테나, 전원공급장치, 송수신장치, 레이더처리장치 등 실장비와 연동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또한 체계/부체계 설계기술서 등 19종의 기술자료를 검토해 소요군 요구사항이 설계 및 각종 체계규격서에 적절히 반영돼 있는지 확인했다. 이에 대해 정광선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상세설계 진입여부를 결정하는 기본설계검토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서 “앞으로 철저한 사업관리와 국방과학연구소와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AESA 레이더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는 오는 2019년 5월까지 상세설계검토(CDR)를 완료하고, 2020년에 최초 레이더를 출고, 2022년부터 KF-X 시제기에 탑재해 지상 및 비행시험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설비 구축도 진척
KF-X 개발 인프라 구축도 진척을 이루고 있다. KAI에 따르면 항공기 설계·해석을 위한 고성능 슈퍼컴퓨터와 가상현실(VR) 및 가상풍동 시설을 이미 갖췄고, 항공기용 재료의 물리적 성질을 확인하기 위한 소재·공정 개발실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저피탐 성능측정 및 해석 소프트웨어와 모의전투 실험설비도 구축 중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5월 31일 준공된 항공기 구조시험동. 연면적 6,965㎡, 건축면적 5,382㎡의 국내 최대 규모이자 KF-X 개발시험에서 핵심적인 시설이다. KAI에 따르면 항공기 구조시험은 비행환경에서 받는 응력과 항력 등 외부 하중에 대한 기체, 구성품 등 항공기 구조물들의 강도와 내구성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구조시험동은 차세대 전투기급 기체에 대해 이러한 구조시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이다. 주요 설비로 실시간 시험제어와 데이터 획득이 가능한 시험통제실과 양력, 항력 등 외부하중을 모사할 수 있는 유압장치, 시험하중 지지를 위한 강화바닥 등이 갖춰져 있다. 

이에 대해 KAI 측은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등 국산항공기를 개발하면서 정적시험, 내구성시험 등 일부 기체 구조시험을 외부 기관에 의뢰해 왔지만, 이번 시험동 준공으로 구조시험 전반에 대한 독자적인 수행능력 확보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AI는 그 밖에도 비행제어 통합시험 설비(아이언버드, HQS), 항전통합시험실(SIL, STE)과 비행시험 임무통제실(MCR) 등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각 계통 리그시험장과 각종 개발 인프라 등도 갖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간 협력은? 
KF-X 사업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인도네시아 간 협력이다. 현재 전체 사업비의 20%인 약 1조 7천억 원을 인도네시아가 분담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자료를 이전받은 뒤 50대를 자국에서 생산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국 간 협력을 위해 인도네시아는 국영 항공기업인 PTDI 소속 직원 74명을 KAI에 파견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KAI 내에 한국-인도네시아 공동사업관리실도 개소됐다. 아울러 4월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미 정부의 기술이전이 승인되면서 KAI, 록히드마틴, 인도네시아 인력들이 동시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인도네시아가 KF-X/IF-X 사업에 대해 한국과 재협상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가 2017년에 지불해야 할 분담금을 실제로 지불하지 않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KF-X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입장자료를 통해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2017년 지불해야 할 분담금 중 일부를 미납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현재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대통령 지시로 사업 재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신 방위사업청은 “현재까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이 공동개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 “다만,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사업 재평가로 인해 향후 KF-X 개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KAI 및 인도네시아 정부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7월, 인도네시아 하원이 본회의를 열고 '한국-인도네시아 정부 간 국방분야 협력 협정' 비준안을 처리하면서 우려했던 문제가 해결되는 분위기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 협정은 한국군과 인도네시아군의 인적교류와 물자·장비 교류를 확대하고, 양국 공동위원회를 설립해 이를 주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에 체결됐지만 인도네시아 측의 비준 지연으로 발효가 지연돼 오고 있었다. 

이번 비준안 처리에 대해 인도네시아 국방·정보·외교를 담당하는 하원 제1위원회의 하나피 라이스 부위원장은 "KF-X/IF-X 공동개발 사업을 더이상 지연시켜선 안 된다"면서 "새로 설립될 양국 공동위원회는 앞으로 제기될지 모르는 다른 분쟁을 해소·조정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KF-X/IF-X 공동개발사업의 최종 추진 여부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2026년 개발완료, 남은 과제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개발완료 시점은 오는 2026년. 2021년 상반기에 시제 1호기를 출고한 후, 2022년 하반기 초도비행시험을 거쳐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는 개발완료 시점까지 약 8년이 남은 기간이다. 그 사이 체계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KAI는 군 요구도에 부합하는 형상설계를 완료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상시험과 비행제어를 위한 비행운용프로그램(OFP), 항전 OFP, 주요 일선 교환가능 품목(LRU) 개발 등의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초도생산 1호기를 기준으로 국산화율 65% 수준도 맞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KAI는 첨단센서를 비롯해 데이터링크 및 통합전자전 기능을 포함해 스마트 임무장비와 첨단 항공역학 기술을 적용해 천음속‧초음속에서의 높은 기동을 갖춘 KF-X를 개발해 대한민국 차세대 전투기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각오다. 


글/ 김재한